에너지 전쟁: 新자원민족주의 시대
희토류
글. 편집실 사진. shutterstock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선일보, <더 가디언>,
미국 에너지부 ‘소재 평가 보고서’, 유럽연합 「유럽핵심원자재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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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선일보, <더 가디언>,
미국 에너지부 ‘소재 평가 보고서’, 유럽연합 「유럽핵심원자재법 개정안」
인류 역사는 자원을 둘러싼 경쟁의 기록입니다. 20세기 국제정치는 ‘검은 황금’ 석유를 중심으로 움직였으나, 이제는 첨단 무기와 친환경 기술에 동원되는 전략 광물을 두고 총성 없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에 따른 탈탄소화1 흐름은 에너지 권력의 중심축을 화석연료 수출국에서 기술력과 핵심 광물 자원을 보유한 국가로 재편해 놓았다. 20세기 자원의 지정학이 석유, 가스, 석탄과 같은 탄화수소 분자의 불균등한 지리적 분포에 의해 형성되었다면, 21세기의 에너지 질서는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자가 주도하는 시대로 이동 중인 셈이다.
석유 공급망만 확보하면 국가 경제와 산업 체계 유지가 가능하던 과거에 비해, 전기차 배터리와 정밀 유도무기로 대표되는 오늘날 첨단산업은 리튬과 희토류 등 이른바 ‘전략 광물’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일부 국가만이 이들 자원을 보유한다는 것. 자원 매장량이 강력한 지정학적 지렛대로 작동하는 ‘자원민족주의’가 다시금 부상하는 이유다.
전략 자원을 둘러싼 새로운 전쟁의 단면을 엿본다.
오늘날 자원 경쟁의 최전선에는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가 펼쳐진다. 특히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일관적 산업 정책을 통해 핵심 광물의 제련·정제 단계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구축해 왔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알루미늄·구리·니켈·아연·주석 정제 능력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으며, 일부 품목에서는 그 비중이 훨씬 더 높다. 공급망의 병목을 중국이 쥐락펴락한다는 뜻이다.
현재 수많은 국가가 첨단산업과 국가안보에 필수인 정제 광물을 중국에 의존한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가능성을 시사할 때마다 전 세계 첨단산업과 금융시장이 급격히 출렁이는 까닭이다. 이런 현상은 전략 광물이 산업 자원을 넘어 국제정치와 경제 질서를 좌우하는 결정적 열쇠가 되었음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전투기 엔진에 사용하는 코발트 기반 초합금, 정밀 미사일의 고성능 자석에 들어가는 희토류. 현대 방위산업은 이른바 첨단 소재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주요 국가 국방 분석에 따르면, 외교적 충돌 상황 발생 시 안티모니2, 비스무트3, 이리듐4 등 9개 핵심 물질에서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분쟁으로 공급망이 차단되면 최첨단 무기 체계의 생산 자체가 중단되는 치명적 상황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다.
1 탈탄소화: 화석연료(석유, 석탄, 가스)에 의존하는 에너지 구조에서 벗어나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2 안티모니: 납과 합금으로 사용할 때 경도와 내열성이 높아지는 물질로 납축전지, 탄약, 광학 장비 소재로 쓰인다. 3 비스무트: 납을 대체하는 친환경 금속으로, 의약품이나 특수 금속 소재로 사용한다. 4 이리듐: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특성을 지녀 고온 내열이 필요한 우주 장비 소재나 고내식성 장비에 쓰인다.
잠재 위험 요소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국가 간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을 추진 중이다. 다만 실행에 옮기기까지 현실적 제약이 만만치 않다. 정제 광물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려면 막대한 자본과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데다, 환경 규제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민주주의국가에서는 대규모 제련 시설을 단기간에 확충하기 어렵다.
전문 조사 기관에 따르면, 광물 보유량 측면에서 호주와 캐나다만이 유일무이한 중국의 대안으로 꼽힌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도 대안으로 내세울 만하지만 물류 기반 시설과 예민한 정치 외교 상황은 선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21세기 자원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인구 증가와 신흥국의 산업화로 자원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지구의 천연자원은 점차 고갈된다. 자원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일차원적 자원 구매를 넘어서는 보다 입체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우선 공급망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자원 스트레스 테스트’를 제도화해 잠재적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 채굴에 앞서 가공·정제 기술 역량을 동맹국과 공동으로 확보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는 순환 경제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외부 의존도를 꾸준히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원 고갈과 지정학적 봉쇄에 맞선 인류는 쓰레기통에서 미래를 발견한다. 전자 폐기물의 희금속이 비축된 도시 광산(urban mining)이 연간 62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자원 공급처로 떠오른 것이다.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가전제품에는 리튬과 코발트, 구리뿐 아니라 희토류가 포함된 영구자석이 들어 있어 이를 회수하고 재활용하면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은 자원 확보 효과를 얻는다. 영구자석이란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기 등 에너지 전환의 핵심 부품으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비에서 희토류를 회수해 다시 활용하는 과정은 자원 소비를 줄이며 공급망 위험을 완화한다.
이제 자원은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거듭났다. 자원 경쟁이라는 거대한 풍랑을 헤쳐나가야 하는 지금, 방위산업과 경제 안보를 지키는 유연한 항해의 기술이 절실하다.
최첨단 기술의 심장부를 이루는 전략 자원. 광물을 둘러싼 전쟁이 오늘날 산업의 판도를 좌우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과 첨단산업 확장은 전 세계 자원 질서를 흔들고 있다. 산업 원료를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된 희토류는 이런 변화의 중심에 놓인 대표 자산이다. 이들 광물의 매장량과 정제 능력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면서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은 매 순간 치열해지고 있으며, 안정적인 확보 여부가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전략적 자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강력한 자성을 띠는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와 미사일 유도 장치, 레이더 시스템 등 첨단기술의 핵심 부품에 쓰인다. 사용량은 많지 않지만 첨단 장비의 성능을 좌우하는 결정적 소재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60%, 정제 가공 역량의 약 90%를 장악해 국제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확대, 재활용 기술 개발을 꾀하고 있다.
고용량 배터리, 전투기 엔진의 초내열 합금과 고성능 영구자석 등 첨단무기 체계에 사용되는 전략자원 코발트. 미국은 중국과의 잠재적 충돌 상황에서 코발트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 아래 국가 비축량 확대를 추진해 왔다. 전 세계 공급량 절반 이상이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되고, 정제 기술도 소수 국가에 쏠린 상태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고밀도 배터리 생산, 고성능 스테인리스강 및 특수합금 제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니켈은 최근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방위산업 소재로서 전략적 가치가 크게 부각됐다. 주요 국가의 전략자원 비축 체계에서도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했는데, 최근 생산국 인도네시아가 자원민족주의 정책을 강화하며 원광 수출을 제한하는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 장치의 핵심 소재로, 현재로서는 이를 대체할 자원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리튬은 다른 어떤 자원보다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며, 2040년에는 현재 대비 약 40배 이상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주요 매장지는 남미와 호주에 집중되어 있지만, 정제와 가공 능력은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다.
전력 인프라 전반과 전기차, 에너지 저장 장치, 정밀 유도무기 체계까지. 오늘날 구리는 모든 첨단산업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핵심 자원이다. 구리의 전략적 가치는 꾸준히 높아졌으나, 채굴부터 정제까지 막대한 자본과 오랜 시간이 필요해 공급 탄력성이 낮은 게 약점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안정적 해외 광산 확보와 정제 시설의 다변화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