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March + April Vol. 195
DEFENSE SPECTRUM

Guided Weapon 해안의 침묵하는 감시자,
비궁이 선보이는 망각의 미학

글. 편집실   사진. shutterstock
출처. 방위사업청, 매일경제, 한국과학창의재단

해안의 침묵하는 감시자,
비궁이 선보이는 망각의 미학

2.75인치라는 작은 체구에 첨단 열영상 탐색기를 이식해 전장의 생존 공식과 화력의 한계를 재정의한 비궁.
쏘는 순간 승리를 확신하고 고개를 돌리는 ‘망각의 미학’이 오늘날 전투에서 어떤 파괴적 가치를 지니는지 들여다봅니다.

파도가 거칠게 몰아치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안개 너머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속정 수십 척이 무리 지어 접근하는 긴박한 상황을 상상해 본다. 이들을 하나하나 조준해 격침하는 동안 적의 반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던 과거와 달리, 우리에겐 비궁이라는 든든한 방패가 있다.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은 단순한 무기 체계를 넘어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 기술의 정수를 보여 준다.

승리하는 자의 행동 강령, 쏜 뒤엔 잊을 것

비궁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발사 후 망각 방식이다. 말 그대로 사수가 목표물을 지정해 로켓을 발사하고 나면, 이후 과정은 로켓 스스로 판단해 표적을 추격하는 유도 방식이다. 기존 유도무기는 목표물에 명중할 때까지 사수가 조준경을 고수하거나 레이더로 계속 비춰야 하는 반능동 방식으로, 발사 후 망각은 이와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이 ‘망각’이 전장에서 갖는 파괴력은 압도적이다. 유도탄을 발사한 사수는 즉시 자리를 옮겨 적의 반격으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으니, 이는 곧 병사의 생존과 직결된다. 또 첫 번째 로켓이 날아가는 동안 사수는 이미 다음 목표물을 사냥할 준비를 마친다. 적의 파상 공세(swarm attack)에 대응해 짧은 시간 안에 다수의 표적을 실시간으로 제압하는 ‘동시 다목표 공격 능력’은 바로 이 기술에서 비롯한다.


적에게는 두려움을, 사수에게는 생존의
확신을 주는 망각의 미학은 K-방산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강력한 추진력이다.

비궁 무기체계

비궁의 매서운 눈 열영상으로 적의 심장을 꿰뚫다

이처럼 비궁이 똑똑하게 적을 찾아가는 비결은 머리 부분에 탑재된 최첨단의 눈, 즉 적외선 영상탐색기(IR Seeker)에 있다. 비궁은 표적이 내뿜는 미세한 열 신호를 이미지 형태로 포착해 인식한다. 단순히 온도가 높은 곳을 좇던 초기 열추적 방식과 달리, 적군의 형체를 직접 확인하며 추적하기 때문에 적이 뿌리는 기만용 불꽃(플레어) 등에 쉽게 속지 않는 영리함을 자랑한다.
특히 비궁은 고정된 목표물뿐 아니라 해상에서 재빠르고 날쌔게 움직이는 공기부양정이나 고속정 등을 타격하는 임무에 최적화한 무기다. 적외선 센서의 민감도를 극대화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한반도 앞바다의 철통같은 방어력을 완성한다.

비궁 발사장면 Ⓒ LIG넥스원

작지만 매서운 독침, 2.75인치의 진화

비궁의 모태는 헬기 등에서 사용하던 2.75인치(약 70mm) 무유도로켓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 경량 로켓에 유도 기능을 더해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를 탄생시킨다. 비궁은 작고 가벼워 차량에 탑재해 기동성을 확보하기 쉽고, 한 대의 차량에서 수십 발의 로켓을 쏟아붓는 놀라운 화력을 운용한다.
실전 배치되어 운용 중인 비궁은 해외시장에서도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미국의 재블린, 이스라엘의 스파이크 같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유도무기와 비교해도 성능 면에서 손색이 없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미래 전장을 지배하는 지능형 유도무기

무인수상정 또는 잠수정 등 무인 플랫폼과 연동해 자율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비궁은 발사체를 넘어 인공지능과 자율 주행 기술이 국방 분야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이정표라 할 만하다.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공격 여부를 결정하는 자율살상무기(LAWS)에 대한 국제적 윤리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비궁처럼 사수의 안전을 보장하고 정밀 타격으로 부수적 피해를 줄이는 기술의 개발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헤쳐 나가야 할 과제다.
대한민국 기술력으로 탄생한 비궁은 오늘도 우리 바다를 묵묵히 지킨다. 적에게는 두려움을, 사수에게는 생존의 확신을 주는 이 망각의 미학은 K-방산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강력한 추진력이 된다. 우리가 비궁을 쏜 뒤 잠시 ‘잊어도’ 되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국방과학연구소의 치열한 고민과 기술력이 목표물을 결코 잊지 않기 때문이다.

발사 후 망각 기술을 도입한 한국군 무기

현궁(晛弓, AT-1K Raybolt)
대전차 미사일

한국군을 대표하는 3세대 보병용 중거리 대전차 유도무기. 적외선 영상탐색기(IR Seeker)를 탑재하여 발사 후 미사일이 스스로 열영상을 추적, 목표물을 타격하므로 사수의 생존성과 명중률이 높다.

신궁(新弓, KP-SAM)
지대공 및 함대공 미사일

적외선 호밍 유도 방식을 채택한 휴대용 지대공미사일로, 목표물에서 나오는 열을 스스로 추적하는 발사 후 망각 무기다.




로켓과 유도무기, 어떻게 다를까
로켓과 미사일의
차이를 알아 보아요!



로켓

사람이나 인공위성 등을 우주로 보내기 위한 추진체로, 한 번 정해진 방향으로 크게 바꾸지 않고 그대로 날아간다.

미사일

목표를 정확히 맞추기 위한 무기로, 날아가는 동안 방향을 계속 바꾸며 목표를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