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그리던 소녀,
위성을 쏘아 올리다
글. 편집실 사진. 박기현
글. 편집실 사진. 박기현
충남 예산의 작은 마을에서 꿈 많은 유년 시절을 보낸 송수아 소원. 그가 모교인 예산여자고등학교를 찾아 이공계 후배 학생 60여 명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천문학자라는 장래 희망, 진로에 대한 방황과 좌절의 시간, 치열한 분투와 성장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충남 예산여자고등학교 54회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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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성체계분야
(425 위성 연구 개발 참여) 연구
그 마을의 밤하늘은 유난히 깊고 푸르렀다. 아이는 생각했다. “저 하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렇게 넓은 우주에 나라는 존재가 태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어떻게 해야 이 세상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길까?” “열심히 공부하면 천문학자가 될 수 있을까?”
은하수가 쏟아지는 충남 예산의 말간 하늘은 아이에게 우주라는 선물을 안긴다. 아버지가 건네 준 망원경으로 바라본 미지의 밤하늘은 천문학자라는 원대한 포부를 갖게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장래희망인 천문학자는 아니지만, 돌고 돌아 꿈을 이뤄낸 근사한 사람으로 거듭났다.
예산에서 나고 자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425위성을 개발 중인 송수아 소원의 이야기다. 그는 모교 예산여자고등학교를 찾아 ‘꿈은 좇는 자에게 찾아온다’라는 제목을 내건 강연을 통해 자신의 꿈과 방황, 좌절과 극복의 여정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양손 가득 후배들에게 안길 선물을 준비한 송수아 소원은 추억이 깃든 교실로 걸음을 옮겼다. 친구들과 뛰놀던 운동장, 물놀이를 하던 수돗가를 지날 땐 감회에 젖는 듯했다. 도착한 교실엔 이미 교내 과학 동아리 ‘셀(SEL)’ ‘스팀(STEAM)’ ‘오투’ ‘생명과학부’ 부원 60여 명이 모여 환한 얼굴로 선배를 환대하고 있었다.
그의 유년 시절은 예산의 대흥면과 응봉면에서 흘러갔다. “전교생을 두 손으로 다 헤아릴 만큼 작은 시골 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갓 개통한 4차선 도로를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보며 세상을 움직이는 1%의 일원이 되고 싶다 생각했죠.” 고등학교 2학년 지구과학 시간, 그는 천문학자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포부는 야심 찼는데 돌아온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어요. 공부하는 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여느 이공계 진로보다 험난하다는 주변의 만류에 천문학자라는 꿈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주변의 만류에 휘둘리며 선택한 물리학 전공은 흥미를 잃게 했고, 대학 시절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송수아 소원을 다시 일으킨 건 인내와 수행, 치열한 자아 성찰의 시간이다. 고시원에 틀어박혀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탐독한 그는 “노력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라는 문장을 가슴에 새겼다. 죽마고우의 성취를 보며 그간 억눌러 온 학구열이 다시 타오르기도 했다. 타인의 연구를 존중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과학자의 삶이 다시금 그의 심장을 뛰게 한 것이다.
다시 시작한 연구원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천문학이라는 이학적 토대에서 위성 개발이라는 공학적 실무로 전환하기 위해 그는 기초부터 다시 쌓아야 했다. 박사 면접까지 통과했음에도 학부 수업부터 다시 들어야 한다는 권유에 그는 주저 없이 두 번째 석사학위를 선택했다. 네 살 어린 동기들과 밤을 지새우며 6년의 공부를 2년 만에 끝내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였다.
데이터를 분석하던 습관을 버리고 직접 도면을 그리면서 부품을 다루는 공학적 연구 과정을 통과하는 일은 거대한 허들이 끝없이 늘어선 트랙을 뛰어넘는 것 같았다. 눈물겨운 나날이었지만, 연구 과정에서 쌓은 크고 작은 성취는 그간의 고생을 보람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국내 위성 분야 최고 권위자가 이끄는 연구실에서 425위성사업의 선행 연구를 수행한 그에게 국방과학연구소 입소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현재 송수아 소원이 참여하는 425위성사업은 군사력 증강을 넘어 국가 자주 안보의 초석을 다지는 중차대한 임무다. 그는 수백 명의 전문가가 협력해 완성하는 복합 시스템인 위성 개발 현장에서 소통의 가치를 누구보다 깊이 체감한다. “사소한 오해가 전체 시스템의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현장을 경험하고 있어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때마다 삶의 원동력, 존재의 이유를 느끼곤 해요.”
강연을 마무리하며 그는 세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첫째, 끝까지 노력했음에도 이 길이 아니다, 행복하지 않다 싶을 땐 과감히 방향 전환도 고려할 것. 둘째, 노력을 특별하게 여기지 말고 일상화할 것. 셋째, 끝까지 남는 사람이 결국 해낸다는 것. 지름길은 어디에도 없다는 게 송수아 소원의 지론이다.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 중 하나가 궤도를 그그리며 명멸한다. 어쩌면 대한민국을 지키는 정찰위성인지도 모른다. “여러분도 저마다 찬란한 별을 마음속에 품고, 아름다운 궤도를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그의 진심 어린 말이 혜성의 꼬리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황정은 | 화학 교사
화학 동아리 ‘셀’ 운영
“현업에 종사하는 선배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는 학생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만들어 좋은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끝까지 남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다‘라는 선배의 응원에 부응하는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김선민 | 지구과학 교사
공학 동아리 ‘스팀’ 운영
“저도 어린 시절 꿈이 천문학자라서, 오늘 강연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관심 분야인 위성에 대한 최신 지식, 학생들이 막연하게 느꼈을 법한 진로 정보를 구체적으로 안내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자신감도 충전하고요.”
김도원 | 학생
미래의 변리사
“성공 이면의 시행착오를 공유해 주셔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 단단한 인내와 꾸준한 노력의 시간이 얼마나 큰 열매를 맺는지 눈앞에서 볼 수 있어 감동적입니다. 무수한 난관을 이겨낸 선배의 뒤를 잇고 싶습니다.”
최진주 | 학생
미래의 배터리 연구원
“학창 시절의 방황과 좌절의 시간을 진솔하게 들려주셔서 마음 깊이 와 닿았습니다. 박사학위는 타고난 사람만 받는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고요. 오늘 강연처럼 어려움을 기회로 삼아 나아가겠습니다.”
최서연 | 학생
미래의 화학 교사
“위성 발사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큐브 위성을 비롯한 항공 우주 지식을 새롭게 배운 것도 즐거웠고요. 노력하는 사람은 끝내 자신의 꿈에 도달한다는 교훈도 얻었습니다.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은 선배의 모습이 멋집니다.”
송수아 | 국방과학연구소
“제가 걸어온 길에 대해 언젠가 꼭 한 번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무척 영광스럽습니다. 강연하기엔 내공이 덜 쌓였다는 생각도 했지만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더 치열하게 나아가겠습니다. 강연에 큰 도움을 준 배민지 선배님과 서인호 팀장님께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