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사와 함께한 술,
우리가 사랑한 막걸리
글. 강나은 출처. 오산양조, 이동주조, 지평주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글. 강나은 출처. 오산양조, 이동주조, 지평주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반도에서 농사가 시작된 그 순간부터 막걸리는 늘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막걸리는 고된 농사일을 견디게 하는 새참 한 사발이었고, 길 떠나는 사람에게 건네는 마지막 한잔이었으며, 전장에 선 병사를 위로하는 한 모금이었습니다.
1593년, 임진왜란 중 권율 장군이 1만여 군사를 이끌고 경기도 오산의 독산성에 주둔했을 때의 일이다. 독산성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물이었다. 벌거숭이산이라 우물이 넉넉하지 않다는 사실을 간파한 왜장 우키타 히데이에는 산을 포위한 채 물 한 지게를 산 위로 올려보내며 조롱했다.
그때 권율 장군이 묘안을 생각해 냈다. 산성 가장 높은 곳에 흰말을 끌어다 세우고 흰쌀을 아낌없이 끼얹으며 물로 말을 씻기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 것이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왜군은 자신들이 예상한 만큼 독산성에 물이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포위 단계를 한층 느슨하게 풀었다.
오산시는 이 전설을 오늘날까지 잇고 있다. 권율 장군이 말을 씻긴 곳은 ‘세마대(洗馬臺)’라는 이름으로 남았고, 이 일대에서 재배되는 G마크 인증 지역 쌀은 ‘세마쌀’이라 부른다. 오산오색시장 입구의 마을기업 오산양조는 이 세마쌀로 술을 빚는다. 권율 장군의 일화에서 따온 프리미엄 약주 ‘율’, 독산성의 이름을 딴 증류주 ‘독산’, 그리고 무감미료 ‘오산막걸리’까지. 세마쌀로 빚은 술 한잔 들이켜는 것은 곧 임진왜란의 한 페이지를 음미하는 일이다.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막걸리 중 하나인 ‘지평막걸리’. 1925년에 설립해 100년의 명맥을 이어온 지평주조에서 생산한다. 알고 보면 이 양조장은 한국전쟁의 결정적 장면을 장식하고 있다. 1951년 2월 지평리 전투 당시 프랑스 대대의 임시 사령부로 쓰인 것이다. 당시 한반도 전선은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는다. 중공군이 파죽지세로 남진했기에 지평리가 무너지면 패색이 짙어지는 상황이었다. 프랑스의 랄프 몽클라르 장군은 600여 명의 프랑스 대대를 이끌고 미군 23연대와 함께 사흘 밤낮으로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막아냈다. 탄환마저 부족해지자 총검을 든 백병전이 벌어졌고, 결국 중공군은 패퇴했다.
이 전투로 지평리 일대가 폐허가 됐을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물이 바로 이 양조장이었다.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된 지평양조장 안에는 지금도 몽클라르 장군의 집무실 자리가 남아 있다. 지평주조는 2020년 호국보훈의 달, 6·25전쟁 70주년 엠블럼을 부착한 막걸리 100만 병을 출시하기도 했다. 막걸리 한 병이 위령비의 역할을 해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군 장병들의 막걸리 사랑은 이어졌다. 1953년 5군단이 포천에 주둔하면서 이 일대 막걸리 맛이 전국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1964년부터는 일동·이동 양조장의 막걸리가 공식적으로 군부대에 납품되었다.
산이 높고 물이 좋은 포천에는 미네랄이 풍부한 경수(硬水)가 난다. 이 물로 빚은 막걸리는 발효가 빠르고 탄산이 강하다. 고된 훈련 뒤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는 병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청량함 한 사발이었다. 전역한 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한 이들이 다시 포천의 막걸리를 찾으면서 포천이동막걸리는 점차 유명해졌다. 게다가 1971년 백운계곡 유원지 개발과 맞물려 전국구급 명성을 얻었다.
막걸리가 한반도 전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술이 된 이유는 분명하다. 농주(農酒)이자 일상의 술인 막걸리. 농민이 병사가 되면서 막걸리도 논밭에서 전장으로 자연스레 흘러든 것이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함께 걸어온 우리의 술, 우리가 사랑하는 술. 막걸리 한잔을 기울일 때다.
쌀이 귀한 곳에서는 쌀 대신 좁쌀·옥수수·보리로 막걸리를 담그면서 차별화되었고, 물이 좋은 곳은 물맛만큼 술맛이 유명해졌다.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맛과 대표 막걸리를 소개한다.
[경기] 쌀(경기미)
포천, 가평, 양평 등 산세 좋고 미네랄이 풍부한 경수(硬水) 지역에서 주로 생산한다. 발효가 빠르고 탄산이 센 것이 특징이다. 포천 일동·이동막걸리, 양평 지평막걸리, 오산 세마쌀막걸리가 유명하다.
[충청] 쌀 + 밤
공주 정안밤 등 지역 특산물을
더한 막걸리가 발달했으며, 당진 신평양조장, 진천 세왕주조 등
80∼100년 역사 깊은 양조장도 여럿 있다.
[전라] 쌀(찹쌀·멥쌀)
곡창지대답게 쌀막걸리
본고장으로 불린다. 진안 존버1925·비상9 등 세계품평회 수상 프리미엄 막걸리부터 보성 녹차 막걸리, 함평 자희향 등 다양한
막걸리를 자랑한다.
[경기] 쌀(경기미)
포천, 가평, 양평 등 산세 좋고 미네랄이 풍부한 경수(硬水) 지역에서 주로 생산한다. 발효가 빠르고 탄산이 센 것이 특징이다. 포천 일동·이동막걸리, 양평 지평막걸리, 오산 세마쌀막걸리가 유명하다.
[충청] 쌀 + 밤
공주 정안밤 등 지역 특산물을
더한 막걸리가 발달했으며, 당진 신평양조장, 진천 세왕주조 등
80∼100년 역사 깊은 양조장도 여럿 있다.
[전라] 쌀(찹쌀·멥쌀)
곡창지대답게 쌀막걸리
본고장으로 불린다. 진안 존버1925·비상9 등 세계품평회 수상 프리미엄 막걸리부터 보성 녹차 막걸리, 함평 자희향 등 다양한
막걸리를 자랑한다.
[강원] 옥수수·감자·메밀
전체 면적의 4%만 벼농사가
가능해 쌀이 귀한 곳이라 막걸리 주재료로 밭작물을 사용한다.
강냉이엿술, 사임당 옥수수
생동동주 등 잡곡·산채 막걸리가 많다.
[경상] 쌀 + 산성누룩
통일신라 이래 다양한 가양주
전통을 지니고 있다. 부산 산성
막걸리, 울산 울주 복순도가 등
누룩과 발효 방식이 개성적인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제주] 좁쌀·쌀·땅콩·보리
좁쌀(오메기) 막걸리의 고장으로, 청정 지하수로 빚는 제주생
막걸리, 우도 땅콩막걸리 등
화산섬의 풍토를 담은 막걸리가 특징적이다.
쌀·누룩·물로 빚어 발효시킨 항아리에서 네 가지 술이 나온다.
탁주(濁酒)
발효된 술덧을 술지게미와 함께 거른 ‘흐린 술’을 총칭한다. 막걸리, 이화주, 모주 등이 모두 탁주에 속한다.
막걸리
탁주 중에서도 쌀을 주재료로 빛은
술로, ‘방금 막 거른’ 또는 ‘마구 거른’
술이다. 도수 4∼6%대의 가장
대중적인 형태의 술이다.
청주(淸酒)
발효가 끝난 술덧에 ‘용수’(고깔 모양
대나무 체)를 박아 떠낸 맑은 윗술이다. 제사상에 오르던 고급주다.
동동주
완전히 발효된 청주 위에 밥알이 ‘동동’ 떠 있는 모습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대분류상으로는 막걸리(탁주)가 아닌 청주에 속한다.
약주(藥酒)
본래 약재를 더해 빚은 술이지만,
오늘날 주세법상으로는 청주와 비슷한 맑은 술의 범주로 통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