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May + June Vol. 196
SCREEN & SCIENCE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발견한
국방과학기술의 미래

글. 편집실   출처. 한국국방기술학회, 한국방위산업학회, 네이버 영화, IMDB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발견한
국방과학기술의 미래

인류 문명이 직면한 전 지구적 위기의 해결사는 다름 아닌 과학기술이었습니다. 우주를 홀로 유영하던 외계생물학자와 외계에서 온 공학자 로키가 만나 공생을 공모하는 SF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국방과학기술의 현재를 포개 봅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감독 감독 필 로드, 크리스토퍼 밀러 출연 라이언 고슬링(라일랜드 그레이스 역)
산드라 휠러(에바 스트라트 역)
개봉 2026.03.18. 장르 SF

전자기 펄스 형태 지속적 통신 신호와 달리 광범위한 주파수로 순간 방출되는 단발성 전자기 노이즈 신호다. 전달 무선으로 전파되어 도체를 만나는 순간 기기 내부에 제어 불가능한 유선 과전류를 일으킨다. 목적 미세 회로에 강한 전압을 가해 하드웨어를 태우고 데이터 체계를 뒤흔들며 교란한다.


상상력에서 발원한 영감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부단한 실험과 제조 공정을 거쳐 미래 전장의 승리를
보장하는 지능형 생존 시스템으로 진화 중이다.

외계 생명체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된 태양계 항성들이 점차 빛을 잃어간다. 이 기이한 현상의 영향권에 놓인 지구는 기온 급감과 식량 부족 위기에 직면하고, 인류의 절멸을 막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가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댄다.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도 그중 한 사람이다. 외계생물학자로서 인류를 대표해 우주 탐사선에 오른 그는 긴 코마에 빠졌다가 깨어나는데, 자신이 어떤 경위로 우주 한복판에 오게 되었는지 좀처럼 기억해 내지 못한다. 이윽고 탐사선의 목적지인 고래자리 타우 세티 근처에 다다른 그는 자신에게 소통을 시도하는 낯선 외계 지성체 로키와 조우한다.

#SCENE 1: 제노나이트 vs 탄화규소 복합장갑

지구의 바위를 닮은 외형을 지닌 로키는 ‘에리드’라는 외계 행성에서 날아온 공학자다. 그가 자신의 비행체는 물론 모든 제작물의 핵심 소재로 사용하는 물질이 있으니, 바로 ‘제노나이트’다. 비활성 기체 ‘제논’을 중합체로 변형시킨 가상의 고체 화합물인데, 상온에서도 안정적인 결정 구조를 유지하며 경이로운 인장 강도를 자랑하는 이 소재는 현대 소재 공학의 이상향을 보여 준다. 인장 강도란 잡아당기는 힘에 견디는 성질로, 제노나이트의 이러한 물성은 탄화규소 기반의 한국형 복합장갑 원리와 기술적 궤적을 공유한다.
탄화규소란 탄소와 규소를 2,000℃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 아주 규칙적이고 단단한 결정구조를 지닌 물질이다.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는 경도를 지닌 탄화규소 타일은 강철보다 3배 단단하면서도 무게는 절반에 불과하다. 한국형 복합장갑의 구조는 탄화규소를 주축으로 금속과 여러 특수 소재를 샌드위치처럼 포개 강도를 높였다. 적의 탄자와 부딪히는 순간, 매우 단단한 탄화규소 층이 탄자의 끝을 뭉개버리거나 에너지를 분산시켜 관통을 막는다. 제노나이트가 에리드인의 우주선을 가볍고 튼튼하게 했듯, 대한민국 군의 탄화규소 복합장갑도 전차의 무게를 줄여 기동력을 높이면서도 생존성은 극대화하는 다기능적 방호를 목표한다.

K-2 전차

UAV 드론

#SCENE 2: 외계어 의사소통 vs 유무인 복합체계

지구인 그레이스가 소리로 말할 때, ‘에리디언(에리드에 사는 존재)’ 로키는 주파수로 이루어진 화음을 사용한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 존재는 소리 패턴을 분석해 공통된 의미를 발견하고 끝내 극적으로 소통에 성공한다. 이들의 지능형 네트워킹 과정은 유무인 복합체계의 핵심인 초연결 기술과 겹쳐 보인다.
현대전에는 수많은 무인기나 로봇, 전차가 투입된다. 문제는 이 장비의 프로토콜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육군 로봇이 보낸 데이터가 공군 드론에게는 외계어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데이터의 의미와 맥락을 기계가 스스로 이해하고 통합하는 기술, 즉 시맨틱 상호운용성이 관건이다.
인간은 적의 위치, 아군 상태, 날씨, 지형 등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전장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에 인지적 한계가 따른다. 서로 다른 장비로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구축해 이같은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순식간에 분석한다면 미래의 병력 문제까지 손쉽게 해결 가능하다. 모든 유인 병력과 무인 장비를 하나의 신경망처럼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맨틱 상호운용성(Semantic Interoperability) : 서로 다른 시스템이 데이터를 상호 전달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맥락과 진정한 의미를 정확히 해석해 통합하는 능력을 뜻한다. 이 기술이 구현되면 체계가 상이한 환경에서도 오류 없이 정보 협업 고도화와 자동화 분석이 가능하다.

#SCENE 3: 타우메바 vs 전자적 침투

그레이스와 로키는 타우 세티에 서식하는 미생물 ‘타우메바’가 문제의 근원인 아스트로파지를 먹어치우는 포식자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문제는 이 타우메바가 제노나이트의 아주 미세한 틈을 뚫고 들어가 로키 비행체의 연료마저 먹어치운다는 것. 이는 현대 무기체계의 전자기 펄스 공격과 매우 유사하다.
전차나 함선이 아무리 두꺼운 장갑을 둘렀어도, 전자기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틈을 타고 흘러 들어가 내부의 핵심 반도체와 회로를 태워버린다. 덩치 큰 사자가 미세한 바이러스에 쓰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타우메바가 로키의 비행체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듯, 군사과학에서는 전자기파가 새어 들어올 만한 모든 통로를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장갑판의 용접 이음매나 문틈에 들어가는 고무 패킹(개스킷) 하나까지도 전자기파를 차단할 수 있는 특수 소재를 사용하는 이유다.
또 구리선은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외부 EMP의 영향을 쉽게 받지만, 유리섬유로 만든 광케이블은 전기가 아닌 빛으로 신호를 보닌다. 타우메바가 통과할 수 없는 완벽한 벽을 세운 것처럼 광케이블을 쓰면 에너지 파동 공격으로부터 통신 시스템을 완전히 격리할 수 있다.
두 주인공이 과학적 사고로 인류를 구원했듯, 대한민국 국방 역시 원천기술이라는 정답을 통해 국가안보의 내일을 수호한다. 제노나이트의 강도는 탄화규소 복합장갑으로, 소통 기술은 시맨틱 상호운용성으로, 타우메바에 대한 보호책은 전자기파 차폐 기술로 이미 우리 곁에 실재한다. 상상력에서 발원한 영감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부단한 실험과 제조 공정을 거쳐 미래 전장의 승리를 보장하는 지능형 생존 시스템으로 진화 중이다.

타우 세티에 서식하는 타우메바를 탐사하는 그레이스와 로키

전자기 펄스를 차단하는 비행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