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arch+April Vol.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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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게임 시나리오 : 해양을 수호하는 ADD의 과학 기술

글. 편집실   일러스트. Midjourney

국방과학연구소의 연구는 실제 전쟁에서 어떻게 적용될까. 새벽에 벌어진 치열한 해상전을 배경으로, ADD가 개발한 감시·정찰 기술, 유도 무기 체계, 전자전 장비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돼 적의 침략을 막아내는지 소설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 알림
아래 시나리오는 작가의 창작 논픽션으로, 등장하는 상황과 세부 내용은 해군 또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실제 사실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1. 전쟁의 서막

2030년의 어느 날, 04시 15분. 서해의 새벽은 고요했고, 달빛이 번진 수면은 평온한 표정이었다. 한국 해군의 함선들은 숨을 죽인 채, 그림자처럼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얼핏 보면 다른 평범한 날들과 흡사해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실제는 달랐다.
선내의 장병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굳은 얼굴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숨소리나 기침 소리가 간혹 정적을 깼을 뿐, 작은 소음이 사라지는 즉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탄약 생산량, 유류 수입량, 물동량 증가 등 관련 지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변화는 비록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적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고요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최첨단 감시 체계뿐이었다. 감시 체계는 영역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해상부터 공중까지는 울산급 Batch-Ⅰ용 능동위상배열 레이다 가 감시하고, 항만 감시는 고정형 소나(Sonar, 첨단 수중 탐지 장비) 체계가 맡고 있었다. 구축함과 호위함에서는 예인음탐기체계를 이용해 접근하는 잠수함이나 어뢰는 없는지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더불어 어뢰음향대항체계 역시 가동 중이었다. 적이 어뢰를 쏘아 보낼 경우 이를 빠르게 포착하고, 어뢰를 교란하거나 엉뚱한 정보를 흘려 적을 속이고 우리 군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국내 기술만으로 개발해낸 광개토-Ⅲ Batch-Ⅱ 통합소나체계, 장보고-Ⅲ Batch-Ⅰ 소나체계 역시, 잠수함의 접근이나 어뢰 발사 등 수중에서 발생하는 이상 징후를 정밀하게 탐지 중이었다.
무인수상정은 해수면의 위쪽을 촘촘히 검색하고 다녔다. 적의 소형 무인기나 보트가 없는지, 추가 정보가 있진 않은지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내부에서는 정보전이 이미 진행 중이었다.
함정용 전자전 장비는 풀가동 상태였다. 적의 전자신호 및 통신 주파수를 분석해 적의 접근 경로와 전투 의도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 모든 기술은 적에게 조용히 웅변하고 있었다. 네가 움직이기만 하면 응징에 나설 것이라고.

국방과학연구소 기술개발 무기

① 울산급 Batch-Ⅰ용 능동위상배열 레이다
항공기·함정을 탐지 및 추적해 전투 관리체계에 전달하는 국내 최초 개발 능동위상배열 레이다이다. 360도로 회전하며 디지털 빔형성 다중빔을 사용해 탐색시간을 최소화했다.


② 예인음탐기체계
잠수함·어뢰 등을 탐지·추적·식별·경보하는 수동 소나체계이다. 한국형 구축함과 호위함에 설치됐다.


③ 어뢰음향대항체계
어뢰를 조기에 자동으로 탐지 및 식별 후 아군에 경보하고 적을 기만하는 체계이다.


2. 데프콘-3

드디어 긴 침묵을 깨고, 경고음이 울렸다. 적의 움직임이 확인됐다는 긴박한 타전이 흘러나왔다.
<총원 전투 배치!>
<함대사령부에서 입전! 데프콘-3 발령!>
<준비태세, 실전 상황이다!>
04시 27분. 기습하기에는 적절한 시간이었다. 시야 확보가 어렵고 인간의 반응 속도가 가장 느리며 경계심이 낮아지는 시간이니 기습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터였다. 문제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점이었다. 손자병법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상대의 전략을 투명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전투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최첨단 레이다망과 다양한 감시체계로 상황 파악에 돌입한 대한민국 해군은, 이미 접근하는 적 함선의 규모와 종류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새벽의 불청객들은 자신들이 한국 해군 감시 시스템 화면 위의 붉은색 점이 되어 냉정하게 관찰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더군다나 해군은 이미 적의 전자신호 및 통신 주파수 등의 정보를 통합 분석해 적의 이동 경로와 전투 의도까지 유추해 낸 지 오래였다.

국방과학연구소 기술개발 무기

④ 무인수상정
측면주사소나, 전자광학 추정 장비를 이용해 수중탐색, 수상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⑤ 비룡
130mm 함대함 유도로켓으로, 해군의 고속정에 탑재 운용되고 있다. 자동 표적 포착 및 추적 성능이 뛰어나다.


⑥ 홍상어
원거리의 적 잠수함을 공격하기 위해 발사하는 무기체계로 수상함에서 수직 발사된다. 추력 편향 노즐을 통해 방향을 꺾어 표적으로 향한다.


3. 격침

격침할 결심. 함대함 유도로켓인 ‘비룡’이 날아오를 차례였다. 빠르게 접근하는 적 함선은 고속정이 틀림없었다. 철갑의 발사대에서 굉음이 울리며, 탑재된 로켓탄이 불을 뿜으며 적함을 향해 날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울산급 Batch-Ⅰ, 장보고-Ⅲ Batch-Ⅰ, 울산급 Batch-Ⅲ 전투체계의 실시간 정보 공유를 통해 적의 고속정 격침 사실이 통보됐다. 성공이었다. 그러나 흥분도 잠시, 해군은 다음 목표를 향해 조준을 이어갔다. 분석 정보에 의하면 고속정은 적의 중심 전력이 아니다. 고속정은 미끼일 뿐, 적의 주요 동력은 고속정 다음에 오는 잠수함이었다.
<홍상어 발사!>
단 한 발로 원거리의 적 함정을 격침할 수 있는 ‘홍상어’의 늠름한 자태가 드러났다. 격발 소리와 함께 하늘을 초연하게 날아오른 홍상어는, 순식간에 물살을 가르고 날아가 적 잠수함에 명중했다.
얼마나 교전이 진행됐을까. 마침내 대부분의 적이 무력화됐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돌고래 잠수정의 애국심을 이어받은 해군 잠수함들은 청상어, 백상어 등의 어뢰를 쏘며 도망치는 적의 잠수함들을 차례차례 응징했다. 대형수송함 전투체계와 유도탄 고속함 전투체계도 미사일 및 함포 공격으로 이를 도왔다.

국방과학연구소 기술개발 무기

⑦ 돌고래 잠수정
독자적인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했던 최초의 한국형 잠수정으로 2016년 퇴역했다.


⑧ 청상어
잠수함을 타격하는 유도무기이다. 초계함급 이상의 수상함과 해상 작전헬기, 해상초계기에 설치돼 있다.


⑨ 백상어
적의 수상함·잠수함을 타격하는 중어뢰이다. 최초로 국내 독자 개발을 이루어낸 수중 유도무기이다.


⑩ 유도탄 고속함 전투체계
전투 관리체계에 탐지 및 추적센서를 통합하고 함포의 정밀 사격 통제기술을 적용한 전투 체계이다.


4. 섬멸

적을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 감히 대한민국의 영해를 침범한 대가를 똑똑히 치러야 한다. 적의 고속정과 잠수함의 침투를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적은 아직도 살아남아 필사적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적의 핵심 지휘 거점은 아직 멀쩡한 상태이다. 우리 해군은 유도탄 고속함용 전자광학 추적장비함정용 적외선 탐색 추적장비(IRST)를 이용해 숨어있는 적의 잔당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더불어 적의 핵심 거점 타격에 나섰다. 함대함 순항 유도무기 ‘해성’‘해성Ⅱ’가 나설 차례였다.
<해성, 발사!>
하늘로 치솟아 표적으로 정확히 내려 꽂히는 해성·해성Ⅱ의 강력한 화력을 마지막으로, 해군은 마침내 우리 해역을 침범해온 침입자를 깨끗이 쓸어내는 데 성공했다. 눈부신 승리였다. 시간은 이미 정오에 가까웠다. 새벽부터 이어온 목숨을 건 전투의 피로함도 잊고, 해군 장병들은 자신들이 지켜낸 푸르고 깊은 바다에 햇살이 반사돼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 어떤 훈장보다 눈이 부셨다.

국방과학연구소 기술개발 무기

⑪ 유도탄 고속함용 전자광학 추적장비
가시광선 및 적외선 영상 정보를 토대로 표적을 추적하고 3차원 위치 정보를 산출하는 추적센서이다.


⑫ 함정용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저고도 비행 미사일 등 위협 표적을 자동 탐지하고, 추적 관리하는 전자광학 장비이다. 360도 전방위 파노라마 적외선 영상 정보를 바탕으로 산출한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함정 측에 전달한다.


⑬ 해성, 해성Ⅱ
함대함 순항 유도무기이다. 해군의 주력함정인 구축함, 호위함, 초계함에 설치돼 있다. 능동형 고주파 탐색기와 고성능 터보제트 엔진 기술을 적용해, 원거리 함정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홍상어 발사!>
단 한 발로 원거리의 적 함정을 격침할 수
있는 ‘홍상어’의 늠름한 자태가 드러났다.
하늘을 초연하게 날아오른 홍상어는,
순식간에 물살을 가르고 날아가
적 잠수함에 명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