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 상황에서
식수를 어떻게 구할까?
글. 편집실 사진.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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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중 길을 잃어 고립되거나, 바다에서 표류하는 등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물을 섭취하지 못해 탈수가 진행되면 생명이 위험한 상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유용한 원시 기술과 현대의 과학적 접근법이 결합된 물 구하는 기술을 소개한다.
깊은 산이나 울창한 숲에서 길을 잃으면 깨끗한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나 조건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물은 오염된 경우도 많다. 상처로 출혈이 발생하면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이 무너지면서 탈수가 빠르게 진행되므로, 안전한 물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한편, 현대에도 레저 활동이나 어선 등이 강풍이나 태풍으로 인해 바다에서 표류하는 사례가 있다. 바닷물 자체는 소금 농도가 너무 높아 섭취하면 체내 수분 손실이 오히려 가중된다.
보통 사람은 충분한 수분 없이 3일 이상 버티기 어렵다. 조난 상황에서는 심리적 두려움과 체력 한계로 물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며,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3일보다 짧은 시간 내에 심각한 탈수가 올 수 있다. 반면, 서늘한 환경에서는 손실이 덜해 5~7일 생존한 사례도 있으나, 이때도 신체 기능은 크게 떨어진다.
빗물과 이슬 모으기
비가 온다면 넓은 그릇이나 텐트 방수포, 비닐 등을 이용해 빗물을 모으자. 도구가 없으면 넓은 잎사귀로 빗물을 받을 수도 있다.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환경에서는 이른 아침 이슬을 모으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면 티셔츠처럼 물을 잘 흡수하는 천을 평평한 풀밭이나 잔디 위에 넓게 펼쳐 두고, 한두 시간 후에 짜내면 이슬이 물로 변한다. 면 티셔츠를 발목에 묶어 풀밭을 걸으면 더 많은 이슬을 받을 수 있다.
샘터 및 계곡 탐색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른다. 경사면을 따라 가능한 한 낮은 곳으로 이동하고, 가끔 멈춰 물 흐르는 소리가 있는지 들어보자. 특히 계곡이나 개천 근처처럼 식물이 무성한 곳을 찾아가자. 만약 땅은 젖었으나 물이 없다면, 깨끗한 옷이나 천에 흙을 조금 담아 짜내어 작은 용기에 담자. 또는 주변 돌 등을 활용해 30~50cm 깊이로 흙을 파내면, 젖은 흙 사이로 물이 스며나와 모일 수 있다.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나뭇가지나 돌을 이용해 임시 지지대를 만든 후, 깨끗한 천으로 물을 채취하자.
나무에서 물 모으기
조난 상황에서 비닐봉지가 있다면, 나뭇잎에서 물을 모을 수 있다. 잎이 많은 나뭇가지를 골라 그 위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봉지 하단을 끈이나 나무줄기로 단단히 묶자. 하루 정도 기다리면 햇빛에 의해 나뭇잎에서 나온 수분이 봉지 안쪽에 맺혀 물방울이 모인다.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약 200ml 정도의 물을 얻을 수 있다.
바닷물을 끓여 식수 만들기
배에서 표류하거나 무인도에서 식수가 떨어졌다면, 바닷물을 끓여 증류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먼저 냄비에 바닷물을 담고 그 중앙에 작은 용기를 놓는다. 냄비 뚜껑의 볼록한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뒤집어 덮으면, 끓으면서 발생한 증기가 뚜껑에 응결되어 작은 용기에 모인다. 이 물은 소금기가 제거된 담수다. 만약 냄비 뚜껑이 없다면 플라스틱 시트 등을 덮고 중앙에 돌멩이를 올려 경사를 만들어 주자.
태양열로 식수 만들기
불이 없으면 태양열 증류기로 담수를 마련할 수 있다. 지면에 약 30cm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중앙에 작은 컵을 놓는다. 주위를 젖은 나뭇잎, 진흙 또는 오염된 물로 채운 후, 투명 비닐이나 플라스틱 시트를 덮고 가장자리는 흙이나 돌로 고정한다. 비닐 중앙에 돌을 올려 낮은 부분을 만들면, 햇빛에 의해 물이 기화되어 응결된 물방울이 컵으로 떨어진다. 배 위처럼 구덩이를 파기 어려울 때는 냄비나 컵을 활용해 간이 증류기를 만들 수 있다. 재료를 단단히 고정하면 최소한의 식수를 얻어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구한 물에는 각종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과 같은 병원균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오염된 물을 그대로 마시면 위장염, 설사, 구토 등의 소화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탈수가 진행되면 체력 저하와 함께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니 반드시 물을 반드시 거르고 끓여 정화한 후 섭취해야 한다.
불순물을 걸러내자. 준비 재료는 플라스틱 용기(또는 금속 캔, 비닐봉지 등), 굵은 자갈, 고운 모래, 잘게 부순 숯, 천, 휴지다. 페트병을 사용할 경우, 넓은 쪽을 잘라내고 좁은 입구 부분을 천으로 감싼 후 고무줄로 단단히 고정한다. 페트병을 거꾸로 세워 입구 쪽부터 순서대로 휴지, 뭉친 천, 부순 숯, 천, 부순 숯, 천, 고운 모래, 천, 굵은 자갈을 쌓는다. 물을 조금 부어 숯에서 나오는 검은 물을 제거한 후, 본격적으로 물을 부어 불순물을 걸러내자.
다음 단계는 물을 최소 5분 이상 끓이는 것이다. 끓이면 대부분의 세균과 미생물이 사라진다. 만약 불을 피울 수 없다면, 투명한 페트병에 물을 담아 6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 시키자. 햇빛 자외선이 세균과 바이러스를 어느 정도 제거해준다.
조난 상황에서 기본적인 생존 지식은 곧 생명줄이 된다. 물 확보와 정화 방법은 비단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정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평소에 자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비해 이러한 기술들을 숙지해두면, 위급한 순간에도 차분하게 대응해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