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arch+April Vol. 189
디펜스 스펙트럼

SMART EYES
적군을 꿰뚫어 보는
스마트한 눈 인공지능(AI) 활용 표적 탐지

글. 편집실   사진. shutterstock

인공지능(이하 AI)이 핵심 첨단 기술로 주목받으며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국방 기술에 AI를 접목하려는 시도 또한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특히 적군의 병력과 무기를 식별하고 그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표적 탐지 분야에서 AI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진다.

표적 탐지에 AI를 더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상대방과 실시간으로 전투를 벌이는 게임에서는 적의 현재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정찰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나에게 유리한 전장에서 기습, 전면전 등 상황에 맞춘 다양한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승리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장은 게임 속 세계와 다르지만, 적군의 이동 동선을 포착하고 표적을 탐지하는 활동이 중요하다는 점은 똑같다. 적군이 아군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격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적군의 위치를 찾아내고 적절한 무기로 타격할 수 있다면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나아가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과거에는 이토록 중요한 표적 탐지를 사람의 눈과 판단으로 수행했다. 특수부대, 정찰기, 인공위성, 해킹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적진에 관한 정보를 모은 뒤 사람이 일일이 주요 표적을 파악하고 결정한 것. 하지만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요즘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AI가 여러 경로를 통해 모은 적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병력 및 무기 표적을 자동으로 탐지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표적도 찾아내는 것이다. 나아가 탐지한 표적을 자동으로 공격하는 AI 기술도 등장해 실전에 활용되고 있다.

숨은 목표물도 찾아내는 ‘AI 사령관’

최근 등장한 이른바 ‘AI 사령관’은 여러 전장에서 탁월한 표적 탐지 능력을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AI 사령관은 방대한 전장 데이터를 신속 정확하게 분석함으로써 전투 지휘를 돕는 AI 시스템인데, 2023년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에서 크게 활약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군수창고, 무기고, 미사일 발사대, 지도부 건물, 지하 터널 등 주요 표적을 탐지해 하루 평균 약 400곳을 공격했다. 전쟁 시작 후 27일간 이스라엘군이 탐지해 공격한 표적만 12,000여 곳에 달한다.
이처럼 발 빠른 표적 탐지와 공격의 배경에는 이스라엘군의 AI 사령관 ‘하브소라’가 존재한다. 이 시스템이 위성 영상, 감청 내용, SNS 게시물 등을 분석해 정확한 공습 목표물을 찾아낸 것이다. 덕분에 이스라엘군은 단시간에 하마스의 군사력을 급감시킬 수 있었다.
AI 사령관은 군사 강대국인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켜 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활용 중인 ‘델타 상황 인식 시스템’은 AI 기술을 활용해 페타바이트(약 100만 기가바이트) 단위의 사진, 영상, 음성, 문자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에게 적군의 정확한 위치를 전달한다. 우크라이나군은 AI 시스템이 탐지한 표적들을 신속하게 공격함으로써 러시아의 대군과 거의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

드론에 탑재된 AI 표적 탐지 기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관심을 끈 공격 무기는 ‘드론’이다. 플라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져 있고 크기가 작아 탐지하기 어려운 데다가, 파괴력이 상당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해 ‘가성비 높은 무기’로 주목받은 것.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드론에도 AI 표적 탐지 기술이 탑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가 원격 조종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병력과 고가의 무기를 효율적으로 타격하자, 러시아는 주요 전장에 방해 전파를 발사해 드론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그러자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AI 드론을 도입했다. AI 드론은 조종사가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비행경로를 설정하고 목표를 탐지 및 추적해 충돌하거나 폭탄을 투하함으로써 적에게 타격을 입힌다.

드론이 공중에서 대활약하자, 공격 드론을 격추하는 AI 요격 드론도 등장을 앞두고 있다. 공격 드론은 값이 싸고 수량이 매우 많은 반면, 미사일 요격 시스템은 비쌀 뿐만 아니라 미사일 재고도 모든 드론에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우크라이나군은 원격 조종 요격 드론을 개발했으며, 목표 드론을 신속 정확하게 탐지 및 파괴할 수 있도록 요격 드론에 탑재할 AI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 국방 기술의 핵심 축

AI 표적 탐지 기술은 지상 작전을 수행할 때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미 육군은 작년 9월 AI 로봇 개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로봇 개에는 다양한 방향으로 조준할 수 있는 소총이 장착돼 있는데, 적군의 드론이 나타나면 해당 표적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공격하는 기능을 갖췄다. 정확한 목표물 탐지 및 사격을 통해 최소한의 총알만으로도 드론을 제압함으로써 중요한 전쟁 물자인 탄약의 낭비를 막는 부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AI 표적 탐지의 시야를 넓히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 해군은 대잠전, 대함전, 해양 정보감시정찰 등에 활용하는 초계기 ‘P-8A’에 AI 시스템을 적용해 표적 탐지 능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은 지난 2021년, AI 기반 스캔 기술을 바탕으로 고도 500km에서 42초 만에 3,800km에 이르는 샌프란시스코 해안 일대를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공위성 ‘베이징 3호’를 공개했다.
이 외에도 AI 표적 탐지 기술은 간첩을 잡기 위한 검문소 안면 인식 시스템, 국경의 이상 징후와 표적을 발견하고 추적하는 국경 감시 시스템 등으로 발을 넓히며 미래 국방 기술의 핵심 축 중 하나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전장 환경에서 24시간 내내 필요한 표적만을 정확하게 골라 짚어주는 ‘스마트한 눈’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나갈까. 그 미래가 궁금해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관심을 끈 공격 무기는 ’드론’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드론에도
AI 표적 탐지 기술이
탑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