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arch+April Vol. 189
국방과학 시네마

영화로 풀어본
양자 레이더의 세계
Quantum radar

글. 편집실   사진. 한상무 작가

제9회 의범학술상을 수상한 이수용 박사를 만나 양자 레이더 핵심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그의 여정을 들었다. 영화를 활용해 흥미롭게 풀어낸 연구 설명과 함께, 그간의 노력과 진솔한 소회를 나눌 수 있었다.

Dr. Lee, Su-Yong

이 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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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1. 국방과학연구소 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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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31. 2021.2.24 소내 전문기술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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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5. 과학기술전문사관 7기 선발 전공면접위원(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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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7 UST 전임교수(무기체계공학)



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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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6. 국방과학상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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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31. 공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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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8. 2. 의범학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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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8. 6. 국방과학상 동상





투명 망토를 무력화하는 ‘마법의 눈’ ‘양자 조명’

​영화 ‘해리 포터’에는 죽음의 성물이라는 세트 아이템이 등장한다. 세 가지를 손에 넣으면 죽음의 지배자가 된다는 전설의 성물로, 그중 하나는 착용자를 투명하게 가려주는 ‘투명 망토’다. 그러나 예외 없는 규칙이란 없는 법. 투명 망토도 몇 가지 아이템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아이템이 매드아이 무디의 ‘마법의 눈’이다. 360°로 자유자재로 회전하는 의안으로, 강력한 투시 능력이 깃들어 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무디는 투명 망토를 두른 해리를 감지하고 인사를 건넨다.
양자 조명은 ‘마법의 눈’ 같은 기술이다. 빛을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갠 입자(광자)를 쏘아 숨어있는 목표물을 찾아내는 강력한 탐지 감지 기술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레이더나 레이저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에 잡히지 않거나 적군에게서 숨는 군사 기술인 스텔스 상태의 물체도 감지해 내며, 주변에 잡음이 많아도 목표를 분간할 수 있다.
이수용 박사는 양자 조명을 더욱 효율적으로 구현할 이론을 개발해 왔다. 2024년 4월 신호 모드(목표에 쏘는 빛)와 아이들러 모드(비교 정보로 사용되는 빛)의 비대칭이 숨어있는 물체를 찾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내용을 Physical Review A에 발표했다. 이전에는 신호 모드와 아이들러 모드의 광량이 비슷한 게 좋다고 여겨졌지만, 이수용 박사는 비대칭인 경우도 대상의 감지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스텔스와 같은 물체는 반사율이 매우 낮습니다. 100의 광자를 보내면 1이 되돌아오는 수준이죠. 이럴 땐 측정용 광자를 적게 보내는 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아요. 비대칭적인 양자 관계를 만드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이죠.”

스타트렉의 ‘커뮤니케이터’를 연상시키는 ‘주파수 변환 기술’

SF TV 드라마 스타트렉은 1960년대에 제작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견지명이 돋보인다. 워프 항법, 순간 이동 등 현재 구현되지 않은 기술부터 스캐너 등 이제는 현실화된 기기들까지 다수 등장한다. 그중 커뮤니케이터는 오늘날의 폴더폰과 유사한 형태로, 우주선과 행성 간의 다양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통신을 구현한 장비다.
미국에서는 이 기기에 대한 인기가 대단해 2016년에는 50주년 기념으로 드라마 속 모형 그대로를 재현한 블루투스 기기까지 출시됐다. 서로 다른 형태의 에너지를 변환하고 전송한다는 데서 하이브리드 주파수 변환 기술과 비슷한 점이 있다.
마이크로파(전자레인지에 사용되는 파동)에서 광파(우리 눈에 보이는 빛의 파동)로의 양자 하이브리드 주파수 변환 기술은 커뮤니케이터의 원리와 맥락이 비슷하다. 커뮤니케이터는 음성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이를 광속보다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서브스페이스라는 특별한 통신 기술을 사용한다. 극 내에서는 보통 ‘서브스페이스 주파수’로 통칭한다.
광파는 속도나 안정성은 뛰어나지만, 공기 중에 쉽게 흡수되고 산란돼 멀리까지 가기 어렵다. 마이크로파는 광파와 반대로 장거리 전송에 적합하며, 이미 다양한 시스템(와이파이, 레이더)에 사용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 광파를 마이크로파로 상호 변환할 수 있다면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문제는 변환 효율이다. 이수용 박사는 초전도, 리드버그 원자, 자성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변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마이크로파와 광파 간의 주파수 변환은 수요에 비해 발전이 더딥니다. 미국은 대략 50%의 변환 효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빛의 세기(Intensity) 변환 효율에 불과합니다. 위상 정보까지 해야 완벽한 변환인데, 전 세계 어느 누구도 아직 구현하지 못했어요.”
이수용 박사가 두각을 보인 대표적인 두 영역, 양자 조명과 양자 하이브리드 주파수 변환은 모두 양자 레이더의 핵심적인 기술이다. 양자 레이더의 중요성은 200년 전의 로스차일드 가문이 방대한 비밀 정보망을 구축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막대한 부를 쌓았던 사례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양질의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국가 안보와 자주국방에 더없이 중요한 기술이며 향후 주요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다. 이수용 박사는 마이크로파에서 광파로의 양자 하이브리드 주파수변환 기술 연구(2021.8.6) 로 국방과학 동상을 받았으며, 16편의 SCI 논문, 5편의 비 SCI 논문, 72건의 국내외 학술대회 발표 논문을 내는 등 활약을 거듭하며 제9회 의범학술상을 받았다.


양자 조명은
영화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매드아이 무디의
’마법의 눈’ 같은 기술이다.

헌신적인 배우자와 훌륭한 멘토·동료의 공

그는 여기까지 오게 된 공을 배우자에게 돌렸다. “아내의 존재만으로도 제 마음은 깊은 편안함을 느낍니다. 단조로운 연구 생활에 지칠 때마다, 아내는 늘 새로운 음식, 전시, 그리고 이색적인 환경을 추천해주며 제 일상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를 이끌어준 또 다른 조력자는 멘토와 동료 연구자들이었다. “이해웅 교수님(KAIST 박사학위 지도), 나현철 교수님(Texas A&M University at Qatar), 김재완 교수님(고등과학원, 홍릉) 등 훌륭한 멘토님들의 가르침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연구소 동료들이나 Pawel Kurzynski와 Tomasz Paterek 같은 폴란드 연구자들도 큰 도움이 됐죠. 이론 연구에 치중해온 저에게, 실험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상세히 알려줬거든요.” 이수용 박사는 최고 수준의 실험 장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점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뛰어난 연구 성과의 공통점 장인 정신과 훌륭한 멘토

“지나고 보니, 길은 정해져 있었네요.” SF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보며 과학도를 꿈꾼 초등학생은, 고등학교 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파고들며 양자역학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2012년 싱가포르 양자기술센터에 근무하면서 노벨상 수상자들을 종종 만난 이수용 박사는, 뛰어난 연구 성과의 밑바탕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첫째는 장인 정신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하나같이 장인 정신으로 연구에 임하더군요. 허투루 하지 않고, A부터 Z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갑니다.” 둘째는 훌륭한 멘토다. “일명 ‘노벨상 아래 노벨상’이라고 하죠. 뛰어난 그룹은 좋은 연구주제가 뭔지 알고 있습니다. 어떤 주제를 택할지 이끌어줄 좋은 멘토를 만나야 합니다.” 이수용 박사는 연구 초기에는 1년 가까이 연구에 매달렸는데 다른 연구자가 먼저 결과를 내 버린 적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연구를 시작하는 후배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주변 연구자와도 활발히 교류하고 훌륭한 멘토를 찾아 가르침을 받으며 적절한 연구주제를 선택할 것을 조언했다.
“연구는 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주변의 좋은 사람들, 뛰어난 사람들 덕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매일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자신을 만나보세요.” 이수용 박사가 후배들에게 말을 전하며 소탈하게 웃어 보인다.
과학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로 도약하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젊은 연구자들이 한 분야에 올곧은 열정을 쏟으며 맨땅 헤딩으로 첫걸음을 내디뎌 노벨의 꿈에 다가가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내일을 여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국방과학 이수용 박사의 헌신과 도전 정신은 그 여정의 중요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다, 할 수 있다”는 의지로 한 걸음 나아갈 때, 과학이 창조해갈 미래는 더욱 찬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범학술상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만 45세 미만 우수 연구원의 탁월한 학술 성과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고(故) 의범 김용철 명예연구위원이 남긴 “인생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무한하다”라는
유언과 국방 분야에 약 100억 원을 기부한 그의 애국심을 기리며, 그 뜻을 계승하기 위해 매년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