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물체를 찾는 섬세한 눈 가변형상물체 인식기술
글. 편집실 사진. shutterstock
출처. 방위사업청, 뉴시스, 서울경제, 아이쓰리시스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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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방위사업청, 뉴시스, 서울경제, 아이쓰리시스템 보고서
나라를 지키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첨단 기술이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쓰이고 있다. 그중 적의 무기를 탐지하기 위해 개발됐던 ‘가변형상물체 인식기술’은 로봇청소기나 자율주행차처럼 우리 생활 곳곳에서 똑똑한 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열심히 청소하던 로봇청소기가 거실 한가운데서 멈춰 섰다. “이건 테이블 다리인가요, 아니면 끈인가요?” 자신 앞을 멈춰 선 장애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듯하다. 잠시 후 로봇청소기가 조심스럽고 유연하게 옆으로 비켜가더니 다시 청소를 시작한다. 로봇답게 아주 스마트하다. 보지 못해 제대로 청소를 못할 것이라는 인간의 우려와 달리 알고 보니 로봇청소기에는 똑똑한 눈이 달려있다. 바로 적외선(IR) 기술이 적용된 ‘가변형상물체 인식기술’이다. 가변형상물체 인식기술(Deformable Object Recognition Technology)은 자율주행 간 다양한 운용 환경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람과 동물체 형상을 인식하고 움직임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인식 센서 정보를 동시에 활용함으로써 동물체를 더욱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인식된 동물체의 형상이나 속도 등의 변화를 예측하는 움직임 예측지도를 이용한다.
무인수색차량은 인명중시, 병력자원의 감소에 따른 임무지역확대 등의 환경변화에 대처 및 기계화 부대의 감시정찰/수색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개발중인 국내 최초의 무인 지상전투체계로 원격/자율주행, 주·야간 감시, 화학작용제탐지 및 기관총 원격사격 등의 임무가 가능하다.
적외선(IR) 카메라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나 열을 감지해 물체를 탐지한다.
가변형상물체 인식기술 이전의 물체 인식 기술은 일정하게 고정된 형태를 인식하는 데는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하지만 움직인다거나 변형되는 경우에는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가변형상물체 인식기술은 여기에서 한층 진일보되어 있다. 이 인공지능기술에는 적외선(IR) 기술, 기계학습, 컴퓨터 비전, 3D 모델링, 딥러닝 기반 이미지 처리 등이 결합되어 있다.
특히 적외선(IR) 기술은 핵심 센서 기술로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나 열을 감지해 물체를 탐지를 가능하게 한다. 인간의 눈은 가시광선만 볼 수 있지만, 적외선 센서는 물체가 내뿜는 열을 감지해 빛이 없거나 어두운 곳에서도 물체를 감지할 수 있다. 가변형상물체 인식기술이 ‘형태가 계속 바뀌는 물체’를 인식하려면 정확하고 다양한 센서 정보가 필요한데 이 적외선(IR) 기술로 어두운 곳에서 물체 인식하고, 열을 내는 비정형 물체를 인식할 수 있으며, 움직임과 열 변화를 감지해 모양이 바뀌는 대상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변형상물체 인식기술은 군사 분야에서 적의 위장 장비, 움직이는 물체(사람, 장비, 차량 등), 혹은 변형된 형태의 무기를 식별하는 데 아주 유용했다. 나뭇가지나 천을 씌워 위장한 병력이나 장비를 위장한 병력이나 차량을 탐지하고, 드론이 실시간으로 전장을 촬영하면서 움직이는 사람, 동물, 변형된 구조물 등을 실시간으로 식별해 내며, 병사의 움직임이나 장비의 변형 여부를 감지해 이상 상태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2023년 국방 무인차량의 자율주행 신뢰성 및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변형상물체 인식기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국방과학연구소의 기술은 높은 정확도를 위해 적외선(IR) 센서 인식 성능을 대폭 개선해냈다. 기존의 단일 센서가 아닌 다수 센서를 활용함으로써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고 안개가 껴도 위장된 물체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인식 센서 데이터베이스, 물체 인식률, 물체의 자세 인식률, 움직임 예측 지도의 정확도까지 완벽한 성능을 자랑한다.
연구소는 국방 무인차량이 더 다양한 환경을 극복하고 어떤 악조건에서도 안전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기술을 진화, 발전시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무인차량을 개발을 진행하는 한편, 민간 기술로 확장 적용하는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기업 아이쓰리시스템에 적외선 검출기 원천기술을 이전하였으며,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은 국내 최초로 냉각형 적외선 센서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수용 열화상 카메라, X레이 센서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여 상용화하는데 기술적 뒷받침이 되었다. 기업 성장에 큰 계기를 만들어주었을 뿐 아니라, 국내 적외선 센서 산업이 크게 발전하도록 활력을 불어넣은 성공적 기술이전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가변형상물체 인식기술의 발전은 시작에 불과하다. 특히 비밀스럽고 제한적인 군사 분야보다 일상에서 활용할 곳이 무궁무진한 민간사업에서의 약진이 기대된다.
대표적인 분야는 자율주행 자동차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상황, 어두운 밤이나 안개 낀 도로에서도 사물을 구별할 수 있어 안전성을 크게 높여준다. 로봇청소기나 서비스 로봇에도 적용된다. 물건이 움직이거나 반려동물이 돌아다니는 집안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부딪히지 않고 정확히 청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부 스마트홈 가전제품에 탑재되어 소비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화재나 지진 같은 재난 현장에서 드론이나 로봇이 연기나 어둠 속에서도 사람이나 위험 물체를 식별해낼 수 있게 도와준다. 공장의 생산라인에서도 다양한 모양의 물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어 자동화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보안 분야에서도 단순히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을 넘어서 물체의 형태나 특징까지 분석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감시가 가능하다.
이처럼 가변형상물체 인식기술은 군사 현장에서만 쓰이던 기술이 아니라, 자율주행, 로봇, 드론, 스마트 감시 등 우리 일상 깊숙한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국민을 위해 이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생활 편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국방기술이 다양한 민간 분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변형상물체 인식기술은 드론을 이용한 탐지에서 적의 위장장비나 움직이는 물체를 식별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