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ay+June Vol. 190
원시기술 플러스

생명을 구하는 불의 연금술

글. 편집실   사진. shutterstock

생명을 구하는 불의 연금술

산행이나 트래킹 중 실족으로 인한 추락이나 길을 잃는 등 비상 상황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특히 밤사이 이슬을 맞는다거나 폭우에 노출되었을 경우 급격하게 체온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런 위급한 순간에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체온 유지이다.

1 저체온증 주의

생존 최우선 과제 체온 유지
극한의 추위나 더위에 노출될 경우,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3시간도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일교차가 큰 기온 환경에선 특히 위험성이 크다.
체온이 떨어지면 초기 단계에서는 몸이 떨리고 손발이 차갑게 느껴지며, 집중력과 반응 속도가 저하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중간 단계에 접어들면 떨림이 점차 줄어들거나 멈추면서 혼란, 어지러움, 판단력 저하, 언어 장애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심한 경우 의식을 잃고,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며, 호흡곤란 등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진행될 수 있다.
비상 상황 발생 시에는 여분의 옷이나 비닐 등을 이용해 신체를 최대한 감싸 주어야 한다. 옷 사이에 나뭇잎 등을 두툼하게 넣으면 나뭇잎 사이에 생긴 공기층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바람이 체온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므로 피할 곳을 찾아 머물자.

⚠︎ 산에서 불 피우기 금지!
우리나라에서는 산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고의로 산불을 일으킬 경우 최고 15년 징역, 실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 화기 소지 시 3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조난 상황임을 입증했을 경우 양형이 감경될 수 있습니다.

2 불 피우기

추위를 물리치는 불꽃의 온기
야생의 추위 속에서 생존할 때 불을 피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불은 체온을 유지시키고 물을 끓여 마실 수 있으며, 음식 조리는 물론, 구조 신호용 연기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불을 지피는 것은 쉽지 않다. 비나 눈 속에서 마른 땔감을 찾기 어렵고, 특히 마찰 방식(손 문지르기, 활 틀 등)으로 불을 일으키는 것은 몇 시간을 투자해도 불씨를 얻기 어렵다. 이 기술은 숙련된 사람도 많은 시간과 체력을 요구하므로, 마찰 방식의 불 피우기는 최후의 수단으로 미뤄야 한다.
대신 주변에 있는 현대적 물품을 활용하면 불씨를 얻을 수 있다.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한낮의 경우 안경이나 손전등의 볼록렌즈를 이용해 햇빛을 한 점에 모아 불씨를 만들 수 있다. 렌즈가 없다면 플라스틱 물병에 물을 채워 렌즈를 대체할 수도 있다. 이때 종이, 솜털, 플라스틱 가루 등 부시감을 초점 아래에 두고 기다리면 모인 빛에 의해 불꽃이 붙는다.
건전지와 철 수세미(또는 철사)를 이용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9V 배터리 양극 단자를 세척된 철 수세미에 문질러 닿게 하면, 수세미가 일시적으로 발열·발광하면서 불꽃이 일어난다. 이때 생기는 작은 불꽃을 마른 잎이나 종이에 옮겨 불씨를 키울 수 있다. 자동차 배터리나 AA 배터리와 같은 소형 배터리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다. 철 수세미가 없으면 초콜릿 포장 호일, 면도날, 동전 등 얇은 금속 표면을 응용해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공기가 수분을 머금어 흐린 날씨에는 불을 붙이기 어려운데, 이럴 때는 가방을 활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가방 내부에서 불을 붙이면 바람을 차단해 주며, 붙은 작은 불씨가 인화성 소재의 가방으로 잘 전달되며 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3 구조 신호 보내기

구조의 언어: 연기, 세 번의 울림, 삼각형
빠르게 구조 신호를 보내야 할 때는 시각적·청각적 신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가장 흔하고 효과적인 시각적 방법은 연기 신호다. 불 위에 생 나뭇가지를 올려둬 흰 연기를 낼 수 있다. 만약 근처에 고장 난 차량이 있다면 타이어 고무나 기름을 넣어 검은 연기를 내는 것도 효과적이다. 단, 연기 신호는 바람 방향을 고려해 항공구조대나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도록 위치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밤에는 손전등이나 스마트폰 플래시를 활용해 모스 부호로 SOS(· · · – – – · · ·)의 발광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대낮이라면 광택이 있는 휴대용 거울이나 은박 캔, 알루미늄 포일을 태양광에 비춰 반사 시킨 빛을 항공기나 수 km 떨어진 지점에서도 보낼 수 있다. 소리 신호도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세 번 세 번’ 규칙을 따른다. 예를 들어 호루라기를 짧게 세 번 불어 반복하거나, 금속 그릇 등을 세 번씩 두드린다. 이는 긴급 신호임을 알리는 국제적인 방법 중 하나다. 특히 호루라기는 작은 크기에 비해 소리가 크게 울리므로 배낭에 항상 준비해 두면 좋다.
또 지상에서 눈에 잘 띄는 표식을 만들어두는 것도 좋다. 땅 위에 큰 화살표나 SOS 글자를 돌, 나뭇가지, 또는 쓰레기를 이용해 그려 두면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구조 헬리콥터나 항공기가 쉽게 발견한다. 세 개의 돌 더미를 큰 삼각형(△) 모양으로 쌓아두는 것도 고전적 신호 방법이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예방 조치는 야외 활동 중 안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체온 유지, 불 피우기, 그리고 구조 신호 보내기 방법은 위급한 순간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지침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평소 이러한 방법들을 숙지하고 적절한 장비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 속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자.

SOS 모스부호 낮에는 거울이나 알루미늄 캔 밤에는 손전등 등을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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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신호 지상에 눈에 잘 띄는 표식을 만들자. 아래 세 표식은 구조 신호이다.
· 큰 화살표
· 큰 SOS
· △ 모양의 세 돌 더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