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ay+June Vol. 190




아이와 감성로드

장미처럼 활짝 핀
향기로운 꽃 나들이 임호 소원 가족

글. 강진우 작가   사진. 박기현 작가

장미처럼 활짝 핀 향기로운 꽃 나들이 임호 소원 가족

달콤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는가 싶더니, 형형색색의 장미가 만발한 눈부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을 향해 힘차게 뛰어가는 두 아이와 활짝 미소 지으며 아이들 뒤를 따르는 부부. 임호 소원 가족의 놀이공원 나들이는 장미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 채워졌다.

다 함께 손 맞잡고 ‘환상의 나라’로

늦봄이 초여름에게 자리를 내주기 시작한 어느 날, 한 줄로 손을 맞잡은 네 식구가 맑은 날씨만큼이나 좋은 표정으로 여유롭게 걸어왔다. 이들이 닿은 곳은 경기도 용인의 한 놀이공원 정문. 익숙한 몸짓으로 입장권을 보여준 뒤 정문을 통과하자, ‘환상의 나라로 오세요’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흥겨운 노래와 함께 알록달록한 세상이 펼쳐졌다.
“우와!” 열두 살 첫째 딸 소현이와 여섯 살 막내아들 도현이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하자, 임호 소원의 얼굴에 흐뭇함이 깃들었다.
“2022년부터 매년 한두 번씩 이곳에 와요. 아이들이 워낙 놀이공원을 좋아하거든요. 첫해에는 핼러윈 축제 기간에 와서 으스스한 분위기와 가을을 신나게 누렸고, 재작년 겨울에는 고향으로 떠날 판다 푸바오와 인사하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지난해에는 선선한 4월에 찾아와서 놀이 기구도 타고 퍼레이드도 즐기면서 폐장할 때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아마 오늘도 하루 종일 곳곳을 돌아다니게 될 것 같은데요. 예상보다 날이 덥지 않아서 참 다행입니다.(웃음)”
임호 소원 가족의 올해 놀이공원 나들이 테마는 ‘꽃구경’이다. 이곳 놀이공원에는 장미 정원이 있는데, 5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장미 축제를 연다. 방문일을 6월 첫째 날로 정한 만큼 장미 축제를 놓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은 네 식구는 각종 굿즈와 놀이 기구를 잠시 미뤄두고 곧장 장미꽃밭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케이블카를 탄 덕분에 주변이 조용해지자, 아내 이지혜씨가 아이들 소개에 나섰다.
“소현이는 맏딸답게 해야 할 일들을 야무지게 해내는 편이에요. 뭐든지 새롭게 배우는 걸 좋아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데다가 동생도 잘 챙겨요. 도현이는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사교성이 좋아요.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금세 친구가 돼요. 두 아이 모두 엄마 아빠한테 매일 사랑한다고 얘기해 줄 만큼 마음이 따뜻하답니다.”

감동을 선물하는 아이의 고운 마음씨

임호 소원은 “이번 놀이공원 나들이는 두 아이의 생일을 다시 한번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라며 말을 이었다. 두 아이는 모두 가정의 달인 5월에 태어났다. 소현이는 5월 14일, 도현이는 5월 30일이 생일이다. 첫째 딸 생일에는 어린이 뮤지컬을 관람하고 저녁 외식을 했고 둘째 아들 생일에는 동물원과 생태공원에 다녀왔지만, 자식 생일은 두고두고 축하해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그 말을 들은 소현이가 “아빠도 생일이 5월이에요!”라며 똑 부러지게 설명을 덧붙였다. 임호 소원의 생일은 음력 5월 20일로, 양력으로는 6월 15일이다. 그런데 6월 1일에 놀이공원에 왔으니 이번 나들이에는 아빠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효심 깊은 논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아이가 더욱 놀라운 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아빠 엄마를 위해 장미 축제에 먼저 가자고 말씀드렸어요. 그동안 저와 도현이를 돌보시느라 꽃구경 한번 제대로 다니지 못하셨거든요. 오늘 저희와 함께 장미 구경하면서 더 큰 행복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어린 나이가 무색해지는 사려 깊은 마음과 말에 감동이 몰려오던 그때, 케이블카가 장미 정원 앞에 도착했다. 임호 소원 부부가 소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맙다고 말하자, 씩 웃은 아이가 동생 손을 잡고 장미 정원을 향해 앞서 나갔다. 임호 소원이 아이들의 씩씩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기쁨 어린 목소리로 입술을 뗐다.
“2012년 1월에 결혼한 뒤 1년여 만에 첫째가 생겼어요. 당시에는 조금 더 신혼 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이만큼 두 아이를 키우고 보니 일찍 아이를 갖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물론 힘든 순간순간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아이들이 주는 충만감과 행복감이 무척 큽니다.”


사실 아빠 엄마를 위해 장미 축제에
먼저 가자고 말씀드렸어요.
그동안 저와 도현이를 돌보시느라
꽃구경 한번 제대로 다니지
못하셨거든요.

장미와 함께 만든 아름다운 추억

이제 막 6월을 맞이한 장미는 만개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를 정도로 활짝 피어 있었다. 풍성하게 달린 꽃잎은 저마다 개성 넘치면서도 화려한 색깔을 뽐냈다. 품종에 따라 향기도 제각각이었는데 초콜릿처럼 달콤한 향, 과일처럼 상큼한 냄새, 풀잎처럼 싱그러운 향기가 임호 소원 가족을 포근하게 감쌌다. 요즘 들어 부쩍 보기 힘들어진 꿀벌들도 온갖 장미의 향기만큼은 뿌리치기 힘들다는 듯 곳곳을 날아다니며 부지런히 꿀을 채취했다. 네 식구는 장미꽃 사이를 느긋하게 거닐며, 가벼운 들숨으로 매력적인 향기를 머금으며, 장미의 향연을 가까이에서 구경하며 기분 좋은 추억을 켜켜이 쌓았다.
저 멀리서 작은 분수가 솟아오르자, 도현이가 부리나케 그곳으로 내달렸다. 임호 소원 부부가 “아들이 유독 물을 좋아한다”라며 그 뒤를 따라가자, 분수에 도착한 도현이가 신나는 표정으로 물놀이를 가고 싶다고 외쳤다. 임호 소원이 “아들이 워낙 물놀이를 좋아해서 여름이면 거의 매주 수영장에 가는데, 분수를 보니 그 생각이 났나 보다”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리자, 도현이가 기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아빠가 올해 입으라고 로봇이 그려진 멋진 수영복도 사 주셨어요. 얼른 날이 더 더워졌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순수한 외침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정오에 다다르자 햇빛이 제법 쨍쨍해졌다. 장미 정원을 한껏 둘러본 임호 소원 가족은 내친김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꽃밭도 둘러본 뒤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오늘은 언제까지 있을까?” 아빠의 장난기 섞인 물음에 소현이와 도현이가 해맑게 웃으며 목소리를 하나로 합쳤다. “끝까지요!” 지혜 씨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임호 소원도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오늘 끝까지 신나게 놀아보는 거야!” 장미 축제로 시작한 네 식구의 놀이공원 탐험은 이렇게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오늘은 언제까지 있을까?”
아빠의 장난기 섞인 물음에 소현이와
도현이가 해맑게 웃으며 목소리를
하나로 합쳤다. “끝까지요!” 지혜 씨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임호 소원도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오늘 끝까지 신나게 놀아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