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eptember+October Vol.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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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 막내아들:
시간 여행으로 본 ADD 55년

글. 편집실   일러스트. Midjourney
사진. 국가기록원, 현대로템, 방위사업청, 아이쓰리시스템,글로벌디펜스뉴스, KAI

과거의 국방과학연구소는 어떤 곳이었을까.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의 시간 여행 콘셉트를 따라, 대한민국의 국방과 경제성장을 함께 이끌어온 과거의 실제 ADD의 모습을 소설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 알림
아래 소설은 작가의 창작 논픽션으로, 등장하는 상황과 세부 내용은 국방과학연구소의 실제 사실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1. 1970년, 홍릉에서 시작된 미래

이럴 수가.
윤은 자리에 앉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설마, 선배가 성공할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텅 빈 공터. 사람이 드문드문한 저녁거리. 2km 정도 걷자, 간판이 낡은 슈퍼마켓이 보였다. 현재는 사라진 신문 가판대에 올라가 있는 신문을 한 점 집어 들었다. 국한문혼용체(한글과 한자 병기). 신문을 활보하는 다량의 한자들이 지금이 옛날이라는 걸 증거하고 있었다. 날짜를 보니 1970년 9월. 인기척에 밖으로 나온 슈퍼마켓 주인과 동네 사람들에게 재차 1970년대임을 확인하고서야 납득했다.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을. 윤은 중얼거렸다.
‘선배, 성공했네요.’
그가 말했었다. “이거, 시제품이야. 될지 안될지 모르지.” 그러고는 윤의 가운 주머니에 쏙 넣어주고는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걸 작동시켰더니 이 사태가 발생했다. 심지어 원래 나이보다 한참 어려져 있었다. (7살) 어떻게 하면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윤은 1970년대의 ADD가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냈다. 바로 서울의 홍릉기계공업이었다. ‘그곳에 가면 돌아갈 단서를 찾을 수 있겠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다행히 70년대의 한국이란 정이 넘치는 곳이었다. 변두리에서 걷고 있었을 뿐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현재의 각박한 한국과는 사뭇 달라 감탄했다. 홍릉기계공업 앞에 도착한 윤은 그 안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이 나의 까마득한 선배구나 싶어 조금 감회에 젖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자신을 보면서 다가와 인사하는 게 아닌가. 그와 대화하다가 알게 됐다. 나는 여기에서 과학기술처 장관의 아들이었다!
이후 그와 함께 그곳의 음악 DJ 다방(현재는 사라진)에서 담소를 나눴고, 그가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직원의 집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던 덕분에, 우리 집이란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 시간 여행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서울 홍릉 1970년 8월)
1970년 8월 6일 ADD의 창설
‘홍릉기계공업’이란 간판 사용
대통령 직속 특수법인 형태 출범
자주국방 연구개발의 시작


1970년대 초
“M16A1 소총 및 탄약” 국내 생산 기반 구축

미국과 기술협력을 맺고
조병창에서 생산설비를 갖춰
1974년 3월 라이선스 생산

2. 자주국방의 열망

과학기술처 장관의 아들로 시간을 뛰어넘은 내 이름은 진이었다. 과학기술처 장관과 한 집에서 생활하는 덕분에, 현재의 ADD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대통령 직속 특수법인으로 시작한 ADD는 막강한 과학력과 실행력을 구비한 기관이었다. 흑백사진으로만 알던 과거 모 대통령의 얼굴을 실물로 근처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병기, 장비, 장갑차, 전차, 미사일 등 국력을 키우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주요 무기들이 선배들의 손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만들어지고 또한 발전하는 과정들은 긴박했다. 진은 윤으로 지냈던 시절의 연구 환경을 떠올리면서, 이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시간을 넉넉하게 할애 받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대통령은 ‘언제’ 완료되는지, 오늘은 ‘얼마나’ 진행되는지까지 자세한 정보들을 속속들이 보고받았다. 하지만 정신없는 와중에 느껴진 것은, ADD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의 강한 사명감이었다. 수입에 의존하던 무기들을 국내 생산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내자, 그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국력이 약하고 타국의 간섭을 받던 한국을 어떻게든 자주적으로 방위하는 떳떳하고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그들의 진심이 선명했다. 역사책이나 옛 신문에서는 알 수 없는, 뜨거운 열정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감동이란.

국방과학연구소 시간 여행

1978년 9월 26일
대한민국 최초의 미사일 “백곰”


1980년대
국산 탄도미사일 “현무1” 개발


1990년대
“K9 자주포” 독자 개발

3. 운명을 바꾼 실험

사람들의 생활이 바뀌는 것, 그리고 한국의 위상이 점점 나아지는 과정을 지켜보던 진은 자신이 여기로 돌아온 건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선배와 했던 마지막 실험. 그 실험을 성공시키는 것이 내가 돌아온 이유가 아닐까?
타임슬립을 하기 직전, 선배와 진행한 실험이 실패했다. 원인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의심되는 사건이 있었다. 메일이었다. 협박이나 테러 고지는 흔한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누군가가 실험 성분을 바꿔 넣었던 게 아닐까. 그로 인해 폭발 사고가 일어났고, 선배는 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리고 병문안을 다녀오던 길에 그가 만든 ‘시제품’을 작동시켰었다.
윤이었을 때 쌓아 둔 지식이 어디로 사라졌을 리 없었다. 진은 놀라운 지식량을 바탕으로 특별채용 전형으로 ADD에 합격해, 선배와의 실패한 실험에 보조 인력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실험을 실행하기 직전 사용할 물질들을 점검해 보니, 역시나 엉뚱한 것이 들어가 있었다. 그걸 바꿔 넣고 실험을 하자,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선배를 포함한 그 누구도 부상을 입지 않았다. 미소 짓는 선배의 얼굴을 보며, 이것 때문에 자신이 돌아왔다는 걸 확신했다.

4. 협력, 새로운 도약

이후 새로운 몸에 새로운 기회를 얻고 과거로 돌아온 자신처럼, 국방과학연구소 역시 ‘또 다른 생’을 얻게 되었다. 민간기업으로의 기술 이전이었다.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이 아닌, 민간기술과의 협조를 통해 더 멀리, 높이 뛸 수 있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진이 눈여겨본 것은 군사용 적외선 검출기 기술의 국산 상용화 성공이었다. ADD 입사 전 신문 기사로 얼핏 봤던 기억이 있다. 연구소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와 관련이 깊었던, 나이 지긋한 선배 박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라떼는 말이야’를 지루해하며 별 감흥 없이 고개를 끄덕였었다. 실제로 체험하고 보니 감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실감했다.
이후 T100 구난 로봇, 직물 플라즈마기술 등의 성공을 지켜봤다. 이 또한 여기에 관련됐던 선배 과학자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구난 로봇은 대화를 나눠본 적 없었지만, 군용 적외선 검출기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 중 한 명은 복지관에서 스쳐 지나간 적이 있다. 그때 대화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고, 옆에 있던 동료가 말했다. 저분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그냥 미소가 소탈하고 인사성이 밝다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겪어보니 달랐다. 누적 매출 2,200억 원 규모의 민간 시장을 창출한 일인데, 어떻게 그 사람은 그걸 자랑도 하지 않고 담담히 넘어갔던 걸까. 내가 그런 사람들이랑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하고 있었는데, 그걸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니.
진은 과거의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것들을, 그리고 그에 따르는 국가적 규모의 격변을, 타임슬립 덕분에 하나하나 체감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선배와 함께 55주년을 맞이했다. 55년째에 접어든 창설기념일 행사에 선배와 함께 나란히 서서, 맑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웃음을 나누었다. 길었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 타임슬립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 시간 여행

2000년대
“K2 전차” 개발
(2014년 실전배치)


2000년대
“KT-1 기본 훈련기” 개발


2020년대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개발
(2022년 개발완료, 2024년 양산)

5. 얽힌 시간, 빚어진 결심

그런데 감격하는 진의 옆에 서 있던 선배가 말했다. “있잖아, 너한테 줬던 시제품 말이야.” 진은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어떻게 알지? 윤일 때 받았던 건데.’ 선배는 말을 계속했다. “그날 실험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는 걸 안 순간, 그 사실을 바꾸기 위해 시제품을 나에게 적용했었어. 그런데 300번 정도를 시간을 되돌려도, 내가 죽거나 부상을 입는 건 똑같았어. 그래서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
그러고는, ‘이건 서비스’라면서 본인 손목의 기기를 조작했다. 진은 자신의 생물학적 몸체가 윤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피부의 탄력이 돌아왔고, 관절은 다시 튼튼해졌다. 양자 얽힘으로 연결된 정보를 이용해 복원한 것 같았다.
진은 다정하게 선배의 손을 잡았다. 지난 몇십 년간의 고생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말했다. 뭐라고? 이 나쁜 인간아!

국방과학연구소 시간 여행

2011년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 개발


2015년
“현무2” 첫 시험발사 성공


2024년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 개발

국방과학연구소가
2025년 현재 달성한 국방 및 경제 효과

1970년 창설 이후
투자된 연구개발비 65.2조 원의
10.7 배 경제 효과 창출

697.6조 원

총 960종 현용
무기체계 중
ADD의 연구개발로 획득된 무기체계

146

전 세계
23개국 이상 방산 수출
계약 기준 수주액

26.69조 원

산업 전반
고용 창출

38.7만 명

산업 전반
생산 유발

117조 원

산업 전반
부가가치 유발

44.7조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