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패스!
5:5 치열한 전장의 기록
ADD 풋살 동호회 FC MUG
글. 이현수 작가
사진. 박기현 작가
글. 이현수 작가
사진. 박기현 작가
5:5의 대결. 좁은 구장 안에서 패스와 드리블, 공격과 수비가 맞붙었다. 어두운 하늘에 환한 조명을 밝히고 주황색과 녹색 조끼를 걸친 두 팀은 저마다의 전술로 서로를 압박한다. 야간 풋살 동호회 FC MUG의 경기는 진지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웃음과 격려가 가득했다.
“스퀘어로 압박해!”, “오른쪽이 비었잖아!”, “맨투맨, 맨투맨!” 주황 팀은 초조했다. 전반 시작 1분 만에 녹색 팀이 벌써 득점을 했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간 골에 네트가 출렁이고, 환호와 아쉬움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 한 점의 우위가 상당히 단단했다. ‘한 점만 따라잡으면 되는데’라고 라인 바깥에서 대기 중인 선수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골대를 맞고 공이 튀어나오고, 프리 킥을 찰 차례가 되고, 몸싸움 도중 가벼운 부상이 발생해도, 그들은 ‘괜찮아!‘ 나이스!’ ‘할 수 있어!’라며 서로를 향해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20분에 걸쳐 쌓아 올린 노력은 후반전에 보상받았다. 연속으로 두 골 역전. 과연 공은 둥글었다. ‘이제야 경기가 더 재밌어졌다’라며 녹색 팀은 다시 투지에 불탔고, 주황 팀은 그리던 1점을 넘어 2점을 얻은 데 환호했다.
이곳 FC MUG가 탄생한 것은 2002년, ‘오 필승 코리아’가 울려 퍼지던 월드컵의 감격을 전후해서였다. MUG란 Mutual Understanding Group의 약자로, 풋살로 소통하고 하나가 되자는 취지에서 비롯했다. 시작은 소규모였다. 관리직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일명 ‘소통회’로 시작할 당시에는 회원 수가 많지 않아 3:3으로 간소하게 게임했다.
이후 관리직뿐 아니라 다른 직군도 함께하는 모임이 되자고 다 함께 뜻을 모았고, 20여 년이 지난 현재는 회원 수가 51명에 이른다.
풋살은 축구와 다르다. 미니 축구라고 불리긴 하지만 축구와 달리 적은 인원으로도 충분히 스릴을 만끽할 수 있으며 경기 인원도 5:5이지만 줄이거나 늘여 운영할 수 있다. 풋살장의 크기는 축구 대비 1/4에 불과하고, 선수 교체도 수시로 가능하다.
그렇다면 FC MUG가 말하는 풋살의 매력은 무엇일까. 2013년에 9월부터 활동해 가장 오래된 멤버로 꼽히는 도병수 소원은 ‘나만 잘하는 게 아닌 모두와 함께 호흡해야 하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당시 입소를 축하하고 밥을 사주시던 선배님의 권유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축구를 했던 경험도 있어 흔쾌히 참여했죠. 풋살뿐 아니라 주짓수, 유도, 무에타이 같은 격투기까지 할 정도로 다양한 운동을 좋아하지만 결국 풋살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축구보다 작은 공간에서 적은 인원으로 경기를 하다 보니 그만큼 팀워크가 중요한 종목입니다.”
벌써 12년째. 그동안 골키퍼에서 수비, 공격수로 영역을 확장한 데 이어 감독 파트까지 소화하는 그이지만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최근에는 풋살 학원에도 등록했다. 타겟형 스트라이커에 그치지 않고 개인기도 선보이는 강력한 공격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반면, 수비이자 미드필더인 박세빈 소원은 ‘전략’을 풋살의 매력으로 꼽았다.
“수비의 눈으로 풋살 경기를 보면, 어떤 전략으로 상대를 공략해야 효율적인지 보이거든요. 뒤쪽에서 보면 풋살장 전체가 다 보이잖아요. 어떻게 움직여야 승산이 있을지 가늠해 실제로 적용하는 게 무척 재밌습니다. 제가 선호하는 전략은 서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를 흐트러트리고 빈 공간을 창출해 공격하는 것입니다. 보통 축구에선 ‘티키타카’라고 하죠. ”
어릴 때부터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 게임을 좋아했던 박세빈 소원은 정해진 틀에 묶여있지 않고 자유롭게 위기 상황을 만드는 풋살의 전략적 유연성에 푹 빠져 있다. 경험이 좀 더 쌓이면 도병수 소원처럼 감독을 맡는 것이 목표다.
풋살은 추운 겨울에는 위험하다. 낮은 기온으로 인한 근육과 호흡기 부담, 기온차에 의한 미끄러운 지면 상태 때문이다. FC MUG도 이점을 반영해 1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시즌오프를 한다. 3월 중순의 킥오프(Kickoff)를 시작으로, 그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른다. 홀수 월에는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짝수 월에는 매주 화요일 오후 6시에, 여름에는 더위를 감안해 오후 7시에 모인다.
야간 경기는 장점이 많다. 심한 더위로 인한 탈진을 방지하고, 업무와 병행하기에도 부담이 덜하다. 미드필더인 유정웅 소원은 야간 풋살이 업무와의 병행에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점심시간에 운동하면 땀을 흘린 뒤라 씻고 환복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고 오후 업무시간에 피곤할 수도 있고요. 여름 땡볕 아래에서 운동하면 선크림 발라도 피부도 많이 상하고 인조잔디에 쓸리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어서 다소 위험하죠. 업무를 끝낸 저녁 시간엔 이런 단점들이 없고 업무도 완료한 상태라 마음까지 편합니다.”
업무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를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미드필더 윤성민 소원은 업무 스트레스에는 풋살만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볼에 대한 집중력이 좋고 볼을 내 것으로 만드는데 유능한 ‘투쟁적인’ 플레이를 하는 편이라 평소의 조용한 성격과 다르다며 주변에서 ‘지킬 앤 하이드’라고 놀리더군요. 업무가 몰려서 스트레스가 쌓인 시기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이렇게 회원들과 어울려 풋살 경기를 하면 쌓인 답답함이 시원하게 풀립니다.”
연구직인 박세빈 소원은 업무에도 풋살이 간접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연구의 전원을 내리고 축구의 전원을 올리는 것 같다고 할까요? 연구만 계속 하면 머리가 꽉 복잡하게 찼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운동할 땐 연구 내용을 잠시나마 완전히 잊는데 그다음에 해당 부분을 다시 떠올려보면 정리가 되더군요. ‘초기화’랄까요. 그리고 풋살을 하다가 연구에서 막힌 부분을 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고마움을 표하는 사람이 있다. ADD 이건완 소장이다. FC MUG의 이재상 총무는 소내 구장이 생긴 덕분에 이전보다 더 자주 볼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예전에 소 내에 구장이 없을 때는 회원들이 구장비를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내고 퇴근 후 차에 나눠 타고 이동해 경기를 해야 했기에 무척 번거로웠거든요. 하지만 작년 11월 인조잔디를 깐 정식 구장이 생기면서, 이제는 퇴근하고 곧바로 이곳에 와서 경기할 수 있게 되었죠.”
현재는 풋살장이 1곳뿐이라 두 팀만 운영할 수 있어, 1:1 경기만 가능하다. 향후에는 외부 초청, 부서장 포함 경기도 치러 보고, 풋살장을 추가해 리그전을 펼치는 것이 FC MUG의 바람이다. 서로에게 공을 패스하는 그들이 흘린 땀만큼, 직군을 넘어선 우정도 깊고 찬란해지는 밤이었다.
윗 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홍교 소원, 유정웅 소원, 박세빈 소원, 도병수 소원, 황인성 소원, 윤보원 소원, 김효근 소원, 이원석 소원, 태군호 소원, 이재상 소원, 심용보 소원, 정규호 소원, 윤성민 소원, 이상훈 소원, 안재현 소원, 최재혁 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