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eptember+October Vol. 192
원시기술 플러스

조난시 생존의 분기점
5시간 안에 지붕을 세워라!

글. 편집실   사진. shutterstock

야외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물이나 음식 확보가 아니다. 실제 생존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한 셸터(Shelter)’를 만드는 일이다. “공기 3분, 물 3일, 음식 3주”라는 생존 우선순위가 일반적으로 통용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조건에서의 기준이다. 실제 조난 현장에서는 체온 저하가 사망 위험으로 이어지는 시간은 단 3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따라서 조난 직후 5시간 안에 셸터를 구축해야 한다는 원칙은, 생존을 위한 사실상 ‘골든타임’이다.

1 셸터 위치 선정이 생사를 가른다

바람은 피하고 계곡은 멀리
셸터는 얼마나 튼튼하게 짓느냐보다 어디에 짓느냐가 더 중요하다. 바람이 직접 부는 능선이나 개활지는 피하고, 울창한 숲이나 큰 바위 뒤처럼 자연 방풍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지형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계곡이나 웅덩이 근처, 즉 저지대는 갑작스러운 폭우 시 침수 위험이 크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셸터 부지로는 약간의 경사가 있는 높은 지대나 언덕의 측면이 적합하다.
바닥은 최대한 평탄하고 단단한 곳을 택해야 하며, 돌이나 뿌리 같은 이물질은 사전에 제거한다. 주변에 마른 나뭇가지나 고사목이 충분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는 셸터의 뼈대가 될 자재이자, 향후 모닥불을 위한 땔감 확보 측면에서도 필수적이다.

2 간단하고 빠른 린투 셸터가 정답

린투 셸터 만들기
산행 도중 조난을 당했을 때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구조물은 린투(Lean-To) 형태의 셸터다. 방법은 간단하다.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 긴 나뭇가지를 걸쳐 ‘리지 폴’을 만들고, 그 한쪽 끝을 땅에 고정시킨다. 이후 짧은 가지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45도 정도의 각도로 기대어 경사 구조를 형성하고, 외벽에는 낙엽과 솔가지, 이끼 등의 자연 단열재를 최소 30cm 이상 겹겹이 덮어 지붕을 완성한다.
셸터 내부 바닥에는 낙엽과 잔가지로 두텁게 단열층을 깔아 체온 손실을 줄이고, 가방이나 여벌 옷을 활용해 간이 베개를 만들면 더 좋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넓은 공간보다는 작고 밀폐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공간이 클수록 내부 온도 유지가 어려우며, 냉기 순환이 빨라진다.

최고의 지붕 야자수 잎
해외 여행중 해안가나 열대 무인도에 고립되었을 경우에는 낮에는 강한 햇빛과 자외선, 밤에는 높은 습도와 해풍에 노출되므로, 그늘과 방풍·방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대나무나 야자수 잎은 구조물 골격과 방수 지붕을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하다. 대나무를 세워 A자 프레임을 만들고, 넓은 야자수 잎을 여러 겹 겹쳐 엮으면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인 셸터가 완성된다. 야자수 잎은 물을 잘 흘려보내는 성질이 있어 천연 방수포로 안성맞춤이다. 부족한 경우에는 덩굴식물이나 갈대를 함께 엮어 보완할 수 있다.
바닥에는 솔방울, 마른 이끼, 잎사귀 등을 깔아 최소한의 단열층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닥불을 피울 경우에는 셸터로부터 3m 이상 떨어진 위치에서 화로를 만들어야 한다.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셸터를 위한 생존 키트, 타프와 은박 담요

준비가 곧 생존
계획된 산행 중 길을 잃는 상황에서는 휴대한 생존 장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타프나 비옷, 은박 응급 담요, 로프, 쓰레기봉투처럼 가볍고 다목적으로 쓸 수 있는 장비는 생존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예를 들어, 타프나 판초 우의는 나무 사이에 걸어 간단한 천막 형태로 설치할 수 있고, 은박 응급 담요는 체온을 반사해 체내 열 손실을 막아준다.
대형 비닐봉지는 머리 구멍을 뚫어 즉석 우비로 활용하거나 바닥 시트로 사용할 수 있다. 타프나 방수포는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휴대 가능한 크기와 무게로 제작되며, 셸터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5분 이내에 불과하다. 이러한 키트를 사전에 준비해두는 것만으로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조 신호를 위해 모닥불을 피울 때에는 바람 방향과 셸터 출입구 위치를 고려해야 한다. 불씨가 셸터 내부로 날아들지 않도록 입구는 바람 반대편에 위치시키고, 바닥에는 공기 유입을 위한 공간을 만든 뒤, 바위나 돌로 화로 둘레를 감싸 안전을 확보한다. 가능한 경우 연기를 높게 올려야 조난 신호로도 활용할 수 있다.
셸터는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다. 체온을 유지하고 공포를 줄이며, 다음 행동을 계획할 수 있는 ‘생존의 기지’다. 단 한 번의 산행이나 여행에서도 타프와 로프, 은박담요 한 장 정도의 준비만으로도 생존의 분기점에서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자연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생존의 첫걸음이다.

⚠︎ 산에서 불 피우기 금지!
우리나라에서는 산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고의로 산불을 일으킬 경우 최고 15년 징역, 실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 화기 소지 시 3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조난 상황임을 입증했을 경우 양형이 감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