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 낭만과 행복 백상태 소원 가족
글. 강진우 작가 사진. 박기현 작가
글. 강진우 작가 사진. 박기현 작가
둘째를 낳은 지 어느덧 6개월. 첫째가 좋아하는 캠핑을 다시 다녀야겠다고 결심한 백상태 소원 부부가 용기 내어 캠핑장으로 향했다. 힘듦을 각오하고 출발한 여정이었지만, 막상 캠핑장에 도착하니 더 큰 낭만과 행복이 이들을 반겼다. 둘째 출산 전에는 내심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낳고 나니 두 아들이 두 배의 기쁨을 선사했던 지난 반년처럼.
2년 전 캠핑이 아이에게 여러모로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백상태 소원 부부는 첫째 건우에게 캠핑 다녀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건우가 설렘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길로 캠핑 장비를 마련한 뒤 곧장 충남 공주의 한 캠핑장으로 떠난 세 식구. 제법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도 담요를 두른 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밤하늘에 가득 떠 있는 별을 올려다보고 ‘불멍’ 시간을 가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 이들은 이후로도 두세 번 더 캠핑을 다니며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가족들보다 한발 빨리 캠핑장에 도착해서 짐을 풀던 백상원 소원이 당시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이런 와중에 작년 봄 둘째를 가지게 됐어요. 허니문 베이비로 들어선 건우를 낳은 뒤 둘째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뤄지지 않아서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때 작은 기적과 마주한 거죠. 그 뒤로 둘째 은우의 출산 준비와 육아 때문에, 건우에게는 미안하지만 캠핑을 잠시 미루고 있었는데요. 여름과 가을이 겹쳐서 캠핑하기 딱 좋고 둘째에게도 별 무리가 없는 이 시기에 다시 야외로 나가 보자고 아내와 의견을 맞췄고 네 가족의 첫 번째 캠핑을 나오게 됐습니다.”
그때 아내 김민주 씨의 차가 캠핑장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카시트에 탄 건우와 은우가 뒷자리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민주 씨가 조용히 첫째를 깨우며 도착했다고 말하자 나른하게 풀려 있던 건우의 눈이 금세 반짝반짝 빛났다. 차에서 내린 뒤 주변을 둘러보던 건우가 신나는 목소리로 외쳤다. “여기 제가 좋아하는 캠핑장이네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민주 씨가 귀띔했다. “캠핑 간다고는 했지만 여기 온다고는 말 안 했거든요. 제일 처음 왔던 캠핑장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여기를 좋아하더라고요.”
세 식구가 처음 캠핑에 나섰던 바로 그곳에서 네 식구의 첫 캠핑이 막을 올린 순간이었다.
짐을 내리는 아빠를 도운 건우가 텐트를 치기 전에 캠핑장을 한 바퀴 돌아보자며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았다. 은우가 좋다는 듯 타이밍을 맞춰 방실방실 미소 짓자 함께 웃음을 터트린 백상태 소원 가족. 일행의 첫 번째 행선지는 캠핑장 한편에 자리한 동물 농장이었다. 동물 좋아하기로 유명한 건우가 캠핑장에서 제공한 먹이를 양, 돼지, 토끼, 거위에게 차례로 건네며 뿌듯해하자 백상태 소원이 건우를 향해 엄지를 치켜올렸다. “제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심성이 곱고 다른 사람을 잘 챙기는 천상 착한 아이예요.” 아빠가 조용히 첫째 아들을 칭찬하는 사이에도 건우는 살가운 어조로 동물들을 부르고 있었다. “토끼야, 거위야, 이리 와서 밥 먹자!” 아이의 진심이 전해진 것일까. 동물들이 유난히 건우 쪽으로 많이 모였지만, 아이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에게 골고루 당근을 나눠 줬다.
이 캠핑장의 명물인 이른바 ‘깡통기차’를 타는 시간도 가졌다. 사륜 오토바이 뒤에 드럼통으로 만든 기차가 줄줄이 매달려 있었는데, 백상태 소원과 건우, 민주 씨와 은우가 각각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선선한 늦여름 오후의 바람을 마음껏 즐겼다. 깡통기차에서 막 내린 건우가 좋은 기억력을 증명하듯 캠핑장 곳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는 수영장이 있고 저쪽에는 매점이 있는데, 저녁에는 영화도 틀어줘요!” 백상태 소원의 말처럼 착하면서도 똑똑함을 겸비한 건우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곳곳을 다니며 한참을 놀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텐트를 칠 차례. 건우가 타프와 텐트를 세우면서 비지땀을 흘리는 아빠 곁에 머물며 든든한 첫째 노릇을 하는 사이, 민주 씨와 은우는 텐트 의자를 펼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둘째가 어려서 이곳에 오면서도 ‘괜찮을까?’ 싶었는데, 은우도 캠핑 체질인지 얌전히 있고 잘 웃어서 좋네요. 역시 모든 일은 막연하게 걱정하기보다는 직접 부딪쳐 봐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백상태 소원 부부는 둘째가 태어나고 6개월간 키우기까지의 과정 중에도 ‘걱정보다는 경험’이라는 생각을 몸소 실천했다. 건우가 쓰던 육아용품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을 만큼 둘째를 바랐지만 4년 넘게 아이가 생기지 않자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했다. 그런데 바로 그즈음 은우가 들어섰다. 부부는 “그토록 원했던 일이었음에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며 그때의 심경을 솔직하게 전했다.
“모든 변화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뒤따르잖아요. 당시의 우리가 그랬던 것 같은데요. 힘들겠지만 우리가 원했던 상황이니 좋게 받아들이자고 마음을 모았어요. 그런데 막상 둘째를 낳고 보니 아이를 사랑하고 예뻐하는 마음이 힘듦을 아득히 넘어서는 걸 실감하면서 ‘역시 둘째를 낳길 잘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낳은 엄마 아빠 중 상당수가 셋째도 낳고 싶다고 얘기를 많이 하던데 은우를 낳고 기르며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저절로 이해했죠.”
돌이켜 보면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일이 이런 흐름으로 전개됐다. 첫째를 가졌을 때 ‘이제 해외여행은 못 다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은우가 생기기 직전에 건우와 함께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며 함께하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번 캠핑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7개월 차에 들어선 아들과 함께하는 캠핑이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와 보니 더 즐겁다고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기에 백상원 소원 부부는 앞으로도 괜한 걱정은 접어두고 두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 한다. “당장 다음 주에도 이웃사촌 다섯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가기로 했다”고 이야기하는 부부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어느새 네 식구의 보금자리가 세워졌다. 때마침 저녁 시간이 찾아오자 테이블을 펴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행복감을 끌어올리던 그때 건우가 불현듯 엄마 아빠를 향해 외쳤다. “우리 오늘 꼭 ‘불멍’ 하고 자요!” 부부가 웃으며 건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게 불멍뿐이랴. 2박 3일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한 네 식구는 순간순간을 알차게 보내겠다고 다짐하며 다가오는 밤을 기꺼이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