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장을 압도할 기술의 축제
서울 ADEX 2025
글. 편집실 사진. 박기현 작가
글. 편집실 사진. 박기현 작가
화려하고 학구적이었다. 무기 시연, 실물 사이즈 모델, 영상 퍼포먼스, AI 비행 시뮬레이션···. 미래 전장을 압도한 신기술들을 다양하고 인터랙티브한 방식으로 제시한 ‘서울 ADEX 2025’.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전시의 볼거리 면에서도, 무기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설명에서도 관람객을 충분히 납득시켰다.
“저희는 해군 소속이고요, ADEX에는 군에서 홍보하는 걸 보고 왔습니다. 전시회 규모가 이렇게 큰지 몰랐어요.”
열정의 무게는 무엇으로 잴 수 있을까. ADEX 전시 종료 시간은 오후 5시. 하지만 종료되기 불과 15분 전에 세 명의 남녀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시장에 입장했다. 반대편 전시관까지 열심히 둘러본 다음 이곳에 왔더니 벌써 마감 시간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청년들은 전시 마감이 다가왔다고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KAI가 해군의 정비업체이면서 해상초계기 3차 사업으로 연관이 깊으니 전시된 기술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라며 눈을 빛내던 그들은 마감 시간이 되기 전에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전시된 정밀 무기·항공기 모델들을 빠르게 훑어보더니 시연장으로 향했다. ADEX 2025는 항공우주와 방위산업 분야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이자 친절한 지식 교류의 장이었다. 자주색 명찰을 단 관계자들은 누군가가 다가와서 “이건 무엇을 하는 장비인가요?”라고 순진한 질문을 던지면, 10~15분간 이어지는 자세한 설명으로 그의 호기심을 채워주었다. 듣는 사람들도 시종일관 진지했다. 혼자 혹은 서너 명이 함께 팔짱을 끼거나 턱을 쓰다듬거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떤 종류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는지, 또 그전 무기가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집중해서 들었다.
전시회장은 인산인해였다. 일반 관람객이 홀에 입장하려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외부 복도는 식사와 담소, 휴식을 하러 나온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한국인만큼이나 외국인 참가자도 많았다. 수많은 훈장을 단 군복을 입은 이, 같은 문화권인 듯 비슷한 옷차림을 한 이, 원래 잘 아는 사이인 듯 시종일관 농담을 주고받는 이들까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각자 다른 형태의 집단으로 이루어졌다. 프랑스어, 호주식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다양한 종류의 언어가 들렸다. 그들의 언어는 각기 달랐어도, 공통점이 있었다. 새로운 무기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 이를 자신들의 업무에 어떻게 하면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이로써 자국을 안전하고 튼튼하게 지키겠다는 애국심이었다.
교류하는 서울 ADEX 2025의 실내 전경 모습.
시민들이 최신 무기를 직접 시연해보고 있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와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주최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인 35개국 600여 업체, 2,800여 개의 부스로 구성됐으며, 각국 군의 주요 인사와 정부, 국내외 방산업계 관계자, 산·학·연·군 관계자 등을 포함해 총 26만 3,283명(서울공항 15만 2,257명, 킨텍스 11만 1,026명)의 인파가 참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방산 3사에서는 AI 기술 적용 제품을 다수 공개했다. 다연장 로켓 천무의 미래 버전 천무 3.0(지대지→지대함→L-PGW)의 핵심 구성품, 한국형 무인지상차량 테미스-K(THeMIS-K), K9 자주포의 완전 무인화를 꾀하는 K9A3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3,600톤급 중형 잠수함 장보고-Ⅲ 배치(Batch)-Ⅱ 선도함의 모형도 전시했다.
LIG넥스원 역시 차세대 첨단기술과 AI 기반 무인화 솔루션 등을 선보였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등을 전시했으며, KF-21 항공무기탑재체계 공개에는 외국인을 포함해 많은 인파가 몰렸다.
현대로템은 초음속 이상의 순항 비행체에 탑재되며, 국방과학연구소의 ‘한국형 장거리 공대공 유도무기 시제품 개발’ 과제에 사용되는 덕티드 램제트(Ducted Ramjet, 공기압축 방식) 엔진, 글로벌 우주 시장의 대세로 손꼽히는 메탄 엔진,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저소음 기동으로 은밀한 업무 수행에 제격인 무인 모빌리티 블랙 베일(Black Veil), 폴란드형 K2 전차(K2PL MBT) 실물 사이즈 등을 선보였다. 풍산은 파쇄탄, 철갑탄, 고폭탄 전차탄, 박격포탄은 물론 최근 연구한 개발탄을 선보였다. 특히 K9 자주포에서 사용할 수 있는 155mm 사거리연장고폭탄 K333은 항력감소장치에 보조추진장치를 더해 기존보다 늘어난 사거리와 순수 국내 기술 사용 면에서 주목받았다.
‘서울 ADEX 2025’는 해외 방산 바이어와 기업 관계자가 집중적으로 교류하는 ‘비즈니스 데이’와 앞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된 일반 공개 행사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K-방산의 기술력을 체험하는 ‘퍼블릭 데이’가 운영되었다. 수출 협력 논의가 이뤄지는 동시에, 국산 항공기 비행 시범과 시뮬레이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독자 기술의 성과를 국민과 함께 공유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다족보행로봇
KF21 전투기와 미사일의 축소 모형
NI-100VT
K2 전차
국방과학연구소는 자주국방 완수라는 사명을 바탕으로 이번 ‘ADEX 2025’에서 연구소가 직접 개발·시험해 온 첨단 무기체계를 선보이며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구소는 ‘4대 방위능력 구축’, ‘국방첨단기술 선도’, ‘기반전력 첨단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 국방과학기술 발전 전략의 실제 성과를 현장에서 공개했다.
전시장에는 국내 최초의 군 정찰위성 425 SAR 위성이 대표 전시품으로 소개되어, 악천후와 야간에도 관심 지역을 독자적으로 감시·정찰할 수 있는 고해상도 관측 기술을 보여 주었다. 이어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는 종심 지역의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정밀 정찰 능력을 시연하며,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서 무인 정찰체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또 천궁-II는 탄도탄 요격 능력을 추가한 중거리 지대공 무기체계로, 적의 공중 위협에 대한 다층 방어망 핵심 역할을 수행할 장비로 주목받았다. K9 자주포는 긴 사거리와 빠른 대응성, 우수한 기동성으로 관람객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았으며, KF-21 AESA 레이더는 차세대 전투기에 탑재되어 다수의 표적을 동시 탐지·추적할 수 있는 첨단 전자기술의 결정체로 소개됐다.
이 밖에도 전술지대지유도무기는 단시간 내 적의 주요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술급 탄도미사일로, 향후 전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대표 무기로 꼽혔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K2 전차는 지상전 수행 능력의 진화를 상징하듯 전시장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수행해 온 연구개발의 성취를 한눈에 보여 주는 동시에, 미래 전장 환경을 대비한 대한민국 국방과학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술 집약체이자 국가 방위력의 상징으로서 국방과학연구소 부스는 전시장을 찾은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K-방산의 심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방과학연구소 부스와 425 SAR 위성
이건완 ADD 소장이 해외 방산업체 관계자의 브리핑을 받고 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길 기대합니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에서 서로 배우고 발전해 나갑시다.”
이건완 국방과학연구소 소장과 해외 방산업체 관계자는 활기찬 악수를 나눴다. 형식적 인사에 머물지 않는 이 소장의 태도는 오랜 경쟁자이자 협력자인 상대를 향한 존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항공우주·방위산업 종사자를 위한 ‘비즈니스 데이’가 열린 10월 21일, 이 소장은 국내외 굴지의 방산업체 부스를 두루 방문하며 국방과학연구소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와 공동으로 만들어갈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MBDA, 보잉, RTX, KAI 등과의 만남에서 이 소장은 업체들이 전시한 기술과 장비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ADD가 축적한 연구 역량이 어디에 기여할 수 있는지, 또 미래 전장에서 어떤 기술을 함께 구상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기술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FA-50 비행 시뮬레이터에 직접 탑승해 개발 결과물의 성능을 체감하는 등 ‘현장에서 검증하는 기관장’의 면모도 드러냈다.
특히 이 소장은 “보잉 MQ-28과의 성능 차이는 어떠한가”, “해당 기종의 향후 발전 속도는 어느 지점에 도달할 것인가” 등 전략·연구·운용을 모두 아우르는 시각으로 질문을 던지며 ADD가 국내 산업계와 국제 파트너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짚었다.
최첨단 군사기술이 한자리에 모인 방산계의 축제 ‘서울 ADEX 2025’. K-방산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연구개발의 성과를 관람객에게 아낌없이 안내하며 AI·무인화·우주 등 미래 전장의 중심이 될 핵심 기술을 목격할 수 있었던 이번 행사는 10월 24일 ‘퓨처스 데이’를 끝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규모만 역대 최대가 아닌 방산의 발전 방향을 확인하고 기술 발전을 선도하며 미래 도약의 비전을 제시한 뜻깊은 자리였다.
해외 군 관계자들이 무기체계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전시 중인 천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