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November+December Vol. 193




별별랭킹

31년의 노래,
인생의 여백을 채우다
박찬우 팀장

글. 이현수 작가   사진. 박기현 작가

31년의 노래,
인생의 여백을 채우다
박찬우 팀장

진공 상태에서 노래한다. 작가주의 시선으로 곡을 고르고 무대 위에서 관객을 설득한다. 30여 년 동안 청명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시 같은 음악을 전해온 사람. 밴드와 버스킹을 넘나들며 청중의 마음을 울리는 박찬우 팀장을 만났다.

노래의 이유는 ‘진공’

싱어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곡의 구조·가사·멜로디를 철저히 분석해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어내는 타입, 두 번째는 곡을 머리로 읽지 않고 화자가 되어 감정을 정의하기보다 그 감정 자체가 되는 ‘메소드 연기형’ 타입이다. 후자는 드뷔시와 잭슨 폴록의 계보와 닮았다. 드뷔시는 “작품에서 시를 추구해야 한다”라고 했고, 폴록은 자동기술 기법으로 “그림을 내가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림이 나를 그리게 한다”라고 말했다. 어느 쪽이 우위라 말할 수는 없지만 원초적 감정의 폭발력만큼은 본능형 보컬이 유리하다. 박찬우 팀장은 후자에 가깝다. 곡을 듣고, 불러보고, 그 안에 잠기는 방식이다. “저는 곡을 ‘해석’해서 부르지 않아요. 제가 느끼는 걸 그대로 부르는 스타일이죠. 예를 들면 최근 버스킹에서 부를 지드래곤의 ‘무제’도 제 방식대로 녹여낸 곡이에요.”
그의 레퍼토리는 폭넓다. 윤도현밴드 ‘타잔’, 임재범 ‘비상’, 강산에 ‘예럴랄라’, 안치환 ‘수풀을 헤치며’, 버즈 ‘남자를 몰라’, 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최호섭 ‘세월이 가면’, 윤종신 ‘오르막길’, 장미여관 ‘밤이면 밤마다’, 메탈리카 ‘Nothing Else Matters’, 프랭크 시나트라 ‘Fly Me to the Moon’, 오아시스 ‘Don’t Look Back in Anger’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40여 곡을 소화한다. 그는 올해로 노래 경력 31년째다. 19년간 ADD 음악 동호회 ‘트랙스(the TRACKs)’(1999년 설립)에서 활동했고, 버스킹 모임 ‘ABC(ADD Busking Crew)’(2023년 설립)에서는 2년째 합동 공연을 이어간다. 외부 버스킹 동호회까지 참여해 공연 횟수도 많다. 이는 꾸준한 연습량이 필요함을 뜻한다.
올해 2월 팀장 보직을 맡았고, 연구소 창립 55주년 기념 행사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도 겹쳤다. 어떻게 일과 취미를 병행했는지 묻자 그는 ‘진공’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무대에 있을 때, 관객의 반응이 진공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모든 시선과 감정이 제게만 쏠리는 순간이죠.” 보통 ‘노래를 잘한다’는 표현을 들으면 우리는 노래의 흡인력을 떠올린다. 하지만 무대에서 화자인 가수 입장에서 바라보면 다른 감각도 있다. 노래에 깊이 몰입한 사람들 사이에서, 발화자와 청자의 거리가 단숨에 사라진 듯한 상태. 모든 불순물이 사라지고 노래 한 줄로 직렬 연결된 듯한 기이한 감각. 그 감각이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끈다.
시작은 다섯 살 때였다. 무대 위에서 ‘창밖을 보라’를 부르며 편안함을 느낀 어린아이. 고교 밴드, 대학 밴드 동아리를 거쳐 2006년 ADD 입소 이후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랐다. 두 번의 공백기도 있었다. 군복무 7년 가까이 거의 노래를 부르지 못한 시간, 그리고 박사학위를 준비하며 음악을 내려놓아야 했던 시간. 학위 취득 뒤 찾아온 공허감은 음악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해주었다. “인생의 여백을 좋아하는 활동으로 채우는 건 의미 있는 여정이에요. 전문성으로도 이어지고, 무엇보다 삶의 만족도를 높여 주죠.”

버스킹과 밴드, 서로 다른 교감

그는 왜 밴드와 버스킹을 모두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 보완적이기 때문이다. “밴드는 연주의 ‘합’이 맞아갈 때의 매력이 커요. 각자 연습해 와도 실제로 호흡이 딱 맞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게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의 보람이 크죠. 무엇보다 현장감 있는 라이브 사운드가 다채롭고 화려하고요.” 대신 팀원들과의 의견 조율이 세심해야 하고 누군가 한 번만 실수해도 곡 전체가 흔들린다.
반면 버스킹은 이 모든 단점을 뒤집는다. “버스킹은 자유도가 높아요. 조율 없이 제가 좋아하는 곡을 바로 부를 수 있고, MR이나 통기타, 건반 등 구성도 간편해서 가볍게 도전할 수 있죠. 실수는 저 혼자 하는 것이니 그에 대한 부담도 적어요. 밴드 공연은 한 번 실수하면 멤버들에게 민폐가 크니까요.” 다만 외부 변수에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음향 문제가 생기면 공간감 없는 거친 소리가 나가기도 하고, 무선 마이크가 꺼지거나 건반 전원이 꺼지기도 해요. 날씨 때문에 공연이 끊기기도 하고요. 그래도 대부분 티 안 내고 포커페이스로 이어갑니다.”(웃음)

인생의 여백을 좋아하는 일로 채우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박찬우 팀장


무대에 있을 때,
관객의 반응이 진공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모든 시선과 감정이
제게만 쏠리는 순간이죠.

그의 선곡 기준은 ‘작가주의와 교감’

그는 곡을 고를 때 ‘작가주의적 시선’과 ‘관객과의 교감’을 함께 고려한다.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니 잘 알려진 곡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요. 저는 먼저 ‘내가 좋다고 판단하는 곡인지’를 봅니다. 그런데 제가 좋다고 생각해 무대에 올린 곡이 실패한 적은 거의 없어요.
신문희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나라>도 그랬어요. 제2의 애국가로도 손색없을 만큼 관객 반응이 정말 좋았죠.” 그는 바리톤이지만 테너 음역까지 능숙하게 넘나든다. 최근 KBS <전국노래자랑>세종시 편에서는 최우수상도 받았다.
처음부터 지금 같은 성량과 기교를 가진 건 아니다. 한때는 음역대를 고려하지 않아 어색한 시절도 있었다. 본인의 음역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춘 선곡과 연습을 이어가며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점심마다 트랙스 연습실을 찾고, 약속이 없는 날은 종종 저녁에도 노래한다. 자신의 공연 영상을 보며 발음·감정선·기교 등을 체크해서 다음 공연에 개선된 형태를 반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를 성장시킨 건 ‘사람’이었다. “저랑 버스킹을 주로 하는 건반 초핀(쇼팽(Chopin)의 영어발음, 신원영 소원)이 제 귀인이죠. 초핀과 버스킹, 밴드를 하면서 제가 선곡한 노래를 초핀이 음역대와 분위기에 맞게 편곡해서 공연에 올립니다. 편곡의 힘이 생각보다 훨씬 위대합니다. 트랙스 밴드 유닛 MAMACHOCA(닉네임 : 마트, 마초, 초핀, 카레)도 늘 저에게 맞춰 주고요. 밴드 멤버로서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