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November+December Vol. 193
찰칵! 과학 풍경화

별의 신호,
우주를 향한 우리의 시선

사라진 별의 박동에서 정찰위성까지

글. 편집실   사진. shutterstock, 별빛누리공원  
출처. 동아사이언스,
<우주의 신비, 펄서 탐험>, <코스모스>

별의 신호,
우주를 향한 우리의 시선
사라진 별의 박동에서 정찰위성까지

하늘에서 고요히 빛나는 별에는 과학적으로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다. 별이 생애 주기를 다하고 남기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활용한 과학기술은 무엇인지,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이를 어떻게 연구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별을 바라보는 자가 남긴 것

어린 왕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밤하늘을 바라볼 때, 무수한 별 중 하나에 제가 살고 있을 걸 알기에 웃음 지을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리고 아저씨는 모든 별을 보면서 미소 짓게 될 거예요.” 그러고는 “이제는 혼자 가보겠다”라며 떠난다. 두 줄의 선으로 그린 지평선, 그리고 그 위에 빛나는 별 하나. <어린 왕자>에 들어간 마지막 삽화의 모습이다.
이 동화를 쓴 생텍쥐페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공군에 자원입대했다. 정규 전투 조종사의 연령 제한(35세)을 훌쩍 넘은 나이였기에 담당 장군과의 면담 끝에 5회 이하로 비행한다는 조건을 달아서였다. 좁은 항공기 조종석에 몸을 끼워 넣고 엔진을 깨운 뒤 수신호를 그려 보이고 하늘로 날았다. 그러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왕자> 출간 후 고작 1년여 뒤인 1944년 7월 31일, 그의 나이 마흔넷이었다. 그의 ‘실종’을 두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가 처음 조종사로 일할 때 부여받은 숫자 A-612에서 명칭을 따온 어린 왕자의 고향인 B612로 돌아간 것 아니겠냐고.
생텍쥐페리가 끝내 돌아갔을지도 모르는 ‘별’은 사람이 우러러보는 것이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윤동주),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정호승) “나무가 항시 하늘로 향하듯이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노천명),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신경림),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정진규) 등 별은 언제나 시인의 눈동자를 잡아두었다.

존재하지 않는 별의 초상

과학적인 관점에서도 별에는 시간을 뛰어넘는 신비함이 깃들어 있다. 우리가 지금 보는 별은 수천 수만 년 전 우주의 시점이 반영된 것이다. 오늘의 밤하늘은 현재가 아닌 과거를 반영한다. 빛에는 정해진 속도가 있기 때문이다. 밤하늘에서 가장 유명한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640광년 거리의 적색 초거성)는 시점만 놓고 보면, 대략 조선시대 전후의 모습이다. 오늘 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지금 이 순간 존재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는 이미 죽어 사라진 상태일 수도 있다.

사라진 별이 남긴 마지막 박동 ‘펄서’

밤하늘의 별은 빛만 남기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 신호를 남기기도 한다. 대표적인 존재가 펄서(Pulsar)다.
펄서 신호는 중성자별에서 나온다. 중성자별은 아주 큰 별이 폭발한 뒤 남은 중심부가 강하게 압축된 천체다. 한마디로, 큰 별의 마지막 핵이 작은 덩어리로 응축된 형태다. 크기는 작지만 밀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펄서의 첫 발견은 1967년에 이루어졌다. 천문학의 판을 바꾸는 발견이었고, 이후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관측 장비 제작부터 신호 분석까지 직접 수행한 조슬린 벨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대신 그의 지도교수가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발견 과정은 더욱 흥미롭다. 벨은 처음 이 신호를 들었을 때 너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점에 주목했고, 혹시 외계 문명일 수 있다고 생각해 ‘LGM-1(Little Green Men-1)’이라 이름 붙였다. 하지만 관측을 이어가며 비슷한 신호가 여러 방향에서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고, 그제야 이 신호가 중성자별의 회전에서 비롯된 전파임을 밝혀냈다.
펄서는 종종 ‘우주의 시계’로 불린다. 초당 수백 번 같은 간격으로 전파를 내보내는데 이 정확성은 사람이 만든 시계보다도 뛰어나다. 이 정밀함은 여러 연구 분야의 기반이 되었다.
펄서의 반복 주기는 천체물리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공간을 뒤흔드는 중력파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하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실제 우주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데 활용된 것이다. 우주에서 들려오는 일정한 박동이 정교한 실험 장비처럼 기능한 셈이다.
이 규칙성은 우주항법 기술에서도 빛을 발했다. 우주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흔들리지 않는 기준점이 필요한데, 펄서는 늘 같은 리듬으로 전파를 내보내는 우주의 등대처럼 쓰였다. NASA가 펄서 신호를 이용한 항법 시스템(XNAV)을 개발 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펄서를 탐지하기 위해 개발된 관측 기술은 위성통신과 전파 감시의 기반이 되었다. 펄서를 보기 위해 정교해진 장비와 분석 기술이 다른 분야의 눈이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펄서 신호는 주기·위상·패턴이 고유하고 복제가 어렵기 때문에 우주에서 온 서명(signature)처럼 활용하려는 암호통신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사라진 별의 마지막 조각에서 흘러나온 전파는 지금도 같은 박동을 반복하고 있다. 그 미세한 떨림을 읽어내는 일은 앞으로도 우주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제주 서귀포 위성안테나와 별 궤적

정찰위성 5호기가 연 국방 우주의 문

최근 우리 군은 정찰위성 5호기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위성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우주궤도시험과 군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감시정찰 임무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번 성과는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성하는 핵심 전력을 제때 확보했다는 의미를 지니며, 킬체인 능력 강화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군은 앞으로 초소형위성체계 구축과 독자적 발사 능력 확보 등을 통해 국방 우주력의 토대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노력들

위성통신 기술

위성통신 기술은 날씨 관측, 군사 통신, 재난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위성통신 기술을 연구해 안정적인 군 통신체계 구축에 힘써 왔다. 전장에서는 정확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어야 하며, 극한 환경이나 폭발음 등의 장해 요소에 끊기지 않아야 하는 만큼 이러한 기술의 효용성이 높다. 특히 최근에는 재난재해, 도심교통항공(UAM), 비행기 내 대규모 인터넷, 해상 선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파 감시와 신호 분석

전파 기술은 4차 산업혁명과 우주 시대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파는 정보와 에너지를 전송하는 핵심 매개체로, 위성망을 이용한 불법 전파나 혼신을 막아 전파 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국가 안보의 기본이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펄서의 원리와 연관이 깊은 전파 감시 및 신호 분석 기술을 다방면에서 개발·발전시키고 있다.

별이 가까워지는 밤

가을은 별 관측에 가장 적합한 시기다. 날씨가 건조하고 습도가 낮아지면서 빛의 굴절을 줄이기 때문에 밤하늘의 별을 다른 시기보다 또렷하게 관찰할 수 있다.
광공해가 적은 산이나 바다 등지, 천문대에서는 별빛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별빛이 빛나는 가을밤, 전문 천문대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천체 관측은 물론 강연, 관람 해설 등 더욱 풍부한 방식으로 별과 가까워질 수 있다.

별마로천문대(강원 영월)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을 지닌, 국내에서 손꼽히는 관측 명소다. 근처에 활공장이 있어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조경철천문대(화천) 화천군 광덕산의 청정 지역에 자리한 천문대로, ‘아폴로박사’ 고 조경철 박사의 이름을 딴 곳이다. 휴전선까지 20km로, 낮에는 북한 땅도 관찰할 수 있다.

제주별빛누리공원(제주) 남쪽 하늘 별자리가 잘 보이는 국내 최남단 천문 테마파크.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즐기는 별 구경은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