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서로의 마음을 모아 건넨 작은 온기들이 누군가의 용기가 되어주었습니다. 뜻밖의 재난에도 용기를 잃지 않았던 동료 가족에게 연구소의 따뜻한 손길이 닿았던 순간처럼요. 함께 나누고 이겨낸 이야기는 우리를 더 단단하게, 서로에게 가까운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그 특별한 사연을 전합니다.
2025년은 제게 감사의 한 해입니다. 입소 후 사업 초기부터 참여한 군 정찰위성체계사업의 마지막 위성이 모두 우주로 가는 해이기도 하고, 올해 3월 경북 의성을 덮친 산불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무사했으니까요. 그리고 그 일로 인해 국방과학연구소의 사랑을 듬뿍 받은 한 해이기도 합니다. 무슨 일이냐고요?
저희 친정 가족은 경북 의성에서 모종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의성 안평 쪽, 저희 친정 집과는 좀 떨어진 산에 불이 난 겁니다. 헬기도 뜨고 산불 진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하니 ‘아, 금방 불이 꺼지겠지?’ 하면서도 걱정은 되었습니다. 그런데 뉴스에서 진화 속도가 지지부진하고, 바람이 강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매일 뉴스를 보고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는데, 엄마는 딸이 걱정할까 봐 괜찮다고만 하셨어요. 농장 쪽은 아예 불 같은 건 보이지도 않는다며···
그런데 며칠이 지나 근무시간에 ‘따랑~!’ 메시지가 왔습니다. 엄마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근무하는 딸이 걱정되어 차마 전화는 못 하신 엄마입니다. 참고로 저희 엄마는 무뚝뚝한 경상도분입니다. 메시지 내용이 매우 단조롭습니다.)
산불이 났다고 하지만 불이 직접적으로 난 곳이 아니었기에 가족들은 모종을 하나라도 빨리 키워 4월부터 출하할 준비를 하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산이 불타는 것을 보면서도 말이죠. 결국 산불이 가까이 다가왔지만 농장을 차마 버리고 갈 수 없었기에, 처음에는 호스로 하우스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다 불길이 갑자기 커지고 수백 미터를 날아다니면서 하우스 전체에 불이 붙기 시작!
모두 각자도생으로 황급히 탈출을 했지요. 대피 문자가 올 겨를도 없이 말입니다. 그날 밤 농장 직원들은 각자 사방팔방으로 대피는 했지만, 산불로 길이 막혀 길에서 두려움 속에 밤을 지새워야 했다고 하더군요.
총무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연구소원들이 모은 산불 성금을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상상도 못 한 일이었습니다. 저희를 위해 성금을 모으고 있었다니···
사실 저희 가족은 화재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모종은 농작물피해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거든요. 모종은 농작물에 속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닐하우스는 가건물로 정식 재산이 아니기에 피해 보상 대상이 아니었고요. 비닐하우스는 골조만 남기고 탔고, 어린잎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스프링클러 시설도 망가졌고, 튼튼해 보이지만 골조도 사실상 다 타버려서 새로 하우스를 지어야 했습니다. 보험도 없고, 지자체 보상도 지지부진해서 아직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다음날부터 복구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남은 모종을 살려 출하를 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하루 18시간 고강도 복구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하우스에는 임시로 한겹짜리 비닐을 덧대고, 여자들은 모종 관리를, 남자들은 하우스 정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모종이 안 팔리는 겁니다. 수소문을 해봤더니 모종을 사줄 사람은 모두 농민인데, 불이 나서 농기계를 잃고는 농사를 포기했고, 농사할 의지가 있는 농민에게는 의성군에서 무료로 모종을 나눠 줬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타 지역에서 가져온 모종이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희는 애써 키운 모종을 폐기 처분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이제 가을배추 출하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농장이 어떻게 되었냐고요? 제법 깔끔하고 근사한 비닐 옷을 입었습니다. 시설 피해가 막심해 작년만큼 모종을 출하하기는 어렵지만, 내년 모종 농사 준비는 조금 한 것 같습니다. 이 긴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가족들이 말합니다. 딸이 다니는 회사의 좋은 분들 덕분에 우리 가족은 복이 많다고요. 피해를 입은 분들이 여럿이지만 딸이 다니는 회사에서 보낸 성금은 매우 특별한 의미였다고 합니다. 복구 과정 중에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랑 듬뿍 담긴 성금이 저희 가족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어 긍정적이고 씩씩하게 헤쳐나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무쪼록 저희 가족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주신 연구소 소장님과 경영진, 그리고 실행해 주신 행정실장님 이하 성금을 기부해 주신 소원에게 지면을 통해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메리, 미리 크리스마스!
2025. 10. 28.
배민지
저희 가족은 이제 가을배추 출하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농장이 어떻게 되었냐고요? 제법 깔끔하고 근사한 비닐 옷을 입었습니다. 시설 피해가 막심해 작년만큼 모종을 출하하기는 어렵지만, 내년 모종 농사 준비는 조금 한 것 같습니다. 이 긴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가족들이 말합니다. 딸이 다니는 회사의 좋은 분들 덕분에 우리 가족은 복이 많다고요. 피해를 입은 분들이 여럿이지만 딸이 다니는 회사에서 보낸 성금은 매우 특별한 의미였다고 합니다. 복구 과정 중에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랑 듬뿍 담긴 성금이 저희 가족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어 긍정적이고 씩씩하게 헤쳐나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무쪼록 저희 가족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주신 연구소 소장님과 경영진, 그리고 실행해 주신 행정실장님 이하 성금을 기부해 주신 소원에게 지면을 통해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메리, 미리 크리스마스!
2025. 10. 28.
배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