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November+December Vol. 193
아이와 감성로드

쌍둥이가 이끄는
네 사람 행복 이야기 조민수 소원 가족

글. 강진우 작가   사진. 박기현 작가

쌍둥이가 이끄는
네 사람 행복 이야기 조민수 소원 가족

1,400년 전 찬란했던 백제의 문화를 고스란히 재현한 백제문화단지에 조민수 소원 가족이 들어섰다. 네 식구는 청아하고 은은한 백제 미학이 살아 있는 공간을 누비며 그 속에서 오늘의 찬란함을 마음껏 만끽했다.


“저기 숲이 있어!”
이안이가 문화단지 외곽의
정원 숲을 가리키며
외치자, 이서가 얼른
가보자며 이안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숲으로 들어선 네 식구

초겨울 분위기가 절정을 향해 달리던 11월 초, 조민수 소원 가족은 아이들 놀이방의 한쪽 벽에 붙은 전국 지도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수십 개의 작은 깃발이 지도 곳곳에 꽂혀 있었는데, 그동안 네 식구가 여행한 지역을 의미했다. 11월 중순 금요일에는 어디에 갈지를 고민하며 의견을 주고받던 가운데, 조민수 소원이 세종시와 멀지 않은 한 도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근처 도시는 많이 둘러본 것 같은데도 아직 못 가본 곳이 있었네. 이번에는 부여에 다녀올까?” 그가 왠지 모르게 아련한 느낌을 자아내는 삼국시대 백제를 떠올리며 가을 나들이 장소를 제안하자, 아내 엄송희 씨와 다섯 살배기 쌍둥이 이안이와 이서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민수 소원 가족이 부여군의 랜드마크인 백제문화단지에 오게 된 배경이다.
쌍둥이답게 빨갛게 물든 상의로 맞춰 입은 이안이와 이서는 각각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은 채 설렘 담긴 발걸음으로 백제문화단지 앞마당에 입성했다. “저기 숲이 있어!” 이안이가 문화단지 외곽의 정원 숲을 가리키며 외치자, 이서가 얼른 가보자며 이안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송희 씨가 남매의 돈독한 우애를 느낄 수 있는 쌍둥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두 아이 모두 자연과 동물을 참 좋아해요. 그래서 여행 장소 고를 때는 풍경이 아름다운지를 먼저 살피는 편인데, 옥천산과 금강이 배산임수를 이루는 곳이어서인지 역시 숲의 정취가 잘 느껴지네요.”
아이들이 자연을 즐기도록 넉넉하게 시간을 준 조민수 소원 부부가 이윽고 쌍둥이를 매표소 앞으로 불렀다. 두 아이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부부에게 내민 두 손 위에는 아이들을 닮은 탐스러운 빨간 열매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이 열매는 아무래도 산새들 먹이 같은데?” 조민수 소원이 짐짓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그럼 얼른 다시 가져다 놓을게요!” 하며 숲으로 달려가는 이안이와 이서. 다른 존재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고운 마음에 따뜻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뜻밖의 검사 결과, 뜻밖의 행복

입장권을 손에 든 조민수 소원 가족은 먼저 매표소 앞에서 출발해 사비궁을 한 바퀴 돌아보는 ‘사비로 열차’를 타려고 했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아 탑승 일정을 잠시 미뤄야 했다. 계획이 다소 틀어졌으니 아쉬울 법도 했지만, 네 식구는 미련 없이 백제문화단지의 대문 격인 정양문으로 향했다. 그때 송희 씨가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 일이 어떻게 계획한 대로만 흘러갈 수 있겠어요?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게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요?” 그 말을 들은 조민수 소원이 앞서가는 쌍둥이를 가리키며 속삭였다. “사실 두 아이가 한 번에 태어난 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죠.”
아이를 좋아하는 조민수 소원 부부는 결혼 후 되도록 빨리 아기 천사가 찾아오길 바랐고, 뜻한 대로 한 달 만에 임신 소식과 마주했다. 아이에게 열매라는 태명을 붙이며 기뻐한 것도 잠시, 2주 뒤 다시 찾은 산부인과에서 이번에는 뜻하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하나로 보이던 아기집이 사실 두 개라는 것. 쌍둥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한 송희 씨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자녀를 한 명만 계획했던 우리로서는 당황스러운 검사 결과였어요. 한 번에 두 아이를 키울 생각에 머릿속이 아득했죠. 그때 남편이 ‘홀로 외롭게 크는 것보다는 둘이 의지하며 지내는 게 나을 테니 잘 키워보자’라면서 저를 다독였는데요, 그 말을 듣고 강한 쌍둥이 엄마가 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답니다.”
예상대로 쌍둥이 육아는 녹록지 않았다. 아이들이 태어난 직후부터 1년간은 대구에 사는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았고, 이후에는 부부가 매일같이 한 아이씩 전담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쌍둥이 낳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조민수 소원 부부는 한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이 다섯 살에 접어든 지금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봐요. 엄마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도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면서 깔깔거리고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저 흐뭇할 따름입니다. 물론 종종 다투기도 하지만, 대체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사이좋게 지내서 요새는 때때로 ‘아이 하나 있는 집보다 더 편한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들곤 하죠. 그래서 이제는 저희가 나서서 ‘아이가 둘은 있어야 한다’라고 주변에 권장하고 있습니다.”(웃음)


세 살 때까지는 큰 차이가 없었는데,
네 살 넘어가면서부터 각자의 성향이
드러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이안이는
저렇게나 활동적이다가도 섬세한 면이
있고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요.
반면 이서는 얌전하고 고독을 즐기는
듯하다가도 몸 움직이기를 좋아하고
인내심이 강합니다.

활동가 이안, 관찰가 이서

한날한시에 태어났지만, 이안이와 이서는 서로 다른 매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이안이는 사비궁과 생활문화마을, 위례성을 돌아보는 내내 틈틈이 주변 수풀을 헤집으며 곤충을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반면 이서는 쾌활하게 사방을 돌아다니다가도 궁의 아름다운 단청, 마을 돌담 등을 집중력 있게 관찰하곤 했다. 조민수 소원이 두 아이를 지켜보며 설명을 덧붙였다.
“세 살 때까지는 큰 차이가 없었는데, 네 살 넘어가면서부터 각자의 성향이 드러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이안이는 저렇게나 활동적이다가도 섬세한 면이 있고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요. 반면 이서는 얌전하고 고독을 즐기는 듯하다가도 몸 움직이기를 좋아하고 인내심이 강합니다. 요즘 표현으로 치면 ‘에겐남’과 ‘테토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두 아이의 다른 면을 발견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쌍둥이 키우는 맛인 것 같아요.”
최근 조민수 소원 가족의 최대 관심사는 ‘다채로운 추억 쌓기’다. 경험상 몇 년 뒤면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할 거라는 걸 잘 알기에,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 시기를 놓칠 수 없다는 게 조민수 소원과 송희 씨의 생각이다. 올해에만 베트남 푸꾸옥, 제주도, 강릉 등 국내외 여러 곳을 오갔다는 부부는 “다음 주에도 여수 1박 2일 여행이 계획돼 있다”며 아이들에게 “여수에서도 재미있게 놀자!”라고 외쳤다. 그 말에 쌍둥이가 힘차게 “네!” 하고 대답했음은 물론이다.
백제문화단지 내부를 둘러본 네 식구는 마지막으로 맨 처음에 타려고 했던 사비로 열차에 올라 이곳의 아름다운 전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감상했다. 계획은 언제든 틀어질 수 있지만,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행동한다면 어느새 행복에 가까워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뜻하지 않게 쌍둥이를 얻었지만, 덕분에 두 배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조민수 소원 가족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