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January + February Vol. 194
일상 속 국방과학

군사위성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까지
인공위성 기술

글. 편집실   사진. shutterstock  
출처. 조선일보, 조선비즈, 동아사이언스, MBC 뉴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리역사넷, 「인공위성」(황도순 외/전자신문사), 대전일보, LIG넥스원

Global Positioning System
GPS 기술이 사용되는 스마트폰 지도 앱

군사위성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까지
인공위성 기술

정보가 곧 힘이 되는 시대입니다. 인공위성은 우리의 일상과 국가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위성이 등장하기 전에는 군이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했을까요? 이 글에서는 과거의 정보 수집 수단을 살펴보고, 인공위성이 지닌 주요 특징을 이해한 뒤, 최근 큰 주목을 받은 누리호 발사가 갖는 의미까지 함께 짚어봅니다.

정보의 집약체, 인공위성

영국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knowledge is power”라고 말했고, 유발 하라리도 「사피엔스」에 “우리에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이론이 지식”이라고 적었습니다.
정보는 중요합니다. ‘□□를 장악한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의 여러 버전이 있지만(가상 세계, 바다, 우주, 기타 등등) 여기에 정보라는 글자를 집어넣으면 현대에 가장 포괄적인 대전제를 만들어낼 수 있죠.
정보는 승리의 다른 이름입니다. 우월한 정보력으로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차지한 가장 유명한 사례로 로스차일드가 있습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영광이 시작된 계기는 워털루 전쟁이었습니다. 보통 전쟁의 승패는 국공채와 주식, 채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로스차일드는 정확한 정보를 남들보다 빨리 입수하기 위해 자본을 아낌없이 투자했습니다. 전용 쾌속선, 우편마차, 비둘기, 정보원 등을 대거 이용했죠.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기존에 구축해 뒀던 정보망을 통해 발빠르게 입수한 로스차일드는 우선 국채 가격 하락을 유도한 뒤 95%나 폭락한 채권과 주식을 잔인할 정도로 꼼꼼하게 긁어모았습니다. 이후 나폴레옹 패배 소식과 함께 국공채 가격이 급등하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요.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맥락의 역사적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병자호란이 있겠네요. 당시 청나라 태종은 조선의 산성을 차례차례 함락하는 전통적인 전법을 따르지 않고 수도에 있는 인조와 직접 결전을 치르겠다며 큰길을 따라 빠르게 남하해 버렸죠. 이때 인조가 멀리 도망쳤다면 시간을 벌면서 청나라 군사들을 물리칠 수도 있었겠지만 정보를 뒤늦게 전달받은 게 문제였습니다. 이미 적군이 수도 코앞까지 온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약 50일치 군량미만 구비해 두었던 근처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게 패착이었죠.
임진왜란 때도 전쟁 발발 사실을 수도에 전달하는 봉수 체계의 오작동이 문제였습니다. 한성부 조정은 일본의 침략 사실을 4일이나 지나 알게 돼 대응이 늦었고, 이는 7년에 이르는 장기전이라는 악몽의 시초가 됐습니다.
이 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IBM으로 일본의 암호를 해독해 압도적 승리를 거둔 미드웨이 해전, 영화 소품을 동원해 꾸민 가짜 막사와 군용차량으로 독일군을 속여 승리한 노르망디상륙작전 역시 정보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예입니다.
과거에는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이 필요했습니다. 첨성대는 기상과 역법을 책임지는 현재의 기상위성과 같은 역할이었고, 봉수대는 빛과 연기로 급보를 실시간 전송하는 통신위성과 같은 존재였죠. 등대와 북극성은 위치를 알려 주는 항법위성의 기능을 수행했고요.
현대의 인공위성은 첨성대와 봉수대, 등대와 북극성, 나침반 등 과거의 주요 정보 체계들을 통합해 담당하고 있습니다. 구름과 기류를 관측해 강수 확률과 태풍 경로를 예측하는 정밀 기상 예보, 지진, 화재 등 재난 상황 시 위성망을 통한 신속한 정보 전파, 물류, 배달 등 플랫폼 노동의 기반이 되는 GPS 기능 등을 모두 소화하며 정보의 집약체로 자리 잡게 되었죠.

신라 시대에 축조한 천문대, 첨성대



인공위성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인공위성은 사람이 만들어낸 별입니다. 추진체, 컴퓨터 장비, 전기 공급 회로 등으로 구성되며, 우주로 쏘아 올린 뒤부터 빠른 속도로 지구 주변을 돌게 됩니다. 지구가 당기는 중력과 위성이 밖으로 나가려는 원심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 이후에는 그 궤도에서 계속 돌게 됩니다. 그렇게 자리 잡은 뒤 지상에서 발생하는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이죠.
100g 이하의 펨토 위성, 1kg 이하의 나노 위성, 1,000kg 이상의 대형 위성, 20톤 이상의 셔틀까지 목적과 기능에 따라 종류가 다양합니다. 보통 인공위성에는 고해상도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일반 카메라의 초점거리가 18mm에서 200mm인 반면, 인공위성의 카메라 초점거리는 수십 미터에 달합니다. 초대형 망원경 같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내구성에서도 철저하게 검증된 부품을 사용합니다. 진공, 무중력, 자외선 등 극한 환경을 견뎌야 하고, 한번 우주에 올라가면 A/S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한국형 발사체-Ⅱ (Korea Space Launch Vehicle-Ⅱ)인 누리호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대한민국 누리호, 국방에서 민간으로

“5, 4, 3, 2, 엔진 점화, 이륙.” 2025년 11월 27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되었습니다. 발사체란 자체 추진력을 바탕으로 우주로 날아가는 물체를 통칭합니다. 발사체 기술은 국력의 핵심이자 자주성의 지표인 만큼 국가 간 기술 이전도 어려워 자주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난점이 있습니다. 고도의 과학기술과 개발비용이 집약된 기술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발사체와 인공위성을 제작·발사할 수 있는 나라를 ‘스페이스 클럽’이라고 칭하는데, 여기에 속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10여개 국에 불과합니다. 이번 누리호 발사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중심이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국가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개발한 기술은 민간으로 이전되면서 국민의 삶을 풍요롭고 안전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재탄생하곤 합니다. 인공위성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가 대표적입니다. GPS는 위성 신호를 수신해 지구상 어디에 있든 정확한 위치와 시간을 알려 주는 시스템으로, 처음에는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됐습니다. 이후 민간으로 이전되면서 GPS는 배달 음식 주문, 스마트폰 위치 확인, 기상과 재난 안전 정보 공유 등 일상생활 속 필수 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더불어 단순히 일상의 편의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달과 택배는 물론 차량 호출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뿌리가 되었고요.
발사체 기술의 민간 이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은 비용 절감과 창의적인 의사결정, 기술 발전을 위한 투자 등 적극적으로 산업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고, 이는 우주산업에서의 새로운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우주산업은 국가의 핵심 산업으로 뿌리내리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민간으로 이전된 ‘우주 산업의 엔진’이라는 민들레 홀씨가 사방으로 퍼지면 계절이 바뀐 뒤에는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게 되는 것이죠.


인공위성 기반의 GPS 기술이 군에서 민간으로
이전되며 배달, 길 찾기, 위치 확인 등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