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January + February Vol. 194










아이와 감성로드

눈 내리는 날의 곤충 대탐험 심용보 소원 가족

글. 강진우 작가   사진. 박기현 작가

눈 내리는 날의 곤충 대탐험 심용보 소원 가족

계획과 달리 눈발이 거세졌지만, 예천곤충생태원으로 향하는 심용보 소원 가족의 발걸음에는 걱정 대신 즐거움이 묻어났다. 사랑스러운 두 아들이 태어나고 행복한 가정을 이뤘기에, 예상이 빗나가더라도 나름의 기쁨이 존재한다는 걸 네 식구는 잘 알고 있었다.

겨울의 한복판에서 만든 새하얀 추억

국내 최대 규모의 곤충생태관인 예천곤충연구소&곤충생태원(이하 예천곤충생태원)에 다다르는 여정은 만만치 않았다. 전날 내린 눈이 두 진입로 중 한 곳을 막았고 결국 한 시간가량 먼 길을 돌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계획이 틀어졌으니 마음이 심란할 법도 했지만 차에서 내린 심용보 소원 가족의 표정은 한결같이 해맑았다. 오히려 펑펑 내리는 눈이 무척이나 반갑다는 듯 곤충생태체험관 앞에 펼쳐진 눈밭으로 신나게 달려가는 첫째 규안이와 둘째 규준이. 두 아들 뒤를 따라나서는 심용보 소원과 아내 김한슬 씨의 얼굴에 동심 어린 함박웃음이 새겨졌다. 잠시 걸음을 멈춘 심용보 소원이 말을 건넸다.
“차 안에서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니 지루했을 텐데 아이들이 기특하게도 상황을 이해해 주고 잘 기다려줬어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진땀 빼고 있었는데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웃음)
눈이 많이 내렸던 작년 어느 날, 네 식구는 용감하게 밖으로 나가 눈사람 만들기, 썰매 타기, 눈싸움을 야무지게 즐겼다. 이때의 추억이 좋았는지, 이번 겨울 들어 아이들에게 언제 눈이 많이 내리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는 심용보 소원 부부. 그토록 기다리던 눈이 사방에 깔려 있으니 이들이 곤충생태원 입장에 앞서 눈놀이에 푹 빠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눈사람을 만든 가족이 곧장 둘씩 편을 짠 뒤 눈싸움을 시작했다. 대설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새로운 추억의 기회로 바꾼 멋진 긍정성에 놀라워하자, 한슬 씨가 손을 털며 답했다.
“도심에서는 보기 어려운 새하얀 눈밭이 아깝잖아요. 눈이 내리지 않았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겨울 풍경도 감상할 수 없었겠죠. 사실 살면서 계획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잖아요? 그때그때 좋은 점을 발견하고 최대한 즐기는 게 행복의 왕도인 것 같아요.”


우리 집에는
진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가 있거든요!

넓적사슴벌레를 관찰하는 규안이와 규준이

‘귀중한 우연’으로 빚은 충만한 일상

돌이켜 보면 두 아들이 찾아온 과정도 우연과 받아들임의 연속이었다. 결혼 후 신혼을 즐기려고 하던 차에 곧바로 규안이가 찾아왔고, 첫째 육아가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규준이가 생겼다.
“자녀를 둘 정도 낳자는 생각 정도만 공유했지 어떤 시기에 아이를 갖자는 계획은 딱히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들이 예상보다 일찍 찾아와 줘서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부모가 된다는 생각에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 훨씬 더 컸습니다. 물론 육아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주는 기쁨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크기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충만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곤충생태체험관에 들어서자 밖에서는 그토록 신나게 뛰놀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로비에 전시된 각종 곤충의 사진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모양새가 호기심을 넘어 학구열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한슬 씨가 귀띔했다. “두 아이 모두 언제부턴가 유달리 곤충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전국의 수목원과 곤충생태관을 섭렵하는 중인데,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역시 데려오길 잘했네요.”
2층으로 올라서자 거대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모형이 몸을 움직이며 가족을 반겼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규안이와 규준이가 각각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모형 옆에 붙어 관찰을 이어 나갔다. 겁이 날 수도 있는데 용감하게 모형을 쓰다듬는다고 칭찬하자 규안이가 당당하게 외쳤다. “우리 집에는 진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가 있거든요!” 빙그레 웃은 한슬 씨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곤충이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여서 작년 여름에 한 쌍씩 집에 들였어요. 처음엔 키우고 싶어 하다가도 막상 입양하면 잘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규안이와 규준이는 곤충들을 살뜰히 돌보면서 지내고 있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예천곤충생태원을 체험하는 가족


아이들이 곤충을 관찰하고 사랑하듯
저도 아이들을 관찰하고 사랑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관찰과 사랑으로 키우는 일상의 행복

2~3층에 자리한 곤충학습관, 곤충생태관, 곤충자원관은 두 아이의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다. 한글을 뗀 규안이가 앞장서서 사육장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이름과 특징을 읽어주면 고개를 끄덕인 규준이가 형과 함께 곤충 관찰에 나섰다. 흙 속에서 자라는 장수풍뎅이 유충을 찾은 뒤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며 엄마 아빠에게 자랑하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이번 곤충 탐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각종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만지고 관찰하는 체험이었다. 장수풍뎅이, 넓적사슴벌레, 톱사슴벌레, 왕사슴벌레가 각 사육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흥미 가득한 눈빛으로 지켜보던 아이들은 곤충들을 손바닥에 올려놓기도 하고 젤리 형태의 먹이를 주기도 하며 한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규준이가 엄마의 손을 잡더니 다른 곳을 둘러보자며 자리를 떴다. 이런 와중에도 규안이는 아빠와 함께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만지고 살피는 데 여념이 없었다. 심용보 소원이 “이런 차이점이 재미있다”라며 말을 꺼냈다.
“규안이는 형답게 의젓하고 차분해요. 뭔가 하나에 꽂히면 웬만해서는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집중력과 진득함을 갖추고 있고요. 규준이는 애교가 많고 활달한 성격이에요. 흥이 많아서 노래하고 춤추며 재롱을 부리기도 하고 형을 따라 놀이를 함께 하기도 하고요. 가끔 둘이 다툴 때도 있지만 벌써부터 서로 의지하는 아이들을 보면 둘 낳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곤충을 관찰하고 사랑하듯 저도 아이들을 관찰하고 사랑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특히 우리 연구소의 훌륭한 어린이집과 유연근무제 덕분에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서, 요즘 매일이 행복합니다.”
두 시간여를 알차게 보낸 심용보 소원 가족이 잠시 쉬기 위해 휴게실에 들렀다. 그곳에서도 책장에 꽂힌 곤충백과를 펼치고는 함께 살펴보는 규안이과 규준이. 그리고 그런 두 아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심용보 소원과 한슬 씨. 세차게 내리던 창밖의 눈발이 어느새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마치 하늘이 네 식구가 집에 돌아가면 다시 맞이하게 될 행복한 일상을 응원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