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January + February Vol. 194
디펜스 스펙트럼

검은 바다를 가르는 창
한국 어뢰 스펙트럼의 확장

글. 편집실   사진. shutterstock
출처. 파이낸셜뉴스, 글로벌이코노믹, SPN, 밀리충전,
나무위키, 방위사업청, 위키백과, LIG넥스원

검은 바다를 가르는 창
한국 어뢰 스펙트럼의 확장

중어뢰 백상어, 경어뢰 청상어, 대잠로켓 홍상어를 차례차례 독자적으로 개발하며 해양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날로 높여온 한국의 국방과학.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적을 무력화하는 창을 만들어온 대한민국 어뢰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자.

조선 수군의 전략에서 현대 어뢰까지

23전 23승. 군사적·경제적·정치적으로 쇠약한 상황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쳐들어온 일본을 상대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연전연승을 거뒀던 이순신 장군의 전적이다. 승리의 비법은 14문의 포문을 설치해 원거리에서 적을 타격하는 것이었다. 백병전이 특기였던 일본을 무너뜨린, 조선 수군의 장거리 요격 전술 철학은 현대에 들어와서는 어뢰라는 형태로 계승됐다.
어뢰는 어두운 검은 물속에서 적의 심장을 찾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필살의 무기로, 해양 전투력의 상징이다. 현재 독자적인 기술로 어뢰를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한국 등이 있다.
어뢰(Torpedo)의 어원은 ‘마비시키다’라는 뜻의 라틴어 ‘Torpere’에서 유래했다. 과거에도 폭약을 장착한 해상무기가 존재했지만, 현대적인 형태의 어뢰는 1860년에 등장한다.
어뢰는 공격 대상에 따라 경어뢰와 중어뢰로 나뉜다. 경어뢰는 주로 항공기나 수상함에서 잠수함 공격용으로 사용하고, 중어뢰는 잠수함에서 발사해 타 잠수함이나 수상함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유도 방식에 따라서 직주어뢰, 음향호밍어뢰, 유선유도어뢰 등으로 구분한다.
공격 대상의 방향과 속력을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직진으로 발사하는 것이 직주어뢰, 공격 대상이 내는 소리를 쫓아가는 것이 음향호밍어뢰, 어뢰를 유도 조종해 공격하는 것이 유선유도어뢰다. 이들의 공통점은 조용하고도 빠르게 멀리 있는 타깃을 무력화하는 것. 최근에는 시속 수백 킬로미터를 웃도는 초공동로켓어뢰도 등장했다. 초공동(Super-Cavitation)이란 어뢰와 물 사이에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물속을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공기 속을 날아가는 것과 같아 기존보다 몇 배 빠른 속도로 공격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유도 능력(정밀 타격)이 불완전해 전술적으로 실용화 단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백상어
한국 최초의 중어뢰

한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 어뢰를 개량하면서 자체 기술 내재화를 시도했다. 독자적인 어뢰 개발에 착수한 것은 1990년 무렵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MK-46을 기반으로 우리 군과 미국 기업 간 협약을 맺고 경어뢰 K744를 개발 했다. 중형 어뢰도 규격에 맞지 않았고, 경어뢰와 중형 어뢰의 중간 크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국방과학연구소는 1990년부터 자체적으로 개발에 나섰고, 1998년 중어뢰 ‘백상어’ 개발에 성공했다. 8년이라는 짧은 연구 개발 기간과 적은 사업비로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앞서 K744를 개발했던 연구력이 발판이 됐다. 백상어는 높은 탄두 중량과 그에 따른 파괴력, 음향탐지와 디지털 유도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2003년부터 실전 대응을 위해 군에 배치되고 있다.

백상어 시험 장면 Ⓒ ADD

청상어
하늘과 바다를 넘나드는 경어뢰

청상어의 개발 시작 시기는 백상어를 개발하던 시기와 겹치는 1995년이다. 백상어 개발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10년 만에 완성했다. 청상어는 수상함, 헬리콥터, 초계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운용되는 경어뢰로 작지만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청상어는 개발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부족한 예산, 촉박한 일정, 발사 시험에서의 시제품 개발 사고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2004년 해군 주관의 8차례 발사 시험에서 목표물을 100% 명중시키며 우수성을 확인하고, 2005년 세계 7번째 경어뢰로 개발 완료, 실전에 배치됐다.
청상어는 속도와 항주 거리 등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2016년 필리핀과 인도 등에 수출되며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청상어 발사 장면 Ⓒ ADD

홍상어
대잠로켓 체계의 완성

청상어의 개발 성공은 대잠로켓 무기인 홍상어 개발의 발판이 됐다. 대잠로켓은 로켓 추진체를 이용해 어뢰를 공중에서 목표 수역까지 빠르게 운반한 뒤 바다로 투하하는 체계로 설계됐다. 공중에서 바다로 이동한 어뢰는 이후 숨어 있는 잠수함을 타격해 파괴한다.
로켓과 어뢰라는 두 가지 기술이 복합된 시스템인 만큼 품질과 완성도를 높이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고, 2014년 엄격한 시험 사격 기준을 통과해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양산에 나섰다. 현재 KDX-II급 이상 함정에 탑재되어 활약 중이다.

홍상어 발사 장면 Ⓒ ADD

차세대 어뢰
초공동 어뢰의 시대

세계 각국도 자국의 해양 전투력 개선을 위해 다양한 어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주력 어뢰는 MK.48 중어뢰로, 1960년대 말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에 나서 1972년부터 실전 배치됐다.
이후 Mod 6, Mod 7 등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개량을 거듭하며 미 해군력의 주력이자 다목적 어뢰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청새치라는 뜻의 스피어피시 어뢰를 개발해 1992년부터 영국 해군에서 운용 중이다.
이외에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이 광섬유 케이블 유선 유도 방식, 초공동 기술 등을 발판으로 해양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기존 어뢰 대비 주행거리, 속도, 탐지 및 공격성능을 개선한 차세대 초공동 어뢰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초공동 어뢰는 적의 회피기동 등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는 특성으로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만큼 먼저 이를 완성하는 국가가 세계 해양 강국의 지위를 굳히게 될 것이다.

각 어뢰 운용 개념

Ⓒ LIG넥스원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적을 무력화하는 어뢰의
기술 경쟁에서 앞서는 국가가 세계 해양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될 것이다.

바다 아래의 힘, 각국 어뢰 어디까지 성장했나?

각국의 어뢰는 바다 속에서 벌어지는 기술 경쟁과 해양 패권의 방향을 보여준다.

국 가 미국
대표어뢰 Mk 48 Mod 7 (ADCAP / CBASS)
사거리 30km+ (최대 50km 근접)
속 력 55~60노트
특 징 광대역 소나, 강력한 기만기 돌파, 종합 성능 균형

국 가 러시아
대표어뢰 UET-1 “Ichthyosaurus”
사거리 25~50km
속 력 최대 50노트
특 징 전기추진 저소음, 심해 운용, 항적 유도 기반 자율 추적

국 가 독일
대표어뢰 DM2A4 SeaHake Mod 4
사거리 약 50km
속 력 약 50노트
특 징 광섬유 유선유도, 저소음 전기추진, 정밀 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