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January + February Vol.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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丙午年 병오년 붉은 말의 해,
국방과학이 달린다

글. 유현경 작가  
사진. unsplash, clipartkorea,
shutterstock, ChatGPT

丙午年 병오년 붉은 말의 해,
국방과학이 달린다

말은 인류가 힘과 속도를 가늠하던 기준이었고, 전쟁과 기술의 방향을 앞서 달려온 동반자였다. 발굽이 지나간 자리마다 길이 생겼고, 그 길 위에서 시대는 방향을 바꾸었다. 병오년을 맞아 말의 상징을 따라가며, 국방과학기술이 축적해 온 기동과 돌파의 시간을 돌아본다.


고대 기병의
기동성·돌파력·지구력은
오늘날 무인기와 로봇,
차세대 전차 등 첨단무기 체계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다.

2026년, 붉은 말이 보내는 신호

해마다 새해는 숫자가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 역시 그렇다. 십이지에서 말은 ‘오(午)’에 해당한다. 하루로 치면 정오, 계절로는 여름의 한가운데로 에너지와 생명력이 가장 강한 시점이다. 말의 해는 예로부터 일이 빠르게 전개되고 사회 전반에 활력이 도는 해로 해석돼왔다. 여기에 병(丙)은 열정과 활력의 붉은 색을 의미한다. 이 두 상징이 겹쳐진 병오년은 예로부터 머뭇거림보다 전진과 돌파를 떠올리게 하는 해로 읽혀 왔다.
한국 전통문화 속에서 말은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역사를 함께 달려온 동반자였다. 말발굽 소리에 따라 길이 열렸고,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었다. 교역과 전쟁, 소식의 전달 방식까지 바꾸며 말은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바꾸었다. 민속신앙에서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의 상징으로 철마와 석마를 세웠고, 재앙과 질병을 막기 위해 말의 형상에 기원을 담았다. 말은 생존과 안전, 그리고 공동체를 지켜내는 힘의 은유였다.

전장의 속도를 바꾼 존재

말은 인류와 늘 함께해 왔다. 특히 전쟁사에서 말의 등장은 전술의 시간을 단축시킨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말은 전차를 끄는 존재로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곧 전쟁의 속도를 몸으로 증명하는 주역이 되었다. 기원전 약 1,800년경 남아시아 일대에서 전차 전투가 이루어졌고, 이후 말의 체격과 사육 기술, 장비가 발전하면서 기병이라는 새로운 전력이 탄생했다.
기원전 4세기 중국 전국시대에 기병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자 전장은 더 넓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페르시아 원정 시기에는 전차 중심의 전투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다. 대신 말 위에 오른 병사는 재빨리 이동하며 기습했고 전투 속도가 달라졌다.
로마 제국 이후 서유럽에서는 기반 시설의 붕괴로 대규모 보병 운용이 어려워지면서 말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등자의 보급과 함께 더 크고 튼튼한 말이 전장에 투입되었고, 기병은 중세 전쟁의 중심에 섰다. 이들은 정찰과 측·후방 기동, 돌파와 추격을 담당하며 오늘날 기계화 부대가 수행하는 역할과 닮은 임무를 수행했다.
20세기 기갑과 기계화 전력이 등장하면서 말의 전투적 역할은 점차 줄어들었지만 험준한 산악과 오지에서는 여전히 말이 길을 열었다. 말은 시대에 따라 전장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기동과 지구력의 상징으로 남았다.


전쟁사에서 말의 등장은
전술의 시간을 단축시킨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말에서 마력으로, 힘을 재다

말은 전쟁뿐 아니라 과학과 공학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출력 단위 ‘마력(馬力)’은 말의 힘을 숫자로 옮기려는 인간의 시도에서 탄생했다. 18세기 말,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의 성능을 설명하기 위해 말이 만들어내는 힘을 기준으로 삼았다.
와트는 양조장에서 일하던 말이 일정 시간 동안 수행하는 일을 관찰했고, 그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서 하나의 기준을 끌어냈다. 말 한 마리가 1분 동안 해낼 수 있는 일의 양이 곧 기계의 힘을 설명하는 언어가 되었다. 비록 당시에는 실제 말의 능력을 정확하게 담아내지는 못하는 수치였지만, ‘마력’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인 기술을 사람의 감각으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국제표준은 와트(W)이지만, 자동차와 엔진 분야에서 여전히 마력이 함께 쓰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은 기술 발전의 출발점이자, 인간이 힘을 이해하고 설명해 온 오래된 기준선이다.

상징이 된 말, 영웅의 곁을 달리다

동아시아 문화에서 말은 하늘과 인간, 이승과 저승을 잇는 존재로도 여겨졌다. 백마와 천마, 용마는 신성함과 초월성을 상징했고, 말에는 충성과 헌신의 이미지가 실렸다.
그중에서도 붉은 말은 불의 기운과 만나 강렬한 에너지와 길운을 상징하는 동시에, 통제되지 않을 때의 위험성까지 함께 품은 존재로 해석되었다.
말의 색은 문화권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흑마는 밤과 신비, 두려움과 강인함을 함께 상징했고, 백마는 순수와 승리, 때로는 죽음의 전령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녔다. 붉은 말은 특히 동아시아에서 행운과 번영, 액운을 물리치는 상징으로 새해 문턱에 자주 언급되었다. 역사 속 위인들 곁의 말도 전설처럼 기억된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말 ‘마렝고’는 황제의 기동성과 불굴의 의지를 몸으로 증명한 존재였다. 영국 웰링턴 공작의 ‘코펜하겐’, 남미 해방 영웅 시몬 볼리바르의 ‘팔로모’ 역시 전쟁의 한복판에서 주인과 함께한 동지로 전해진다. 말은 영웅의 그림자처럼, 결정적 순간마다 역사의 한 장면을 함께 달려왔다.

붉은 말의 해, ADD의 질주

붉은 말의 해를 맞은 2026년, 말이 전쟁과 과학에 남긴 유산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연구 방향과 자연스럽게 겹친다. 고대 기병이 보여 준 기동성·돌파력·지구력은 오늘날 무인기와 로봇, 차세대 전차와 같은 첨단무기 체계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ADD가 연구하는 무인항공기와 지상 로봇은 과거 기병의 정찰과 신속 기동의 역할을 기술로 계승하고 있다. 말 한 마리의 힘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마력’처럼 ADD의 추진 체계와 엔진 연구는 보이지 않는 힘을 수치로 읽어내고 그 한계를 앞당기는 작업이다. 붉은 말의 추진력은 고속 기동 무기와 극초음속 체계로 이어지며 미래 전장의 모습을 다시 그리고 있다.
말이 스스로 균형을 잡고 방향을 선택했던 적응력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기반 기동 플랫폼 연구에 영감을 준다. ADD는 함께 달릴 수 있는 신뢰의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2026년 병오년은 ADD에 또 하나의 도약점이 될 것이다. 말이 인간을 대신해 가장 험한 길을 달렸던 것처럼 국방과학기술은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미래의 전장을 향해 한 발 먼저 나아간다.
붉은 말의 해, ADD는 빠르게 달리되 넘어지지 않기 위해, 멀리 가되 함께 가기 위해 오늘도 연구를 이어간다.


역사 속 위인들 곁의 말도 전설처럼 기억된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말 ‘마렝고’는
황제의 기동성과 불굴의 의지를 몸으로 증명한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