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는 눈,
내일을 설계하는 손
미래도전사업실 이찬 실장
글. 편집실 사진. 박기현 일러스트. 챗GPT
글. 편집실 사진. 박기현 일러스트. 챗GPT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평화와 안보를 이끌어온 국방과학연구소는 이제 미래의 100년을 준비합니다. 미래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체인저’의 씨앗을 심고 비옥한 토양을 일구는 사람, 미래도전사업실 이찬 실장의 부지런한 여정에 동행해 봅니다.
1 여정의 시작
자이로스코프는 스마트폰이나 비행기가 거칠게 흔들려도 방향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장치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국방 R&D의 중심축을 굳건히 세우고자 하는 미래도전사업실, 그리고 이곳을 이끄는 이찬 실장의 행보는 이 자이로스코프를 닮았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2003년 연구소에 입사해 지상무기체계 개발에 참여하던 그는 동료들의 훌륭한 연구를 뒷받침할 정책과 제도가 미비한 현실을 깨달았다. 때마침 연구 환경을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혁신위원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공학도였던 그는 자연스레 정책 전문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무기체계를 분석하고 모델링하는 공학적 접근은 정책을 수립하는 일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현장의 세부 실무와 전체 시스템을 모두 다뤄본 경험이 연구 부서와 정책 부서를 잇는 가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복잡한 기계를 설계하기 위해 정밀한 수식을 짜듯, 제도의 엉킨 실타래를 풀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은 기계공학의 본질과 맞닿아 있었다.
2 승부를 걸다
드론과 인공지능이 가세한 현대 전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급변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군이 필요한 무기를 요구하면 기술을 개발해 공급하던 기존의 소요기반(Demand-pull) 방식을 넘어 기술이 무기체계의 수요를 제안하고 견인하는 소요창출(Technology-push)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아직 소요가 결정되지 않은 무기체계에 적용할 국방과학기술을 먼저 개발하는 이 방식은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를 확보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2025년 1월 신설한 미래도전사업실은 이 흐름에 발맞춰 개념으로만 존재하던 신개념 무기체계를 실제 기술로 시연하고 실효성을 증명하는 데 앞장서 왔다. 저궤도에서 운용하는 초소형 SAR 위성, 유인전투기와 협업하는 저피탐 무인편대기, 인공지능 기반의 군집 드론 등에 대한 기술 시연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신뢰를 확보한 것이다. 이 성과들은 실제 소요 반영과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이라는 유의미한 결실로 이어졌다.
3 새로운 정의
능동적 연구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실패라는 낙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도전사업에서 ‘실패’라는 단어를 없애고 결과에 따른 책임과 제재를 크게 줄여 과정 중심의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 대신 연구 과정의 성실함만 입증되면 온전히 인정받는 문화를 정착시켜, 연구자들이 마음껏 모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연구개발에서 실패는 두려운 일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도전사업은 실패의 개념을 삭제하고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국방 분야에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혈하는 시도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난제 해결형 ‘룬샷 경진대회’다. 해법을 찾기 어려운 국방의 난제를 민간에 개방하고, 여러 연구기관이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찾도록 독려한 것이다. 또한 국방연구개발기관의 연구개발에 산학연이 파트너로 참여하는 공동 연구개발 제도를 활성화해 상생하는 협업·융합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4 디테일의 힘
새롭게 탄생한 미래도전사업실의 안정화를 위해 이찬 실장은 모든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주는 동시에 확실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주체적 조직 구조를 확립했다.
정책과 연구개발을 모두 경험한 베테랑 수석연구원 두 명을 중심으로 축을 세우고, 이들의 노하우를 젊은 선임·원급 연구원들에게 압축적으로 전수하는 멘토링 시스템을 다졌다. 특히 여러 부서에 흩어진 사업 관리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과제의 기획부터 관리, 성과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하나 매뉴얼화했으며, 매달 부서 세미나를 실시해 관련 절차를 공유하고 매뉴얼을 업데이트하는 루틴도 정착했다. 행정적 소모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실원들이 오롯이 창의적인 연구 지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셈이다. 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적 운동장을 디자인한다는 자부심으로 해낸 일이다.
5 가속도
이찬 실장은 죽은 명마의 뼈를 비싼 값에 사서 최고의 명마를 불러 모았다는 고사 ‘매사마골(買死馬骨)’을 되새긴다. “미래를 선점하려면 뛰어난 인재와 과감한 도전에 인센티브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튼튼한 제도적 토대 위에서 연구자들이 뛰놀 때, 비로소 국방의 미래를 도모할 수 있겠지요.” 현재 미래도전사업실은 인공지능 기반 로봇과 드론 등 대형 과제를 확대하는 한편, 연구 성과가 소요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군 전문가가 자문을 수행하는 ‘소요창출 코디네이터’ 제도를 도입하며 국방 R&D의 앞날을 설계하고 있다. 중심을 잃지 않는 자이로스코프처럼, 흔들림 없는 국방과학 연구의 생태계를 다져나갈 미래도전사업실의 눈부신 미래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
(법률 제19948호)
“미래도전국방기술(未來挑戰國防技術)이란 방위사업법 제15조제1항에 따른 소요(所要)가 결정되지 않거나 소요가 예정되지 않은 무기체계에 대한 적용을 목적으로 하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국방과학기술을 말한다.”
2018. 04 국가과학기술자문회, 미래도전기술개발 제도 신설
2018. 08 미래도전국방기술 시범 과제 추진
2019. 02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 신설
2021. 02 방위사업청,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 제정 및 시행으로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 법적 근거 마련
2025. 01 국방과학연구소 전담 조직 미래도전사업실 운영
2026. ~ 유·무인복합, 우주,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