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숲이 가르쳐준
방충의 기술
글. 이경희 사진.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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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고 풀숲이 무성해진 여름 숲을 찾으면, 반갑지 않은 불청객들이 슬그머니 발길을 따라붙습니다. 귓가를 맴도는 모기와 풀잎 뒤에 숨은 진드기,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양한 독충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해충의 활동이 더욱 왕성해지는 이 시기, 화학 성분의 살충제 대신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 재료를 활용해 몸을 보호하는 지혜를 살펴봅니다.
산모기와 참진드기의 위협
울창한 나무가 만드는 그늘과 시원한 바람을 품은 여름 숲은 매력적인 피서지이지만, 그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린다. 반려동물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 모기와 진드기 같은 해충은 더욱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
모기는 일본뇌염과 말라리아를 옮기는 대표적인 해충이다. 특히 산과 숲에 사는 야생 모기는 도시 모기보다 흡혈 성향이 강하다. 물리면 피부가 심하게 부어오르고 가려움이 오래가는데, 흔히 말하는 “산모기가 독하다”라는 소문은 사실이다.
참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아직 예방백신이나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예방이 최선이다. 진드기는 몸집이 워낙 작아 물려도 알아차리기 어렵고, 풀숲이나 낙엽 속에 숨어 있다가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붙어 피를 빤다. 감염되면 고열, 구토, 혈소판 감소 증상이 나타나며 치명률이 20% 안팎에 달할 정도로 위험하다. 매년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쯔쯔가무시증 또한 여름과 가을철 야외 활동 시 반드시 조심해야 할 진드기 매개 감염병이다.
이토록 무해한 식물의 지혜
식물은 곤충이나 초식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향기 성분과 정유(에센셜 오일)를 뿜어낸다.
사람에게는 향긋하고 시원한 냄새가 곤충에게는 접근을 막는 경고신호가 된다. 야생에서 이러한 방충 식물을 찾아 활용하는 방법은 유용한 생존 기술이다.
초피나무, 강한 향으로 해충 차단
한반도 산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초피나무는 잎과 열매 모두 강렬한 향을 뿜는다. 열매껍질의 제라니올, 리모넨 성분과 매운맛을 내는 산쇼올 물질은 모기와 파리가 꺼리는 향을 만든다. 예로부터 집 주변에 초피나무를 심어 해충을 막았고, 이 나무로 지팡이나 울타리를 만들어 병충해를 물리치고자 했다. 야외에서는 잎이나 열매껍질을 손으로 비벼 향을 낸 뒤 옷깃, 소매, 텐트 주변에 문질러 사용하면 좋다.
박하와 유칼립투스의 방충 원리
박하의 시원한 멘톨 성분 역시 곤충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향이다. 유칼립투스 잎에 든 시트로넬랄과 이를 가공해 얻는 PMD(파라멘탈-3.8-디올) 성분은 시판 중인 모기기피제의 주요 원료로 쓰인다. 다만 이런 천연 성분은 화학 합성 기피제(DEET 등)보다 효과 지속 시간이 짧다. 야생에서 잎을 직접 짓이겨 바르는 방식은 정유 성분이 금방 증발하므로, 장시간 야외에 머물 때는 합성 기피제를 함께 쓰는 것이 안전하다.
초피나무, 유칼립투스
훈증, 불과 함께 시작된 방충
인류가 불을 다루면서 방충의 역사도 서막을 열었다. 가장 오래된 해충 퇴치법인 훈증(燻蒸)은 특정 식물을 태워 발생하는 연기로 벌레를 쫓는 방식이다. 식물이 타면서 나오는 향 성분이 곤충의 접근을 막는데, 오늘날 우리가 쓰는 모기향도 이 원리를 산업화한 결과물이다. 다만 현대 모기향이 살충에 목적을 둔다면, 전통 훈증은 냄새로 벌레를 멀리 쫓아내는 ‘기피’에 집중했다.
선조들은 주로 쑥, 부평초, 석창포, 개똥쑥처럼 향이 강한 식물을 태웠다. 여기에 바짝 마른 솔방울이나 솔잎을 더하면 연기가 오래 지속되어 방충 효과가 커진다. 유목민들은 말린 동물 배설물을 태워 짙은 연기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변 자연 재료로 해충이 싫어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온 삶의 지혜다.
쑥향, 부평초, 석창포
간편한 친환경 해충 퇴치법
마지막 기술은 앞선 방법들과 성격이 다르다. 연기나 향으로 날아다니는 곤충을 쫓는 대신, 땅을 기어 다니는 해충을 막는 물리적 방어법이다. 예부터 들살이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숙영지나 텐트 주변에 모닥불에서 나온 마른 재를 둥글게 뿌려 개미, 지네, 노래기, 달팽이의 접근을 차단하는 평화로운 방충법이 전해 온다.
재가 해충의 이동을 막는 이유는 과학적으로도 설명된다. 수분을 잘 흡수하는 재는 곤충의 외골격을 덮은 왁스층의 물기를 빼앗아 탈수를 일으킨다. 또한 미세한 재 입자가 곤충의 몸 표면을 자극해 움직임을 불편하게 한다. 실제 농업 현장에서도 곤충의 경로에 특정 분말을 뿌려 방제하기도 한다.
다만 재를 이용한 차단선은 비나 습기에 젖으면 효과가 사라지고 날벌레에는 통하지 않으므로, 보조적인 생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름철 야외 해충 방지 - 긴 옷 입기: 긴 소매와 긴 바지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한다. - 기피제 뿌리기: 노출된 피부와 옷 위에 기피제를 충분히 분사한다. - 풀숲 피하기: 풀이 우거진 곳은 가급적 들어가지 않는다. - 숙영지 관리: 모닥불 연기를 활용하고 텐트 주변 잡초를 정리한다. - 텐트 단속: 드나들 때 문을 즉시 닫고 방충망 상태를 확인한다. - 활동 후 점검: 야외 활동을 마치면 옷을 털고 샤워하며 진드기가 붙었는지 살핀다. - 물렸을 때 조치: 절대 긁지 말고 소독하며, 증상이 심해지면 바로 병원을 찾는다.
⚠︎ 주의
우리나라에서는 산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고의로 산불을 일으킬 경우 최고 15년 징역, 실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 화기 소지 시 3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조난 상황임을 입증했을 경우 양형이 감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