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July + August Vol. 197
POINT OF VIEW

군함을 바라보던 소년,
바다 수호하는 로봇 만들다

글. 편집실   사진. 박기현, LIG넥스원

군함을 바라보던 소년,
바다 수호하는 로봇 만들다

바다 마을에서 나고 자라 평생 바다를 그려온 김형동 소원. 그가 꿈을 키운 제주 서귀포 서귀서초등학교를 찾아 3·4학년 학생 100여 명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바다와 로봇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꿈과 방황 끝에 우연처럼 만난 전공, 무인수상정 연구자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김형동 소원
Kim Hyung Dong

- 서귀서초등학교 13회 졸업(1995년 졸업) - 국방과학연구소 해양무기체계 분야 - 무인수상정 추진 동력 연구 및 플랫폼 연구개발 참여

“저렇게 무겁고 거대한 철선이 어떻게 물에 뜰까?”, “사람 없이 로봇이 바다를 지킬 수는 없을까?” 서귀포 앞바다를 가르던 커다란 군함과 만화 속 심해를 누비던 연구선은 소년에게 ‘질문’이라는 축복을 건넨다.
오래도록 이어진 물음표 속에서, 소년은 에니메이션 <철인 28호>와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보며 바다 위를 달리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푸른 꿈을 품었지만, 그의 항해가 늘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거센 좌절의 파도에 휩쓸렸고, 가끔은 깊은 방황의 바다에서 표류하기도 했다. 그래도 소년은 키를 놓지 않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 풍랑을 정면 돌파한 아이는 이제 사람 없이도 바다를 굳건히 지켜내는 무인 로봇 연구자가 되어 새로운 대양을 개척하고 있다.

로봇을 꿈꾸던 소년이 방황 끝에 정박한 곳

수줍은 미소 뒤에 담대한 꿈을 품은 소년의 이름은 김형동.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무인수상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모교 서귀서초등학교를 찾아 후배인 3·4학년 학생들에게 유년 시절 이야기를 두런두런 들려주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예상 참석 인원이 50명이었던 강연은 행사 당일 규모가 두 배로 늘었고, 장소도 교실에서 체육관으로 변경됐다.
김형동 소원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나, 추진, 저항 등 복잡한 과학 개념을 풀어 설명하고 틈틈이 깜짝 퀴즈를 곁들여 흥미를 유발했다. 제법 어려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김형동 소원을 바라보며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어린 시절 김형동 소원의 눈빛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학창 시절, 로봇 학자를 꿈꾸던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수능 당일 극심한 긴장으로 시험을 망친 후, 아버지의 권유로 제주 지역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방황은 깊었고 1학년 때는 학사경고를 받기도 했다. 제대 후 학과 사무실을 찾아가 본인의 전공을 물어야 했을 정도로 뒤늦게 복귀한 그가 배정받은 곳은 뜻밖에도 해양 로봇을 다루는 신설 학과였다. 한 달만 버티자고 시작한 그곳에서 그는 마침내 잊었던 꿈을 발견했다. 우연한 방황 끝에 평생의 길을 만난 것이다.

간절함으로 개척한 해양로봇공학자의 길

목표를 정하자 결과물이 뒤따랐다. 수중 로봇 기술대회에 참가하며 수중 로봇의 매력에 깊이 빠져든 김형동 소원은 매일 늦은 시간까지 로봇 설계와 제작에 몰두했다. 숱한 시행착오를 딛고 마침내 로봇이 의도한 대로 완벽하게 움직였을 때, 그는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직접 만든 로봇이 뉴스 화면에 방영되던 날, TV 속 로봇을 바라보며 그는 어린 시절의 꿈이 허황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로봇공학자가 되겠다는 다짐은 그렇게 조금씩 선명한 확신으로 자라났다.
다만 인생의 거친 파도는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무렵, 아버지의 사업이 크게 기울면서 스스로 학비와 생계를 마련해야 하는 시련이 찾아왔다. 그는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며 학업을 이어갔고, 주말에도 홀로 연구실을 지키며 연구에 매달렸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성실함과 간절함을 눈여겨보았고, 이들의 진심 어린 추천 덕분에 그는 마침내 국방과학연구소에 입소할 수 있었다.
이미 해양로봇이라는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기에 입소 첫날 부서 배치 면담은 그리 길지 않았다. 조선해양 분야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김형동 소원은 현재 무인수상정 개발 분야의 핵심 인재로서 추진 동력 연구를 이끌고 있다.

무인수상정, 바다를 지키는 미래 기술

김형동 소원이 연구 중인 무인수상정은 위험한 해역을 정찰하는 등 유인함정이 나서기에 부담이 큰 임무를 대신 수행한다. “무인수상정은 사람이 타지 않기에 밤낮없이 장시간 임무를 이어갈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위급 상황에서도 인명 피해 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이 절실한 기술입니다.” 학생들이 무인수상정의 핵심 기술인 해양로봇의 원리를 궁금해하자, 그는 이렇게 응답한다. “물속은 소리로, 물 위는 전파와 빛으로 탐지해요. 소나가 물에 음파를 흘리고 되돌아오는 소리로 지형을 읽는 동안 레이더와 라이다, 카메라는 눈이 되어 수면 위를 훑지요. 이렇게 모인 자료를 스스로 엮어 항로를 정하는 것이 해양로봇의 원리입니다.”
최첨단 기술이니만큼 기술적 과제도 적지 않다. “잔잔해 보이는 바다도 파도 앞에서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 파도를 버티며 나아가는 선체와 자율운항 시스템을 만드는 일부터 쉽지 않거든요.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부표나 버려진 어망처럼 레이더의 눈에는 좀처럼 걸리지 않는 존재들을 놓치지 않고 알아채는 일 또한 숙제입니다.”
강연을 맺으며, 그는 자신의 연구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여 주었다. ‘실패는 걸림돌이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입니다.’ 그가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다.
“실은, 이 말을 제 아이에게도 들려줍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유효한 말이니까요.”
학생들도 그의 진심 어린 목소리에 감응하며 박수를 보냈다. “질문에 틀린 답을 말하거나 시도에서 실패하는 경험도 결국 성공으로 가는 길입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면 모두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다에 던진 하나의 질문은 시간이 흘러도 가라앉지 않았다. 방황의 파도를 넘고, 간절함으로 버틴 물음은 무인수상정이라는 뜻밖의 결실로 돌아왔다. 김형동 소원에게 실패는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었다. 질문을 놓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의 질문은 언젠가 저마다의 먼바다에 가닿을 것이다.


실패는 걸림돌이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입니다.

김형동 소원과 학생·선생님의 강연 뒷이야기

양영철| 교장 선생님

“우리 학생들에게 멋진 이정표가 된 강연이었습니다.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국방과학연구소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철호 | 과학 선생님
‘발명교육센터’ 운영

“선배와 학생들이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진로를 발견하고 자신감을 충전하길 바랍니다.”

윤치훈 | 학생
미래의 의사

“수영하면서 배운 추진과 저항의 원리를 오늘 강연에서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어요. 덕분에 잠수정이 더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안정우 | 학생
미래의 생물학자

“무인수상정에 탑재한 기술이 인상 깊었어요. 평상시 로봇에 관심이 많아서 지루하지 않았고, 정말 재미있게 강연을 들었어요.”

양시원 | 학생
미래의 식물학자

“엄마 친구가 우리 학교에 온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멋진 무기를 만드시는 걸 보면서 감탄했어요. 바다가 더 좋아졌어요.”

김형동 소원 | 국방과학연구소

“섬이라는 특별한 환경에서 꿈을 키우는 학생들에게 해양과학기술에 대한 꿈을 보여 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를 키우는 아빠이자 부끄럽지 않은 선배로서 후배들 앞에 서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무인수상정, 이렇게 배웠어요! Q&A 시간
Q
Q. 잠수함과 잠수정, 수상함과 수상정은 무엇이 다를까요?
A
A. 크기가 큰 배는 함, 작은 배는 정이라고 부릅니다. 수상은 물 위, 잠수는 물 아래를 뜻하죠. 그래서 잠수함은 물 아래 있는 큰 배, 수상정은 물 위에 뜬 작은 배를 뜻합니다.
Q
무인수상정은 왜 중요할까요?
A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바다 건너에는 강대국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무인수상정은 만드는 데 비용이 적게 들고 인명 피해가 적으면서도 적에게 타격을 줄 수 있어 효과가 좋습니다.
Q
어떻게 물속을 탐지할까요?
A
소나(SONAR)가 담당합니다. 음파를 물속으로 쏘아 보낸 뒤,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시간과 방향을 계산해 형상을 그립니다.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없는 물속을 소리로 보여 줍니다.
Q
무인수상정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A
파도의 저항을 정확히 계산해 흔들림 없는 선체를 설계하는 일, 작은 부표나 어망처럼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작은 장애물을 놓치지 않고 식별하는 일은 여전히 연구자에게 어려운 일입니다.
Q
물 위는 어떻게 볼까요?
A
레이더와 라이다, 카메라가 함께 움직입니다. 레이더는 전파를 쏘아 먼 거리의 큰 물체를 빠르게 감지하고, 라이다는 레이저로 정밀한 거리와 형태를 측정합니다. 카메라는 사람의 눈처럼 색과 형태를 구분해 이 둘을 보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