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July + August Vol. 197
SCREEN & SCIENCE

영화 <군체>가 보여 준
지능형 군집체계

글. 편집실  
출처. 한국국방기술학회, 한국방위산업학회, 네이버 영화, IMDB

영화 <군체>가 보여 준
지능형 군집체계

시시각각 정보를 공유하며 진화하는 좀비 무리의 모습을 실감 나게 담아낸 영화 <군체>의 아이디어는 미래 국방과학기술 중 하나인 군집 무기체계와 맞닿아 있습니다. 짜릿하고 기발한 좀비 액션 신(Scene)을 경유해 인공지능 네트워크 중심의 미래 전장을 조망합니다.

<군체> 감독 연상호 출연 전지현(권세정 역), 구교환(서영철 역), 지창욱(최현석 역), 김신록(최현희 역), 고수(한규성 역) 개봉 2026. 05. 21 장르 액션, 스릴러

<군집 드론 네트워크> 형태 중앙 통제 없이 드론끼리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일부가 파괴되더라도 스스로 통신망을 복구하는 분산형 메시 네트워크 구조를 지닌다. 전달 고속 비행 환경에 최적화된 공중 애드혹 네트워크 기반으로, 주변 드론을 징검다리 삼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전송한다. 목적 개별 드론의 한계를 넘어 정찰·통신·공격 등 임무를 유기적으로 분담하고, 압도적인 동시 작전 능력을 발휘해 작전 성공률을 극대화한다.


좀비들이 생존자를 포위하기 위해
일제히 대형을 바꾸는 기괴한 광경은 자율 협업 기술을
생물학적으로 구현한 모습이다.

어두운 복도, 생존자들의 거친 숨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학회 참석을 위해 서울 도심의 고층 빌딩을 방문했다가 봉쇄된 쇼핑몰 점포 한편에 갇힌 생명공학자 권세정 교수는 문틈 너머를 응시한다. 복도를 배회하는 감염자들은 넋을 잃은 채 혈액과 체액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오직 빛과 소리에 반응하며 본능적으로 표적을 쫓는다.

#SCENE 1: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좀비 군단

영화 속 좀비는 맹수처럼 무작정 달려들지 않는다. 감염된 좀비 개체가 생존자의 냄새를 맡고 기괴한 비명을 지르는 순간, 이 정보는 건물 전체의 좀비 무리에게 실시간으로 퍼진다. 시각이나 청각 같은 원초적 감각에 의존하던 좀비 개체들은 어느덧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생존자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거대한 유기체로 눈 깜짝할 새 진화한다.
개별 지능은 낮지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집단적 우위를 점하는 모습은 로봇 공학의 군집 지능(Swarm Intelligence) 원리와 같다. 과거의 드론이 조종사의 원격 조작에 의존했다면, 현대의 AI 군집 무인기는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협업하는 '피지컬 AI' 기술을 탑재한다. 리더 드론이 수십 기의 무인기에 둘러싸여 벌 떼처럼 몰려다니며, 적이 요격할 때는 흩어지고 공격할 때는 한곳으로 모이는 방식을 적용했다. 영화 속 좀비들이 생존자를 포위하기 위해 일제히 대형을 바꾸는 기괴한 광경은 이러한 자율 협업 기술이 생물학적으로 구현된 모습이라 할 만하다.

#SCENE 2: 사각지대가 사라진 전장

권세정 교수를 비롯한 생존자 집단은 자신들의 위치가 순식간에 좀비 전역으로 전파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다. 정보가 고이지 않고 전체 네트워크로 흐르는 이 구조는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의 정점인 ‘킬 웹(Kill Web)’ 체계를 연상시킨다. 과거 전쟁이 감시, 식별, 결심, 타격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선형적 ‘킬 체인(Kill Chain)’이었다면, 현대전은 다수의 센서와 타격 자산이 거미줄처럼 얽힌 병렬적 ‘킬 웹’으로 진화했다. 좀비들이 각자의 눈과 귀로 수집한 정보를 즉시 공유해 동시에 공격을 결심하듯, 미래 전장의 플랫폼들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융합해 공통작전상황도를 만든다.
실제 전쟁에서 활약한 ‘GIS Arta’ 시스템이 이를 증명한다. 드론이 포착한 좌표가 위성통신망을 통해 포병부대로 즉시 전달되면서, 수십 분이 걸리던 타격 시간이 수 초 단위로 줄었다. 영화 속 폐쇄된 빌딩은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어 사각지대가 사라진 데이터 중심 전장의 축소판이다.

#SCENE 3: 군체의 뇌이자 결정적 취약점

감염자 무리의 최종 리더이자 최초 감염원은 과거 기괴한 논리를 앞세우다 학계에서 매장당한 생물학자 서영철이다. 그는 인공지능 네트워크처럼 감염자들을 조종하며 생존자들을 압박한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이 지능형 군체에도 치명적 한계는 존재한다. 핵심 약점이 바로 서영철 자신이기 때문이다.
현대 군집 무기는 중앙 서버 없이 개별 기체 간 합의 알고리즘으로 자율적으로 기동하는 탈중앙식 구조를 지향한다. 일부 드론이 파괴되어도 전체 임무 수행에는 지장이 없도록 높은 회복탄력성을 갖추고 있다. 반면, 영화 속 군체는 고도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영철이라는 ‘단일 지휘소’에 의존하는 취약한 구조를 띤다. 후반부 생존자들이 서영철을 찾아내 타격을 가하자, 그가 느끼는 고통이 네트워크를 타고 전파되며 전역의 좀비 무리가 동시에 마비되는 싱크로(동기화) 현상이 발생한다.

#SCENE 4: 인간의 자리

리더를 중심으로 연대하며 집단지성으로 좀비의 정보 오류를 유도해 탈출을 감행하려던 생존자 집단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내세우며 갈등하고, 일부는 끝내 탈출에 실패한다. 이러한 일련의 장면은 인간의 윤리적 사고와 통제권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연상호 감독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개별성이 무력해지는 상황을 좀비 이야기와 엮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전장에서도 AI의 자율성 확대는 윤리적·법적 책임 공백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 선진국들은 AI가 표적을 추천하되 최종 사격 명령은 인간이 내리는 ‘휴먼인 더루프(Human-in-the-loop, HITL)’ 방식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인간 지휘관의 직관과 AI의 연산 능력을 결합하는 협업 방식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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