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September + October Vol. 198
SCREEN & SCIENCE

신화에서 과학으로
영화 <오디세이>와 전술의 위력

글. 편집실  
출처. 네이버 영화, shutterstock,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화에서 과학으로
영화 <오디세이>와 전술의 위력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여정 속에서 그의 영리한 생존법과 기막힌 전술을 엿봅니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 <오디세이>가 그려낸 고대인의 치열한 전략과 눈부신 기지를 만나볼 시간입니다.

<오디세이>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출연 맷 데이먼, 앤 해서웨이, 톰 홀랜드 개봉 2026. 8. 5. 장르 SF, 전쟁

<전술·전략> 형태 외형을 무해한 선물이나 제물로 위장하여 적의 경계망을 무력화하는 트로이 목마는 비대칭적 침투 구조다. 전달 좁은 길목의 비대칭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 지형을 방벽 삼아 변칙적 궤적으로 이동하는 위장 회피 항해술의 기동 방식을 살펴본다. 목적 초정밀 원자시계와 위성항법시스템을 결합해 전선의 모든 유·무인 전력을 단 1밀리초의 오차도 없이 하나로 묶어 통합 운용하는 실시간 시공간 동기화를 알아본다.

“
평화를 수호해 온 우리의 여정은,
오디세우스가 온갖 간계와 풍랑을 돌파하고
이타카를 지켜낸 이야기와 닮아 있다.

”

어두운 바다, 거친 파도에 몸을 맡긴 채 표류하는 한 남자가 있다. 10여 년에 걸쳐 펼쳐진 참혹한 혈투는 끝났으나, ‘제우스의 법’에 균열을 내고 승리를 쟁취한 영웅 오디세우스에게 허락된 것은 그저 끝없는 방랑뿐이었다. 자비 없는 바다의 신이 내린 폭풍우 속에서, 그의 배는 매 순간 이타카를 향해 노를 저어간다. 수많은 부하를 잃고 오직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집념 하나로 고독한 항해를 이어가는 영웅의 이야기를 좇아 오늘날 전술에 얽힌 과학적 원리를 살펴본다.

#SCENE 1 적진으로 침투하라, 트로이 목마

탁 트인 바다 한편에 쓰러진 거대한 목마가 심상치 않은 기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포로로 가장한 그리스 연합군 병사 시논은 이 목마가 그리스 연합군의 적국 트로이에 바치는 선물이라며 거짓 정보 공작을 펼친다. 목마 안에는 트로이를 부수기 위해 숨죽인 채 무장한 병사들이 숨어 있다. 아테나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제물이라는 말에 혹한 트로이인들은 우여곡절 끝에 목마를 성 안 신전 앞까지 끌고 들어온다. 깊은 밤, 그리스 연합군 병사들은 목마에서 빠져나와 무방비 상태의 트로이 군대를 손쉽게 섬멸한다.
오늘날 트로이 목마라고 부르는 이 전략은 정보전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지 보여주는 원형적 사례다. 현대 인터넷에서 정보 자산을 위협하는 치명적 악성코드를 트로이 목마라 일컫는 이유다. 적이 보낸 미끼인 줄 모른 채 시스템 내부망으로 직접 들여놓는다는 점에서 <오디세이>와 다름없는 전개다. 이는 미 육군 사관학교 사이버 연구소가 미래 비대칭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SF 그래픽 노블 형태로 구상한 가상 작전 시나리오 ‘다크 해머’와 유사하다. 네트워크 교란, 드론 기습, 악성코드 침투, 공급망 마비, 전자전 등을 다루는 이 시나리오를 통해 우리는 적의 방어망을 정면에서 깨부수기보다 내부의 빈틈과 무분별한 신뢰를 활용한 비대칭 전술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K2 전차

KAAV 상륙돌격장갑차

트로이 목마

#SCENE 2 해협을 통과하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귀향길에 나선 주인공 일행은 수차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닥뜨린다. 특히 한편에는 모든 것을 삼키는 거대 소용돌이 ‘카리브디스’가, 반대편에는 대원들을 낚아채는 괴수 ‘스킬라’가 도사린 좁은 바닷길을 지날 때, 고비는 정점에 달한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지휘관 오디세우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묘수를 낸다. 소용돌이의 영향권에서 멀어지도록 암벽에 선체를 최대한 바짝 밀착시킨 뒤 신속히 난관을 벗어난 것이다. 이 뛰어난 항해술은 오늘날 해군이 호르무즈해협 같은 험준한 길목을 통과할 때 쓰는 작전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군함들은 기습 미사일이나 기습용 고속정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변칙적으로 기동하며 위협을 뿌리친다. 또 거인 족속 ‘라이스트뤼고네스’와 벌인 전투에서도 기지가 돋보인다. 오디세우스는 체격과 무력의 열세를 인정하고, 험준한 지형을 방벽 삼아 적의 접근을 원천 봉쇄한다. 압도적 힘의 격차를 공간적 이점으로 극복하며 상대의 공세를 미리 차단한 지혜로운 대응인 셈이다.

#SCENE 3 실시간으로 동기화하라, 칼립소-이타카

시공간을 다루는 데 능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답게 이번에도 서로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법칙을 유용한 장치로 사용한다. 아내를 잊은 채 님프 칼립소의 섬에서 보낸 7년은 세상과 철저히 단절된 시간이었다. 바다 위에서 체감하는 시각과 고향 이타카의 시계가 어긋나는 동안, 왕의 부재를 노린 무리가 궁전을 유린하고 지휘관을 잃은 부하들이 목숨을 잃는 국가적 혼란이 벌어진다.
이 비극은 군사작전에서 현장 부대와 본부 간 시간의 동기화가 어긋날 때 발생하는 치명적 위험을 보여준다. 현대전 시스템에서 전선의 무기체계들이 실시간 위치와 항법 기준을 완벽하게 맞추는 일은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만약 기준 시간이 불과 1밀리초만 틀어져도, 유도탄이나 드론은 목표 궤도를 벗어나 작전 전체가 수포로 돌아간다.
영화 내내 오디세우스의 곁에 환영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아테나의 모습은 영웅의 마음에 깊게 파인 상흔을 드러낸다. 몸은 안락한 집으로 되돌아왔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사나운 파도와 20년에 걸친 참혹한 전장에 매인 채다. 이는 사선을 넘나든 장병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것이 평화로 가는 마지막 걸음이라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깨닫게 한다.

#SCENE 4 자주국방의 길고 험난한 여정

오디세우스는 신들의 천벌과 파괴적인 천재지변이라는 가혹한 운명 속에서도 스스로 다듬은 뗏목을 타고 폭풍우에 맞서며 강인한 생명력을 입증한다. 절대적 존재에게 기대지 않고, 오직 자력으로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영웅의 몸부림은 우리가 지켜온 기술 독립의 가치와 정확히 포개어진다.
대한민국 역시 오랜 세월 동안 나라의 명운을 남의 손에 맡겨둘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기초적 기술조차 없던 황무지에서 독자 무기체계를 몸소 개발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억제하고 보호하기 위한 고독한 도전은 나라를 우리 손으로 온전히 지키겠다는 호국 정신에서 비롯한다. 평화를 수호해 온 우리의 고단하고 아름다운 여정은, 오디세우스가 온갖 간계와 풍랑을 돌파하고 이타카를 지켜낸 이야기와 묘하게 닮아 있다.

S     T     R     A     T     E     G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