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September + October Vol. 198
SURVIVAL BASICS+

가을 숲은
우리의 놀이터

글. 이경희   사진. shutterstock

가을 숲은
우리의 놀이터

바스락거리는 낙엽, 발끝에 채는 도토리와 솔방울. 조금만 눈을 돌리면 가을 숲은 즐길 거리 가득한 자연 놀이터가 됩니다. 올가을엔 두 손 가볍게 숲으로 떠나보세요. 관찰하고 만들고 탐험하는 사이, 익숙했던 가을 숲이 문득 새롭게 다가옵니다.

1 식물은 날씨를 알고 있다

숲에서 뚝딱 만드는 생활도구
솔방울 천연 습도계

가을 숲에서 쉽게 만나는 솔방울은 재미있는 자연 관찰 도구가 된다. 건조할 때는 비늘을 활짝 벌리고, 습도가 높아지면 오므라드는 성질을 이용하면 간단한 ‘천연 습도계’를 만들 수 있다. 솔방울을 실에 매달아 비를 맞지 않는 곳에 걸어두고 변화를 관찰해보자. 비늘이 벌어지면 건조하고, 오므라들면 습도가 높다는 신호다. 실제 날씨와 비교해 기록하면 흥미로운 자연 관찰 놀이가 된다.

도토리 호루라기
도토리 깍지도 재미있는 놀잇감으로 변신한다. 적당한 크기의 깍지를 골라 입술 가까이에 대고 바람을 불어 소리를 내보는 ‘자연 호루라기’다. 처음부터 멋진 소리가 나지 않아도 괜찮다. 깍지의 크기와 입술의 위치, 바람의 세기를 바꿔가며 어떤 조건에서 더 잘 울리는지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놀이다. 단, 야생동물을 놀라게 할 수 있으므로 큰 소리를 반복해서 내는 것은 피한다.

자연 속 나만의 가면
나뭇가지와 넓적한 단풍잎, 마른 풀 등을 엮으면 ‘위장 가면’도 만들 수 있다. 얼굴을 완전히 가리기보다는 나뭇가지로 간단한 틀을 만든 뒤 여러 색의 낙엽을 끼워 넣어 숲의 색과 얼마나 비슷해지는지 비교해 본다. 완성한 뒤 숲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면 가을 숲의 색과 무늬가 어떻게 주변과 어우러지는지도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다.

2 나뭇잎은 그릇, 낙엽은 방석

자연에서 찾은 생활의 지혜
숲에서 발견한 그릇과 숟가락

조금 더 본격적인 들살이에 도전한다면 자연에서 생활 도구를 찾아보자. 넓고 깨끗한 잎은 잠시 열매나 자연물을 담아두는 그릇처럼 활용할 수 있고, 떨어진 나무껍질이나 가지는 형태를 관찰하며 숟가락을 닮은 도구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다만 정체를 모르는 식물이나 나뭇잎을 실제 음식에 접촉시키거나 식기로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살아 있는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이미 떨어진 자연물을 활용하는 것도 들살이의 기본 원칙이다.

폭신 따뜻한 낙엽 방석
가을이면 지천에 쌓이는 낙엽과 마른 짚은 훌륭한 단열재의 원리를 보여준다. 마른 낙엽을 천이나 자루 안에 두툼하게 채워 임시 방석을 만들어보자. 땅바닥에 그대로 앉았을 때와 낙엽 방석 위에 앉았을 때 느낌을 비교하면 차이를 금세 알 수 있다. 낙엽 사이에 갇힌 공기층이 차가운 지면과 몸 사이에서 단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습기를 머금은 낙엽은 오히려 몸을 차갑게 하므로 바싹 마른 낙엽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폭신 따뜻한 낙엽 방석

3 가을 숲 탐험대 출발

발자국 하나도 단서가 된다
숲속 보물찾기

이제 숲 전체가 놀이터다. 종이 한 장에 출발점과 길을 간단하게 그려 ‘나만의 숲속 지도’를 만든 뒤 탐험을 시작한다. 미션은 특이하게 생긴 열매와 씨앗, 곤충이 벗어놓은 허물, 새의 깃털, 동물이 지나간 흔적 등을 찾아 지도에 표시하는 것. 발견한 자연물을 무조건 가져오기보다는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거나 모양과 위치를 기록한다. ‘큰 소나무 아래에서 솔방울 발견’, ‘바위 옆에서 동물 발자국 추정 흔적 발견’처럼 자신만의 기호를 만들어 표시하면 제법 그럴듯한 탐험 지도가 완성된다.

해와 그림자로 시간과 방향 살피기
자연을 관찰하며 시간과 방향을 가늠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숲 놀이가 된다. 해가 어느 쪽에 떠 있는지, 나무 그림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간에 따라 숲의 밝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일정한 간격으로 살펴보자. 다만 날씨와 지형, 계절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만으로 정확한 시각이나 방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제 산행에서는 휴대전화나 시계, 지도 등을 이용해 시간과 위치를 확인하고, 자연 관찰은 놀이와 학습의 하나로 즐기는 것이 좋다.

해와 그림자, 시간과 방향 살피기

4 그리다 두드리다, 세어보다

숲으로 완성하는 감각 놀이
자연물로 그리는 나만의 랜드 아트

낙엽과 잔가지, 도토리, 작은 돌멩이를 색깔과 크기별로 모아 땅 위에 원이나 나선, 무늬를 만들어보자. 정해진 그림이 없어도 괜찮다. 빨갛고 노란 낙엽을 색깔별로 늘어놓거나, 크기가 다른 솔방울을 크기 순서대로 배열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 완성된다. 완성한 작품은 사진으로 남기고, 자연물은 다시 숲에 그대로 흩어놓는다. 만드는 순간의 즐거움을 누린 뒤 미련 없이 돌려보내는 것, 그것이 랜드 아트가 들살이와 잘 어울리는 이유다.

나뭇가지로 두드려보는 숲의 소리
굵기와 길이가 다른 마른 나뭇가지를 여러 개 주워 나란히 늘어놓고, 작은 막대로 하나씩 두드려본다. 굵은 가지와 가는 가지, 젖은 가지와 마른 가지가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소리가 마음에 드는 가지 몇 개를 골라 끈으로 매달면 간단한 ‘자연 실로폰’도 만들 수 있다. 정확한 음계를 맞추기보다는 두드릴 때마다 달라지는 소리의 높낮이를 비교하고 그 이유를 상상해 보는 과정이 놀이의 핵심이다.

그루터기에 새겨진 시간, 나이테 세기
숲길을 걷다 이미 베어진 그루터기를 만나면 잠시 멈춰 나이테를 세어보자. 나이테 하나가 대체로 한 해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면, 눈앞의 그루터기가 몇 해를 살았는지 어림해볼 수 있다. 나이테의 간격이 넓은 해와 좁은 해를 비교하며 “이 나무는 어떤 해에 유난히 많이 자랐을까?”를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단, 살아 있는 나무에 상처를 내거나 껍질을 벗기는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하며, 나이테는 반드시 이미 베어진 그루터기에서만 관찰해야 한다.

자연물로 그리는 나만의 랜드 아트

One-Step

놀이 후엔 자연으로 돌려놓아요
가을 들살이의 진짜 재미는 아주 대단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발밑에 떨어진 솔방울 하나를 집어 들고 “왜 비늘이 벌어졌을까?” 궁금해하는 순간부터 탐험은 시작된다. 솔방울은 습도를 알려주는 관찰 도구가 되고, 도토리 깍지는 호루라기가 되며, 낙엽은 따뜻한 방석으로 변신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관찰하고 활용한 뒤 다시 그대로 돌려놓는 것까지가 들살이의 완성이다. 올가을, 숲이 건네는 재료에 상상력 한 스푼을 더해 나만의 자연 놀이터를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