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July+August Vol. 191
2025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종합학술대회

무기보다 강한 건 사람 국방기술자들의 사명과 열정

글. 편집실   사진. 한상무 작가











무기보다 강한 건 사람 국방기술자들의 사명과 열정

파도의 숨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리는 제주도 남단의 국제컨벤션센터. 이곳에서 지난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2박 3일간 국내 최대 규모의 국방과학기술 학술 축제인 ‘2025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종합학술대회’가 열렸다. 가장 진보한 논문과 기술이 총망라된 이번 행사는 K-국방과학의 내일이 밝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지적 매력 폭발 T의, T에 의한, T를 위한 축제

“왜 CSI를 선정했죠?”
희끗희끗한 머리의 남자가 발표자에게 질문했다. 사람 키만 한 크기의 논문 요약 포스터 곁에 서 있던 발표자는 CSI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차분히 설명했다. 근처에서 포스터를 읽으며 대화를 관망하던 이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남자는 추가 질문을 던졌다. 발표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잠시 생각하더니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설명하는 이도 질문하는 이도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심취해 있었고, 눈빛이 맑고 반짝거렸다.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과 배우고 성장하고자 하는 열망이 엿보였다.
포스터를 훑어본 뒤 좀 더 고민해 볼 요량으로 발표 내용을 카메라로 찍는 사람도 있었고, 오른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오랜 시간 특정 포스터를 읽거나, 함께 온 동료와 토론을 벌이는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동해에서의 수동음탐성능을 예측한 논문을 작성한 발표자는 ‘왜 겨울과 여름의 신호 초과 결과가 다른지’, ‘왜 탐지거리 결과를 정확한 수치가 아닌 퍼센트로 표기하는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고, 한 질문자는 답변을 들은 뒤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포스터 앞을 떠나지 않고 내용을 한 줄 한 줄 곱씹었다. 논문을 쓴 발표자에게 직접 Q&A를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포스터 발표 현장엔 사람들이 넘쳐났다. 아침 9시부터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10시쯤 되자 이내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였다. 근처의 의자에 앉아 도록을 넘겨보는 참가자도 있었다. ‘어제 본 것 중 무기체계 개발사업에서 양산 및 전력화 단계로 전환할 때의 문제점에 대한 논문이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개발 단계에서는 양산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향후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오늘은 어제와 다른 발표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무엇을 먼저 볼까 고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웃고 있진 않았지만,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

국내 최대 국방과학기술 교류의 장

이곳은 ‘2025년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종합학술대회’의 포스터 발표 현장이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방과학기술 학술 축제로 매년 6월에 종합학술대회, 11월에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올해는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학회가 열렸고 정부와 국회, 산·학·연·군 관계자 등 약 2,000여 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학회의 시작을 축하하는 개회식은 6월 11일 오후 1시에 시작했다. 먼저 김학성 조직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했고 뒤이어 이건완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장이 개회사를 낭독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하다’라는 인사를 전한 그는 “이번 종합학술대회는 연구성과의 공유를 넘어 국방과학기술 생태계의 연결망을 확장하는 전략적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이번 학회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이후 축사가 이어졌다. 김선호 국방부장관 직무대행(최장식 국방부 첨단전력기획관 대독)은 양자·사이버·AI 등 첨단기술들이 등장하는 오늘날 첨단국방기술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의 진심 어린 축사 역시 개회식을 빛냈다.
이어 ‘국방과학기술을 향한 끝없는 도전’이라는 주제로 김인호 전 국방과학연구소장의 기조강연이 이어졌다. 둠스데이 클럭(Doomsday Clock, 지구종말시계)의 사진이 강연장의 거대 스크린에 나타나자 이를 알아본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김인호 전 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둠스데이 클럭의 시곗바늘이 2023년 1월 멸망 90초 전으로 이동했으며, 올해에는 AI의 출현 때문에 89초 전으로 짧아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루스벨트 대통령의 질의 서신으로 대표되는 안보 리더십을 재조명하고, 1970년 기본 병기 국산화를 이루어낸 국내의 번개 사업의 성공에 대해서도 사진과 함께 명료하게 설명했다. 이어 국방개혁 추진의 흐름, K-방산 수출 실적, 지속가능성, 뉴 디펜스 등 깊이 있는 내용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강연 내내 집중하는 모습이었고,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스크린에 뜬 정보를 카메라로 촬영하는 참가자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기조 강연이 끝난 뒤, 관련 기관 주요 직위자들은 1층의 군사과학기술 전시장으로 이동했다. 드론, 차세대 전차·다목적 무인 차량 등 차세대 유무인 복합체계, 자동 장전기, 유도탄, 무인 방공시스템, 위성항법장치, 다기능 레이다, 무인 표적기 등 최첨단 군사 기술들이 모형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KAI, 현대로템, LIG, 모아소프트 등 학회에 참가한 77여 곳의 방위산업체는 전시된 기술의 원리를 자세하게 설명했고, 관계자들은 전문 군사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K-군사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교류했다.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개회식 현장 모습

준비된 강연과 쏟아지는 질문 성장하는 K-국방과학


오후 3시부터는 ‘AI 기술의 국방 확산, 넘어야 할 허들’이라는 주제로 특별 심포지엄이 열렸다. 목표 식별, 우선순위 선정, 전투 결정 분야까지 확산 중인 AI의 효율적 사용이 향후 국력의 고저를 결정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본 강연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고, 강연은 참석자들로 가득 찬 상태로 진행됐다. 강연은 총 다섯 명의 연사가 담당했으며, ‘최근 전·분쟁에서 나타난 지능화 전투의 실체’(조상근/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글로벌 통합안보 컨버전스와 국방 AI’(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방지능화전략의 경향과 우리의 선택’(양욱/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국방표적인식 AI기술 발전현황과 시사점’(김득화 (주)펀진 CEO), ‘국방 클라우드 글로벌 적용사례와 한국 국방의 AI 전환을 위한 고찰’(신용녀 마이크로소프트 NTO) 등으로 구성됐다.
실제 특수작전이나 전투에 사용됐던 드론 등을 예로 들며 개선점을 지적하거나 한국의 AI 통합안보 전략을 다방면에서 분석하고 향후의 목표 및 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참가자들이 손을 들고 질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강연 전용 카카오톡 전용 오픈 채팅(QR코드로 입장)을 운영, 참가자들의 질문을 수렴한 뒤 마지막 토의 시간에 궁금증을 해소해 토론의 효율성을 높였다.
다음 날인 6월 12일에는 ‘AI 및 MUM-T 적용 화생방 분야 기술 발전 방향’, ‘미래 도전 국방 기술 발전방안 포럼’ 등의 특별 세션 강의가 이어졌다. 특히 ‘미래 도전 국방 기술 발전방안 포럼’에서는 방위사업청 김연수 사무관이 연사로 나서, 미래도전사업 중장기 제도 개선 방향을 과제 개요, 과제 진행 현황, 기술 개발 추진 방향, 결론 순으로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추진 연구는 무엇이고 착수·제작 등 추진 일정과 배경은 어땠는지, 해외 기술 개발은 어떤 상황인지를 투명하게 밝히고 ‘기획의 파편화와 과제 간 선택과 집중 문제’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정리하여 참가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학회의 마지막 날인 6월 13일에는 14개 분과의 학술발표가 이어졌으며 전시업체와 참가자들의 소통, 군사 과학기술 전시 등 뜻깊은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3일, 짧지만 값진 시간이었다. 실물 모형 앞에서 진지하게 설명을 듣던 군 장병, 열정적으로 강연하던 연구자, 의문을 해소할 때까지 자리에 머물던 질문자. 질문과 답을 거듭하고 토론하며 때로는 웃음을 나누기도 했던 이번 학회는 앞으로 한국의 국방과학기술이 전 세계를 굽어보는 우람한 나무로 크도록 지원하는 든든한 배양토가 될 것이다.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개회식 현장 모습

전시 부스에서 무인·자율 기술 시연장면

AI 기조강연이 진행되고 있는 종합학술회의 현장

참석자들이 포스터발표 세션을 참관하는 모습

주요 내·외빈들에 전시장비를 설명하는 모습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란

군사과학기술 연구와 개발, 학술교류 및 정보교환으로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방 전문 학술단체로 1998년 설립됐다. 약 15,000여 명의 회원이 속해 있으며, 산·학·연·군을 아우르는 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매년 6월 종합학술대회, 11월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한다. 2025년 6월 열린 종합학술대회는 11개의 기술분과와 3개의 시범 분과로 구성돼 열렸으며, 1,20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됐고, AI·자율무기·사이버 등 미래 전장에 필요한 기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