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July+August Vol. 191
디펜스 스펙트럼

수상 전장의 ‘게임 체인저’ 무인수상정

글. 편집실 사진. shutterstock
출처. 한국경제, 세계일보, 뉴시스, 로봇신문, 아시아경제,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뉴스 종합

수상 전장의 ‘게임 체인저’ 무인수상정

‘무기의 무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바다 위에서의 전투 양상도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위성통신·군집운용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인명 피해 없는 효과적인 승리를 이끄는 수상 전장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는 무인수상정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무인수상정(USV)은 자율항해와
원격조종으로 다양한 해양 임무를 수행하는
첨단 무기체계이다. 특히 저비용·무인 운용이
강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재다능함이 빛나는 무인수상정

무인수상정(USV·Unmanned Surface Vehicle)은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율항해 혹은 원격제어 기술을 통해 정찰, 항만 및 해안 경비, 기뢰 제거, 잠수함 수색, 함정 및 전투기 공격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첨단 수상정이다.
유인 함정에 비해 건조 비용이 낮고 유지·운용비가 적은 데다가 승무원의 피해 없이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해군력 강화를 염원하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발 및 실전 배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2024년 약 13억 달러인 세계 무인수상정 시장이 2030년 28억 달러 규모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장 상황에 따라 여러 대의 수상정을 동시다발적으로 군집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무인수상정의 장점으로 손꼽힌다. 유인 함대는 동일한 정보를 거의 동시에 수집하더라도 승무원의 기량과 판단 능력이 제각각이기에 마치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반면 무인수상정 함대는 특정 상황 및 명령에 따라 함정들이 동시에 제각기 부여받은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실시간 전략 게임에서 수많은 유닛을 드래그와 클릭 몇 번으로 한꺼번에 조종하는 것과 같이 무인수상정 함대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 해군에 속속 편입되다

세계 각국은 2010년대부터 무인수상정 개발과 실전 배치에 힘써 왔다. 이스라엘은 지난 2014년 무인고속정을 공개하며 해군력을 과시했고, 영국 해군은 2016년 정찰 감시용 무인고속정 ‘마스트’의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싱가포르는 지난 2월 해양 순찰용 무인수상정 3척을 운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8년 사거리 5km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무인고속정 ‘랴오왕저Ⅱ’와, 완전 자율모드와 원격 조종모드를 모두 지원하는 상륙 전용 무인수상정 ‘마린리저드’를 세상에 선보였다. 2023년 6월에는 자체 개발한 200톤급 무인수상정의 첫 운행에 성공하는 등 해군 전력 첨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해군은 2018년부터 무인수상정을 포함한 자율 작전 시스템을 해군에 통합하는 ‘유령함대 지배자(Ghost Fleet Overlor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란 해군 감시용 소형 무인수상정을 중동 해역에 실전 배치했다. 미 해군 5함대는 2020년대 이후 ‘세일드론 익스플로러’, ‘마스트-13’ 등의 무인고속정을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해 대이란군 정찰·탐지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미 해군은 최대 30일 이상 인력의 개입 없이 작전이 가능하고 유인 수상정과 함께 공동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대형 무인수상정을 개발, 올해 실전 배치를 목표로 시험 중이다.

전과로 증명된 무인수상정의 전투력

지난 5월 4일, 우크라이나군이 놀라운 전과를 발표했다. 자신들이 자체 개발한 무인수상정 ‘마구라-V7’이 러시아군의 주력 전투기인 ‘Su-30’ 두 대를 격추하는 영상을 전 세계에 공개한 것이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이 공개한 영상에는 무인수상정이 비행 중인 전투기를 조준하는 장면과 잠시 뒤 폭발한 전투기가 바다로 추락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마구라-V7은 미국의 단거리 대공 미사일 ‘AIM-9’을 발사해 전투기를 잡았는데, 무인수상정이 약 27만 달러(약 3억 8천만 원), 미사일이 약 40만 달러(약 5억 6천만 원)인 데 비해 Su-30의 가격은 5천만 달러(약 700억 원)에 달한다. 우크라이나군이 무인수상정으로 거둔 이번 전과의 전과 대비 효율성이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우크라이나군은 2년여 전인 2023년에도 무인수상정을 활용해 막강한 전투력을 보유한 러시아군 흑해함대를 무력화한 경험이 있다. 그해 봄 소형 자폭 무인수상정을 100여 대 이상 건조한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활용해 러시아 흑해함대의 상륙함, 미사일 코르벳함, 순찰선, 기뢰제거함, 소형 보트 등을 잇따라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러시아군은 흑해함대를 후방으로 물릴 수밖에 없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곡물 수출과 전쟁물자 반입을 위한 제해권을 확보했다.

무인수상정에서 ‘무인기 모함’으로 진화

우리나라 해군도 무인수상정 도입과 전력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7년 처음으로 공개된 수상·수중 감시정찰용 무인수상정 ‘해검’은 전방에 12.7mm 중기관총을, 후방에 2.75인치 유도로켓 발사대, 캐니스터 발사용 자폭 드론 등을 순차적으로 탑재해 공격력을 갖췄으며, 네 번째 업그레이드 버전인 ‘해검-5’는 근거리에서 표적을 식별·대응하는 능력을 보유했다. 12.7mm 중기관총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와 무인잠수정을 탑재한 ‘M-서처’, 무인잠수정 및 드론을 탑재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한 12m급 수색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도 개발 완료됐다.
한편 우리 해군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무인 복합체계 마련에 나섰다. 이른바 ‘네이비 씨 고스트’ 프로젝트다. 지난 2023년 6월에는 함정 6척, 항공기 3대, 상륙돌격장갑차(KAAV) 3대, 특전팀, 무인수상정과 무인항공기 약 30대가 동원된 상륙작전을 공개하며 유·무인 복합체계 전력화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실감케 했다.
우리 해군은 무인수상정 함대 구성과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무인항공기, 무인수상정, 무인잠수정을 다수 운영하는 ‘무인기 모함(무인전력지휘통제함)’을 개발·건조함으로써 한층 강력하고 효율적인 해상 전력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MADEX 2025에 전시됐던 무인수상정 목업


우리 해군도 해검·해령 등
무인수상정을 개발·운용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무인기 모함’을 통해
유·무인 복합 전력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