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July+August Vol. 191
원시기술 플러스

위험은 순식간에 온다
물속 생존 매뉴얼

글. 편집실   사진. shutterstock

위험은 순식간에 온다
물속 생존 매뉴얼

한순간의 방심이 즐거운 물놀이를 생사의 갈림길로 바꿀 수 있다. 여름철 물놀이 사고의 80% 이상은 안전 수칙 불이행으로 발생하며, 갑작스러운 익수사고나 보트 전복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몇 초의 판단이 생존을 좌우한다. 이 글에서는 독자들이 일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물속 위기 상황별 생존 요령을 정리했다. 이 물속 생존 매뉴얼을 통해, 위급한 순간에도 침착하고 올바르게 대응하는 방법을 익혀두자.

1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했을 때

던지고, 끌어당기고, 저어 가고, 수영한다
물에 사람이 빠진 것을 목격했다면 절대로 자신의 안전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구조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바로 물에 뛰어들면 자칫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크게 소리쳐 주변에 알리고 가장 먼저 119 등에 신고해야 한다.
구조에 나설 때 기억해야 할 원칙은 “던지고, 끌어당기고, 저어 가고, 수영한다”라는 4단계 순서이다. 가능한 한 구조자가 직접 물에 들어가지 말고 긴 막대기나 로프 등 도구를 익수자에게 던져 잡게 한다. 익수자가 한쪽 끝을 잡으면 천천히 끌어당겨 구조한다. 위 방법들이 어려울 경우, 보트 등 물에 뜨는 수단을 이용해 접근한다. 일반인의 경우 절대로 직접 수영해서 가지 말고 노를 저어 가까이 간 뒤, 보트 등에서 익수자에게 도구를 내밀어 잡게 한다. 단, 보트가 작은 경우 익수자를 급히 끌어올리려다 보트 전복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수영 실력이 아주 뛰어나고 다른 방법이 없을 때는 익수자 뒤쪽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황한 익수자는 가까이 온 구조자를 붙잡고 올라타려 하기 때문에 뒤로 접근해 뒤에서 겨드랑이를 잡고 업듯이 구조하면 비교적 안전하다. 만약 정면에서 마주쳤다면 익수자가 잡지 못하도록 구조물이나 부유물을 앞세워 내미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익수자가 격렬하게 매달릴 경우 함께 물에 빠질 위험이 크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구조자가 익수자와 함께 일시적으로 물속으로 잠수해 익수자의 팔을 놓게 하는 등 자기방어도 필요하다.
익수자를 물 밖으로 구조했다면 곧바로 의식과 호흡을 확인하고 필요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젖은 옷은 체온을 빼앗으므로 즉시 갈아입히거나 담요로 덮어 저체온증을 방지한다.
구조 후에도 환자가 일정 시간 숨을 쉬지 않거나 의식을 잃었다면 반드시 병원에 이송해야한다.

2 보트가 뒤집혔을 때

체온과 부력 유지에 도움 되는 ‘헬프 자세’와 ‘허들 자세’
보트를 타고 이동하거나 물놀이 중 보트가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하면 갑작스러운 충격과 공포로 인해 당황하기 쉽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물 위에 떠 있는 구명조끼를 찾아 즉시 착용해야 한다. 구명조끼는 부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체온 손실을 줄이는 데도 유리하다. 일행이 있다면 서로 착용을 도와주고, 모두가 안전 장비를 갖추었는지 점검하는 것이 좋다.
다음에는 구조 신호를 최대한 빨리 발신해야 한다. 조명탄이나 호각, 형광색 천, 손짓 등을 활용해 위치를 알리고, 휴대전화가 방수팩에 들어 있어 작동 가능한 상태라면 119에 연락해 상황과 위치를 전달해야 한다. 구조 요청은 빠를수록 유리하다. 일행이 있을 경우 각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흩어지지 않도록 보트 주변에 함께 모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복된 보트는 쉽게 가라앉지 않으며, 구조대에게는 수면 위에서 눈에 띄는 표적이 된다. 따라서 육지가 보인다고 해도 함부로 수영해 가려 하지 말고, 가능하면 보트 위로 올라가거나 부유물을 붙잡아 몸의 일부를 물 밖으로 드러내 체온 손실을 줄이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물속에서는 공기 중보다 25배 이상 체온이 빠르게 소실되기 때문에, 상반신 이상을 물 밖에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취할 수 있는 생존 자세는 ‘헬프 자세’다. 머리와 목은 물 밖으로 빠져나와있는 상태에서 팔과 다리를 몸쪽으로 끌어당겨 가슴에 모으고 웅크린 채로 뜨는 방식이다. 체온 손실을 최소화하고 물에 뜨기에도 유리하다. 여러 명이 함께 있는 경우라면 서로 밀착해 ‘허들 자세’를 취하면 체온 유지와 부력 확보에 더욱 효과적이다.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불필요한 수영은 삼가고 주기적으로 신호를 보내며 체력을 아껴야 한다.

헬프 자세
겨드랑이와 다리를 몸쪽으로
빠짝 붙여 체온 손실을
방지하는 동작

3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됐을 때

무리하게 건너지 말고 높은 곳으로 대피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은 성인 무릎 깊이의 물살도 사람을 휩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갑작스러운 고립 상황에서는 산등성이나 나무 위 등 더 높은 곳으로의 대피가 가장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빗줄기가 거세지기 전에 미련 없이 하산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피 후에는 119에 신고하거나 전화가 되지 않을 경우, 소리나 불빛, 색이 잘 보이는 물건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야 한다. 밤에는 휴대폰 손전등이나 차량 비상등을 활용하고, 낮에는 천이나 옷을 흔들거나 나무에 매달아 위치를 알리자.
구조대가 오기 전까지는 절대 계곡을 건너려 하지 말고, 필요할 경우라도 반드시 여러 명이 함께 줄지어 이동하며 물의 깊이가 가슴 높이를 넘지 않는 지점을 선택해야 한다.
차량이나 캠핑 장비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장비에 대한 미련은 과감히 버리고 자신의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체온 유지를 위해 젖은 옷이라도 겹쳐 입고 몸을 가리며 서로 체온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비상식량이나 물이 있다면 조금씩 나눠 먹으며 탈진을 방지하자.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고 주기적으로 신호를 보내며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 한다. 밤에는 웅크린 자세로 체온을 유지하고, 주변에 차량이 있다면 경적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침착한 마음가짐이다. 시간이 지나면 물이 빠지거나 통신이 회복돼 구조 요청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안전하게 머무는 것이 최선의 생존 전략이다.

물속 위기 상황에서는 침착함과 정확한 대처가 생명을 좌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수영 전에는 반드시 준비운동을 하고, 혼자 무리해 물에 들어가지 않으며, 깊은 물이나 보트에 오를 때는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 음주 후 물놀이는 삼가야 하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피로할 때도 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의 수영 실력을 과신해 무모한 행동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평소 안전 습관을 실천하고, 위기 상황별 생존 요령을 미리 숙지해두면 위급한 순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위험은 언제든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준비된 지식과 침착한 판단은 그 위험을 이겨내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즐거운 물놀이를 위해서라도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