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July+August Vol.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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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2시간,
11개의 자격증이 되다 배권제 소원

글. 이현수 작가   사진. 한상무 작가

퇴근 후 2시간,
11개의 자격증이 되다 배권제 소원

11개. 배권제 소원이 취득한 자격증의 수다. 그중에는 기능장과 기술사도 포함돼 있다. 기술사라는 무거운 타이틀과는 달리 앳된, 아직 소년 같은 얼굴의 1991년생. 안전 관리라는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은 물론 일찍 결혼해 아이까지 돌봐야 하는 그가 그동안 자격증을 따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 또 꾸준히 공부를 이어온 비결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자격증만 11개, 그중 둘은 기능장과 기술사

정보처리기능사, 환경기능사, 위험물산업기사, 가스기사, 가스산업기사, 산업안전기사, 산업위생관리기사, 에너지관리기사, 위험물기능장, 화공안전기술사로 모두 11개의 자격증이다. 첫 자격증은 2008년 정보처리기능사였다. 같은 해 환경기능사를 따고, 이후 산업기사, 기사, 기능장에 이어 마침내 2024년 12월 화공안전기술사 자격을 취득한 배권제 소원. 단 한 개의 자격증을 따는 데도 상당한 공부량이 필요한 만큼 그가 그간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짐작된다. 처음 자격증을 공부하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 진학이나 취업의 스펙 중 하나로 생각해 도전하기 시작했지만 이후 취업한 회사가 안전 컨설팅 회사라 업무와 밀접했던 점도 있어 자격증 공부를 지속했다. 물론 한 길만 꾸준히 파고들었던 것은 아니다. 환경에서 가스, 화공, 산업안전까지 다양한 분야의 자격증을 획득해왔다. 그는 이렇게 공부해 온 것이 제너럴리스트적인 시야를 넓히는데 보탬이 됐다고 밝혔다.
“안전만 공부를 하면 결국 안전 외의 다른 분야까지 고려해 통합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화공을 전공하고 관련 자격증도 따면서 안전을 배운 입장이다 보니, 안전공학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화공 안전분야로 접근하기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첫 자격증을 손에 넣은 뒤 기술사를 따기까지 19년. 돌아보면 여러 가지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그는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기술사 자격을 딸 때의 ‘면접’이었다고 꼽았다. 기술사 시험은 필기와 면접으로 나뉘는데 면접에서는 교수나 업계 전문가들이 공격적인 질문을 거듭해 대상자의 역량을 검증하며 합격하기도 어렵기로 유명하다. 또 하나로는 공부 기간이 길어질 때의 초조감이었다. 시간이란 질량을 가진 존재. 쌓이기만 하는 시간, 그중에서도 정체된 시간은 압력이 상당하다. 수개월 수준을 넘어 년 단위로 지속하는 시험공부는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을 부추긴다. 특히 일정한 시험에 여러 번 실패하면 공부는 결국 멘탈 관리 싸움이 된다.
“같은 공부를 2~3년 하면 거의 ‘장수생’이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아무래도 좋으니 시험 날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하루하루 커져요. 초조함과의 씨름인 거죠.”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기는 시험을 보러 가던 중 겪은 교통사고였다.
“1차 필기를 합격하고 면접을 보러 가던 날이었어요. 대전역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차량이 들이받았어요. 당시 제 차에는 아내와 자녀까지 타고 있는 상황이라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사고를 수습한 뒤 포기하지 않고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이다 보니 그만큼 절실했던 것 같네요.”

“안전만 공부를 하면 결국 안전 외의 다른 분야까지 고려해 통합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화공을 전공하고 관련 자격증도 따면서 안전을 배운 입장이다 보니, 안전공학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화공 안전분야로 접근하기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첫 자격증을 손에 넣은 뒤 기술사를 따기까지 19년. 돌아보면 여러 가지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그는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기술사 자격을 딸 때의 ‘면접’이었다고 꼽았다. 기술사 시험은 필기와 면접으로 나뉘는데 면접에서는 교수나 업계 전문가들이 공격적인 질문을 거듭해 대상자의 역량을 검증하며 합격하기도 어렵기로 유명하다. 또 하나로는 공부 기간이 길어질 때의 초조감이었다. 시간이란 질량을 가진 존재. 쌓이기만 하는 시간, 그중에서도 정체된 시간은 압력이 상당하다. 수개월 수준을 넘어 년 단위로 지속하는 시험공부는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을 부추긴다. 특히 일정한 시험에 여러 번 실패하면 공부는 결국 멘탈 관리 싸움이 된다.
“같은 공부를 2~3년 하면 거의 ‘장수생’이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아무래도 좋으니 시험 날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하루하루 커져요. 초조함과의 씨름인 거죠.”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기는 시험을 보러 가던 중 겪은 교통사고였다.
“1차 필기를 합격하고 면접을 보러 가던 날이었어요. 대전역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차량이 들이받았어요. 당시 제 차에는 아내와 자녀까지 타고 있는 상황이라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사고를 수습한 뒤 포기하지 않고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이다 보니 그만큼 절실했던 것 같네요.”


같은 공부를 2~3년 하면
거의 ‘장수생’이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초조함과 의 씨름인 거죠.

‘명함에 기술사가 적혀 있을 때’ 효과

업무에 가정까지 돌보면서 공부를 지속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 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몇 년씩 걸리는 일도 잦다. 배권제 소원은 취득하는 데 3년이 소요된 화공안전기술사 자격을 예를 들었다. 어려움도 많은데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먼저 그는 ‘외부적 요인’이 큰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가 국방과학연구소에 들어오기 전에 속했던 회사에서는 기술사 자격을 따면 특별진급 대상이 되고 연봉이 크게 오른다는 혜택도 있었다. 또 하나는 업무에서의 ‘보이지 않는 신뢰도 겨루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배권제 소원은 ‘안전 관리 업무는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면서 명함에 무엇이 새겨져 있느냐에 따라서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외부 컨설턴트가 저희 업장에 온 경우를 생각해 보죠. 제가 기술사 자격이 있는데 컨설턴트가 기술사 자격이 없다면 상대방이 조심스럽게 행동합니다. 어설프게 지적했다가 사실이 아닌 걸로 확인이 되면 본인이 곤란해질 수가 있으니까요. 상대방이 나보다 더 잘 알 수도 있고 자격도 갖춘 사람이라는 걸 알면, 아무래도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죠.”
어떤 업무영역에서든 보이지 않는 신뢰도 겨루기가 있다. 상대방이 자격이나 쌓은 경험, 지식 면에서 자신과 동등하거나 우월하다는 것을 첫 만남에서 인지하게 되면, 아무래도 불필요한 긴장은 줄어들고 합리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해진다.


기술사 자격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여전히
퇴근하고 육아를 마친 뒤 책상
앞에 앉는 배권제 소원.
이미 다음 달에도 또 하나의
자격시험이 예정돼 있다.
앞으로는 학위도 취득해 볼
생각이다. 이제 그에게 도전이란
일상이고 습관이다.

‘키워드 복습’부터 ‘일단 시험 접수하기’까지

바쁜 일정 중 확보할 수 있는 학습 시간은 한정돼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배권제 소원의 비법 중 하나는 일명 ‘키워드 복습’이었다. 주요 내용의 앞 글자만 따거나 몇 페이지에 걸친 내용을 네 줄 정도로 요약해 적어뒀다. 이렇게 해두면 업무나 육아로 공부의 흐름이 끊기거나 할 때 이전 학습 내용을 빠르게 되살릴 수 있다. 이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배권제 소원이 공부를 지속한 또 하나의 비법은 ‘일상화’였다. 자전거 페달은 처음에 밟을 때는 많은 힘이 필요하지만 계속하면 큰 힘이 들지 않는다. 공부가 일상이 되다 보니, 19년 동안 공부를 지속하면서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딱히 떠올려 본 적이 없다.
“습관이고 일상이었어요. 보통 집에 돌아와 아이를 돌본 뒤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씩은 공부했습니다. 물론 시험 날짜가 가까워졌을 때는 더 했고요.”
체력 관리도 도움이 됐다. 기술 자격을 따기 위해서는 400분간의 필답고사를 거쳐야 한다. 9시에 착석해 5시를 훌쩍 넘겨야 끝나는 시험이니 정신적은 물론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 시험공부 자체에도 체력이 필요하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뒤 집에 돌아와 육아까지 마친 다음 책상 앞에 앉으면 절로 졸음이 왔다. 배권제 소원은 주로 점심시간에 달리기와 근력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격증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일단 시험에 접수하기’를 추천했다.
“시험을 봐도 될까 망설여질 때, 저는 일단 시험 접수부터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압박감이 커지고 결국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더군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하고 망설이지 마시고 일단 지원부터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