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하루에
질문을 던지다
도전하는 사서, 남기윤 소원
글. 무내미 편집실 사진. 박기현 작가
출처. 네이버 영화
글. 무내미 편집실 사진. 박기현 작가
출처. 네이버 영화
남기윤 소원은 ‘도전의 화신’이다. 끊임없이 탐색하고 주저하지 않고 시도하며 끝내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만들어 간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 55년간 걸어온 도전과 혁신의 여정을 꼭 닮은 삶의 궤적이다.
이 력
·1993 어깨동무 국토순례단 참가(400km 국토횡단)
·
2004~2006 육군병장 만기전역(경기도 포천 8사단 16연대),
경북대학교 작사작곡동아리 활동(익스프레션)
2017 연구소 주니어보드 19기 의장
·2022. 1. 8.~2023. 8. 27. 블랙야크 100대 명산 완등
·
2021~현재 폴댄스 전문가 반 수료(2급, 3급), 연구소 ABC 버스킹 공연 활동,
Show me the money7 2차 예선 탈락
2023. 10. 8. 마산 철인경기 중 아킬레스건 파열,
생활스포츠 지도사 2급 수영 실기 18초 차이로 불합격,
굴착기 운전기능사 실기 주행에서 3회 탈락, 4회 합격
자격증 : 2급 정사서, 지게차 운전기능사, 굴착기 운전기능사,
스킨스쿠버PADI(Advanced), 동력 수상 레저 1급
마라톤 : 10km 29회, 하프 8회, 풀 1회
·철인 : 올림픽 11회, 하프 1회
영화 <쉘 위 댄스(Shall We Dance?)>의 주인공 스기야마 쇼헤이는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인정받는 회사원이자 가장이다. 하지만 집과 회사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일상은 그의 발걸음을 점점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 전철 창밖으로 보이는 스포츠댄스 교습소에 호기심이 생긴 스기야마는 며칠 후 자기도 모르게 그곳으로 향하고, 처음 해보는 낯선 동작에서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순수한 즐거움을 발견한다. 이후 가족에게 오해를 받고 참가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도전의 발걸음을 멈추기도 하지만 주변의 응원에 힘입은 그는 끝내 스포츠댄스 무대에 다시 선다.
스기야마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새로움을 향한 도전은 크나큰 용기와 열정, 꾸준함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여느 사람들은 도전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거나 뒤돌아선다. 그러나 남기윤 소원의 사고 회로는 남다르다. 고민에 시간을 투자하는 대신 일단 해 보고 계속 도전할지, 다른 도전에 임할지를 결정한다. 스기야마에게 스포츠댄스가 있었다면 남기윤 소원에겐 폴댄스가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와의 인연도 남기윤 소원 특유의 거침없는 도전 정신에서 비롯됐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그는 2013년 1월부터 대구의 한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8개월 뒤에는 대학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1년여간 일했으며, 이듬해 10월 국방과학연구소 사서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서로서 일할 수 있는 도서관은 크게 공공도서관, 대학 도서관, 전문도서관으로 나뉘는데요.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을 차례로 경험한 만큼, 전문도서관에서도 일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운명처럼 국방과학연구소 사서직 채용 공고와 마주했습니다. 전문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도 우리나라 국방력 강화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다행히도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2014년 10월 16일부로 국방과학연구소의 가족이 된 남기윤 소원은 기술정보실에서 근무하며, 연구 성과물 관리, 단행본 수서 및 등록, 정기간행물 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다. 특히 소원들이 작성한 논문과 보고서를 전달받은 후에는 데이터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등록번호를 부여해 전자도서관에 등재하는 과정을 빈틈없이 처리했다. 그가 다루는 연구 성과물이 우리나라 국방력 강화를 위한 밑바탕이자 개인·부서·기관의 평가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기윤 소원은 다양한 도서를 통해 소원들의 시야를 넓히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첨단 국방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을 선도해 온 기관으로, 1970년 창립 이래 쉼 없이 혁신에 도전해왔다. 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전문성 향상은 물론, 고정관념을 깨고 창의적 사고를 키우기 위한 폭넓은 지식 탐색이 필수적이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사서로서 융합적 사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남기윤 소원은 소원들의 교양도서 신청 리스트를 접수해 꾸준히 도서를 구매하고 비치해왔다. 더 나아가 2019년에는 모바일 교양도서 전자도서관 도입에도 앞장서 누구나 쉽고 자유롭게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접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그의 도전적인 업무 태도는 2019년 5월, 창원의 제6기술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계속됐다. 당시 제6기술연구원의 자료실은 이름 그대로 각종 자료를 모아 두는 공간으로만 활용되고 있었다. 남기윤 소원은 이곳을 ‘누구나 오고 싶은 자료실’로 탈바꿈시키기로 결심하고 곧바로 실행에 나섰다. 겹겹이 들어차 있던 책꽂이들을 자료실 외곽으로 배치하고 중앙 공간에는 좌석을 마련해 소원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집단지성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한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잔잔한 음악을 틀고, 간단한 다과도 마련했습니다.
그랬더니 소원들의 자료실 이용 빈도가 점차 높아졌고 지금은 견학이나 회의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어요. 이러한 변화에는 주변 분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어요. 제가 아무리 혼자 애쓴다고 해도 부장님 이하 소원 분들의 관심이 없었다면 이렇게 이끌지 못했을 거예요. 믿어주고 맡겨주신 동료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창원시험센터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전 DNA’는 남기윤 소원의 업무 외 일상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의 발자취는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분야를 가리지 않는 도전으로 점철돼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일하는 가운데 기록학 석사를 취득했고, 2024년부터는 문헌정보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며 사서로서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지게차 운전기능사, 굴착기 운전기능사, 스킨스쿠버 자격증,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 1급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마라톤 하프코스 8회 및 풀코스 1회, 철인 3종경기 올림픽 코스 11회 하프코스 1회 완주에 성공했다. 2022년 1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대한민국 100개 명산을 등반한 끝에 한 아웃도어 브랜드가 주관하는 ‘명산 100 완주 인증서’를 받았고, 2018년 랩 경연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력도 있으며, 음악에 취미가 있는 소원과 버스킹 공연을 진행 중이다. 2021년 근력 및 유연성 강화를 위해 시작한 폴댄스는 전문가반을 수료했을 정도로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 종횡무진(縱橫無盡)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놀라운 도전 스토리다.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는 크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 보고, 그중 재미를 느낀 것들을 점점 깊이 즐기다 보니 색다른 이력을 쌓게 됐죠. 도전 과제를 선정할 때도 호기심 외에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어쩌면 도전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실행에 옮겼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도전에도 많은 실패가 따른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후회가 실패의 쓴맛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며, 실패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으니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남기윤 소원의 지론이다. 이런 와중에 간간이 거두는 성공의 기쁨과 보람은 그를 새로운 도전에 나서도록 이끄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이런 이유로 남기윤 소원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한 학기 남은 박사과정을 무사히 수행해 ‘남 박사’로 거듭나는 일, 철인 3종 경기 풀코스 완주, 생활스포츠 지도사 2급 수영 자격증 취득을 당면 도전 과제로 꼽은 그는 “앞으로 여자친구가 생기면 함께 커플 요가를 즐기는 등 기꺼이 건강과 행복의 동반자로 거듭나고 싶은 생각”이라며 ‘함께 만드는 도전적 미래’도 꿈꾸고 있음을 밝혔다. 남기윤 소원은 앞으로 또 어떤 도전에 나설까. 내일의 구체적 모양은 불확실하지만, 단 하나는 분명하다. 국방과학연구소가 55년간 혁신적 도전에 매진해 왔듯, 그 또한 평생 도전하며 살아갈 거라는 점이다.